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조기 대선을 맞아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입지가 서로 대조되는 모양새입니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은 경선 과정 중에 잇따라 오 시장과 회동해왔습니다. 반면 김 지사는 민주당 경선에서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에 이어 2위에 그쳤지만 당내 입지는 좁아질 걸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오 시장이 정치적 입지를 챙겼다는데 입을 모았습니다. 김 지사의 경기도지사 재선이나 차차기 대선 도전 등에 대한 전망은 엇갈립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회동을 마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16일 서울시청에서 오 시장의 배웅을 받으며 시장실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 시장은 지난 12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습니다. 그러면서 "후보들은 다시 성장과 더불어 약자와의 동행을 대선의 핵심 어젠다로 내걸어주기 바란다"고 했습니다.
이후 오 시장은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과 연이어 만났습니다. 주자들이 오 시장을 찾아온 겁니다. 날짜별로 보면 △15일 홍준표 후보 △16일 김문수·나경원·안철수·유정복 후보 △17일 이철우 후보 △18일 한동훈 후보 △22일에는 양향자·유정복 후보 등입니다. 오 시장과 유 후보는 22일 시청 영상회의실에서 서울시 '교육 사다리' 정책인 '서울런' 관련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습니다.
반면에 민주당 경선에 참여한 김 지사는 최종 후보 선출일인 지난 27일 이 전 대표와의 압도적인 격차를 확인했습니다. 김 지사는 경선에서 6.87%를 득표하며 2위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이 전 대표는 89.77%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김 지사와 이 전 대표와의 격차는 무려 82.9%포인트에 달했습니다.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가 27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수도권·강원·제주 합동연설회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동연 경선 후보. (사진=뉴시스)
전문가들은 오 시장이 조기 대선 시즌을 맞아 단기적으로 당내에서 인기를 구가한다는 점에는 동의했습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국민의힘 주자들이 오 시장을 만난 것은 오 시장을 지지하는 중도보수 성향 표심을 얻기 위해 한 행동으로 봐야 한다"며 "국민의힘 최종 후보도 오 시장을 지지하는 표심이 필요하기 때문에 (오 시장을) 계속 챙기는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한다"고 내다봤습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국민의힘 주자들은 본인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희석하기 위해 오 시장을 끌어들일 필요가 생겨서 오 시장 주가가 올라간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반면 김 지사에 대해선 당분간 당에서 운신의 폭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입니다. 이종훈 평론가는 "김 지사의 경선 성적표면 차기 대선 도전하기에도 좀 힘겨운 수치이고, 차기 당대표 출마하는 것도 조금 힘든 수준"이라며 "앞으로 당내 유력 인사가 도와주지 않는다면, (당대표 도전 등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신 교수도 "민주당은 이 전 대표가 확실하게 장악한 데다 '중도 코스프레(변장)'를 하는 중이기도 하고 경선도 끝난 상황"이라며 "당내 인사가 김 지사를 찾아갈 이유도 없고, 민주당이 김 지사에게 (정치적 도움을) 부탁하면 모양새가 이상해진다"고 했습니다.
김철현 경일대 특임교수는 "오 시장의 경우 당장은 유권자에게 탄핵에 대해 사과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인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데 (대선에 불출마하면서) 권력의지가 약하지 않느냐는 평가도 받게 됐다"며 "김 지사는 '포스트 이재명', 차차기 대권 주자 이미지를 쌓았지만 당내 주류인 '친명(친이재명)계'의 견제 때문에 내년 경기도지사 재선 가도에 빨간불 경고등이 켜질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오 시장이 당내의 단기적 인기를 넘어서 차후 정치 행보를 수월하게 진행할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평가도 나옵니다. 김 지사에 대해서는 대선 경선에 도전한 점을 자산으로 삼아 도정으로 성과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제기됐습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오 시장은 국민의힘 안에서 주목받기는 했지만 (명태균 게이트 등으로) 스스로 무너졌다. 내년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는 것도 쉽지 않게 됐다"며 "김 지사는 경기도정을 이 전 대표의 공약과 같이 맞물려주는 방식으로 정권교체에 앞장서고 내년 경기도지사 당내 경선에서 이길 수 있도록 도정을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과제가 남아있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대선 주자들이 오 시장을 찾아오기는 했지만 이번 경선 국면, 조기 대선이 끝나고 나서는 불출마함으로써 오 시장의 입지가 더 좋아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김 지사는 성적표가 너무 초라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어쨌든 2등을 하고 전국 순회한 점은 나쁜 자산 같지 않다"고 평했습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