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부-사법부 갈등 극한…권한행사 '적정선' 어디까지

입력 : 2025-05-08 오후 3:14:42
[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지난 1일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대법원 판결이 대선에 영향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이뤄진 졸속 재판이라며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파기환송심 첫 공판이 오는 6월18일에 열린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이재권)는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 1차 공판기일을 당초 지정했던 5월15일 오후 2시에서 대선 본투표 이후인 6월18일 오전 10시로 이날 연기했다. 서울고법은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 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 재판 기일을 대통령 선거일 후로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8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사진=뉴시스)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다음날 서울고등법원에 사건기록이 접수돼 재판부 배당까지 이뤄지고 재판부는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5월15일로 정했습니다. 7일에는 소송기록 접수통지서와 피고인 소환장을 집행관 송달을 통해 송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이어졌습니다. 
 
이 후보 측이 공판기일을 연기해달라고 신청함에 따라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심 사건의 첫 공판기일은 대선 이후인 6월18일로 연기됐습니다. 재판부는 대통령 후보인 이 후보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 대선 이후로 공판기일을 변경했다고 밝혔습니다. 공직선거법 제11조 제1항은 대통령선거의 후보자는 후보자의 등록이 끝난 때부터 개표 종료 시까지 사형·무기 또는 장기 7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현행범인이 아니면 체포 또는 구속을 금지하고, 병역 소집도 유예받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 법원 내부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초래한 대법원장의 사퇴를 주장하거나, 이 후보의 발언이 계엄령을 선포한 윤석열씨의 행위보다 악랄한 것인지에 대한 지적, 대법원이 선거판에 뛰어들었다는 주장 등이 나왔습니다. 반면 대법원판결에 불만이 있다는 이유로 정치권이 대법원장의 탄핵이나 청문회 추진 등 사법부를 겁박해서는 안 된다거나, 판사를 개인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부적절하고 판사의 독립을 뺏으려는 시도가 있으면 안 된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민주당은 지난 7일 피고인이 대통령인 경우 그 임기 중에는 공판 절차를 정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처리했습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법안 상정에 반대해 표결에 불참했습니다. 개정안은 헌법 제84조가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 취지에 따라 재직 중인 대통령의 원활한 직무 수행을 위해 발의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불소추특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대통령이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한다는 겁니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의 형사상 불소추특권을 규정하고 있는데 그 형사상 소추에 수사, 기소, 공판 절차 중 어디까지 포함되는지 논란이 있습니다. 이미 기소돼 재판이 이뤄지고 있는 경우 재판은 계속 진행된다는 입장과 소추에는 재판까지 포함되므로 재판이 중단된다는 입장이 대립하는 겁니다. 이에 대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아직 없어 정립된 법리가 없으므로 입법을 통해 구체화하거나 개헌을 통해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헌재는 불소추특권에 관해 대통령이라는 특수한 신분에 따라 일반 국민과는 달리 대통령 개인에게 특권을 부여한 것이 아니라, 단지 국가의 원수로서 외국에 대해 국가를 대표하는 지위에 있는 대통령이라는 특수한 직책의 원활한 수행을 보장하고, 그 권위를 확보해 국가의 체면과 권위를 유지해야 할 실제상의 필요 때문에 대통령으로 재직 중인 동안만 형사상 특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도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이라는 직책의 특성상 직책의 원활한 수행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시기상 특정인을 위한 입법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논란을 증폭시키는 입법 시도는 자제할 필요도 있습니다. 자칫 사법부의 판단을 부정하고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려는 시도로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12·3 비상계엄 사태를 보면 입법부와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양보와 타협 없이 각자의 권한을 최대치로 행사하는 극한 대립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습니다. 그 권력분립 기관 간의 극한 대립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입고 있습니다. 3권 분립이란 결국 국가 운영이 안정적이고 합리적으로 이뤄지도록 권력을 나눠 그에 맞는 권한을 행사하도록 한 것인데, 서로의 이권과 대립 때문에 권한을 극단적으로 행사한다면 국가 운영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법부는 헌법과 법률을 바탕으로 어떠한 행위의 합헌성과 합법성을 판단하지만 정치적 문제나 통치행위 등에 대해서는 사법적 판단의 자제라는 한계를 통해 권한 행사를 자제하고, 입법부는 사법부와 행정부의 고유한 권한과 지위를 존중하는 한계에서 권한을 행사해야 할 것입니다. 
 
법원이 공판기일 연기를 통해 이 후보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려 노력하는 만큼, 민주당도 시급하고 과도한 입법이나 대법원장 등에 대한 탄핵 시도 등을 잠시 멈추고 국민적 합의와 제대로 된 연구를 통해 입법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바람직해 보입니다. 3권 분립의 원칙이 지켜지고 서로의 지위와 권한을 존중받을 수 있도록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가 한계를 지키는 선에서 권한을 행사해야 합니다. 합리적인 견제와 균형을 통한 안정적인 국가 운영이 절실한 때입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김민승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