투기성 자산 밈 코인, 정치로 영역 확대?

입력 : 2025-04-29 오후 1:50:15
일론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박재연 기자] 투기성 가상자산인 밈(meme) 코인이 정치의 중심으로 들어왔습니다. 한 국가의 수장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밈 코인을 활용한 프로젝트를 홍보하는가 하면, 일각에서는 여론조사를 대체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였는데요. 오늘 토마토Pick에서는 정치권에서 모습을 드러낸 밈 코인과 그에 대한 전문가들의 시선을 정리했습니다.
 
정치 밈 코인, 시총 4조 넘어
28일 오전 10시 코인마켓캡 기준 정치 밈 코인(Political Memes)의 시가총액은 약 4조원을 넘어섰습니다. 이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행한 오피셜트럼프(TRUMP)가 시가총액 1위로 전체 80%를 차지했는데요. 이날 코인마켓캡에서 시가총액과 거래량을 확인할 수 있는 밈 코인은 100여개에 이릅니다. 여기에 집계돼지 않은 자산 수를 포함하면 전체 정치 밈 코인 수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이죠. 사실상 정치 밈 코인 대장주 역할을 하는 오피셜 트럼프는 24일 오후 가상거래소 빗썸 기준 거래대금 2064억원을 기록하며 같은 기간 비트코인의 거래대금(1259억원)을 한때 추월한 바 있습니다 
 
정치권에도 등장한 밈 코인
하비에르 말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홍보했던 리브라(LIBRA)는 정치 밈 코인 시총 7위를 기록 중인데요. 밀레이 대통령은 지난 2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리브라가 아르헨티나 경제 성장에 도움을 주는 민간 프로젝트라며, 중소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가상자산이라고 홍보한 바 있습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자신이 발행한 밈 코인 오피셜 트럼프의 상위 보유자 220명을 만찬에 초대한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발 공식 웹사이트에서는 실시간으로 220명의 순위표도 공개 중이죠. 투자자들에게 더 많은 매수를 유도하는 셈입니다. 한편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콘클라베를 앞두고 가상자산 투자자들이 밈 코인을 이용해 차기 교황이 누가 될지 베팅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차기 교황 후보로 꼽히는 이탈리아의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 필리핀의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 가나의 피터 코도 아피아 턱슨 추기경 등 차기 교황 물망에 오른 다른 추기경들을 테마로 한 밈 코인도 최근 급등세를 보인 바 있습니다.
 
정치 밈 코인 '효용론' 
아서 헤이즈 비트멕스 전 최고경영자(CEO)는 2026년 미국 중간선거에서 정치인들이 기존 광고 대신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자산을 활용할 것이라며 정치 캠페인에서 밈 코인의 역할이 급격히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헤이즈 CEO는 블로그를 통해 “정치인 밈 코인 상승하면 사람들이 그를 신뢰한다는 의미고, 하락하면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뜻”이라며 “정치인의 인기는 이제 신뢰할 수 없는 설문조사가 아니라, 사람들이 해당 후보의 토큰에 얼마나 투자하는지로 실시간 측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는데요. 특정 정치 밈 코인의 등락이 기존의 여론조사 방식을 대체할 것이라고 본 것이죠. 아울러 그는 “여론조사는 필요 없다. 블록체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정치 밈 코인 '무용론' 
반면 비탈릭 부테린 이더리움 공동 창시자는 오피셜 트럼프를 포함한 다른 정치적 밈 코인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냈습니다. 그는 X(구 트위터)를 통해 “대규모 정치 코인은 단순한 재미를 넘어 무제한 정치적 뇌물 수수의 도구가 될 수 있다”라며 "정치인이 코인을 발행한다면, 그들에게 직접적으로 코인을 보내지 않아도 그들에게 돈을 제공할 수 있다"고 경고했죠. 부테린은 앞서 밈 코인을 비판하며 이러한 프로젝트 당사자와 사전 구매자에게만 혜택이 돌아간다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밈 코인이 기능보다 이름과 키워드에만 집중한 코인인 만큼 투자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옵니다. 김민승 센터장은 "밈 코인은 태생적으로 변동성이 클 수밖에 없다"라며 "신규 발행 밈 코인은 변동성이 다른 가상자산의 수백, 수천 배 이상이 될 수 있으며, 발행한 지 오래된 밈 코인은 회복이 불가한 경우가 많다"라고 짚었죠.

국내에서도 활용 사례?
한편 이같은 정치적 밈 코인 활용 사례가 최근 국내에서도 포착됐습니다. 미국 UPI 등에 따르면 국내 스타트업 DYC는 지난 2월 응답자가 자신의 정치 성향에 따라 ‘보수(Bo Su)’ 또는 ‘진보(Jin Bo)’ 코인을 거래할 수 있도록 구현했습니다. 개발사 측은 이 코인이 대통령의 분열적인 탄핵 재판 속에서 한국의 여론을 정확하게 실시간으로 반영했다고 주장했는데요. △블록체인 특성상 조작이 불가능하고 △참여자의 이해관계가 직접적으로 달려있으며 △익명성이 보장된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특정 정치적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변동하는 각 진영의 코인 가격으로 여론 흐름을 가늠할 수 있다는 것이죠. 다만 코인을 의견 표현의 수단으로 삼는 구조인 만큼 참여 계층과 경제력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 등이 한계로 꼽힙니다. 현재까지는 밈 코인의 내재적인 가치가 증명되지 않은 만큼, 섣부른 투자에는 주의가 필요하겠습니다.
 
박재연 기자 damgom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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