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에 대한 정부 지원을 통해 우리 것을 만들어야 한다고 발언한 데 대해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OTT 국유화론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선거철에 펼쳐지는 정치권의 날선 공방이 OTT 산업 진흥 방법론에까지 옮겨붙어 격화되는 모습인데요. 업계에선 이준석 후보가 국내 OTT 시장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 후보의 발언 진의를 왜곡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는 지난달 31일 경기도 평택 배다리생태공원에서 문화산업 진흥을 강조하며 "우리 아이디어로 '폭삭 속았수다'를 만들어 (우리 플랫폼으로) 수출했으면 돈을 얼마나 벌었겠느냐. 넷플릭스에 다 주는 바람에 우리는 약간만 건졌다. OTT 같은 플랫폼도 정부가 지원해서 우리 것을 만들어야 한다"고 발언했습니다.
이에 대해 이준석 후보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OTT의 국유화'라며 "엔비디아 같은 기업을 만들자고 한 이후 OTT 플랫폼을 우리 것으로 만들자고 주장한다"며 "잼비디아에 이은 잼플릭스(이재명+넷플릭스)의 탄생"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5월31일 오후 경기 평택시 배다리생태공원에서 열린 유세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같은 이 후보의 발언을 두고 민주당 정보통신방송미디어 수석전문위원을 역임한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국내 OTT 산업 현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가운데 나온 발언이라는 취지로 지적했습니다. 안 교수는 "넷플릭스가 콘텐츠에 대한 지적재산권(IP)을 전적으로 보유하고 있어 국내 제작사들은 제작비만 받고 콘텐츠 론칭 이후에는 어떤 수익도 추가적으로 얻지 못하고 있다"며 "이준석 후보는 국내 OTT 산업의 실태와 글로벌 플랫폼과의 관계 등에 이해 없이 이재명 후보의 발언 진의를 왜곡했다"고 짚었습니다.
실제 국내 OTT 시장에서 넷플릭스 종속은 점차 심화되고 있습니다. 콘텐츠 제작사들은 고공행진 중인 제작비를 대자본인 넷플릭스에 의존하게 되고, 넷플릭스만큼 제작비를 확보하지 못한 국내 플랫폼들은 콘텐츠 유치가 힘들어져 수익을 낼 기회를 얻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져 있습니다. 안 교수는 "국내 우수한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으로 공급·유통될 수 있는 국내 플랫폼을 갖추고 있지 못하면 해외 플랫폼에 종속돼 결국 국내 안방용 콘텐츠 장사에 그치게 될 것"이라며 "결국 글로벌 OTT 플랫폼의 콘텐츠 제작 하청기지로 전락할 수 있는데, 이러한 우려는 현실화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정치적 공세의 연장선에서 나온 이준석 후보의 OTT 국유화 논란이 추후 관련 산업 진흥책 마련 과정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사실 민관 협업을 통한 국내 OTT 글로벌 진출 지원은 앞서 윤석열정부 국정 과제에도 포함된 바 있는 등 여야가 비교적 공통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 사안입니다. 지난해 초 윤석열정부는 미디어·콘텐츠산업융합발전위원회를 통해 국내 OTT 플랫폼이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콘텐츠를 확보해 해외로 진출하도록 제작사와 연계해 지원하는 안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안 교수는 "국내 OTT 플랫폼 지원으로 플랫폼 파워를 강화하자는 것은 산업 발전 취지에서 살펴봐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 (사진=뉴스토마토)
이번 이준석 후보가 쏘아 올린 OTT 국유화 논란은 그 전선을 한국OTT포럼으로도 확대해 나가고 있는데요. 개혁신당 선거대책본부는 논평에서 "K-OTT포럼 회장이 20년 넘게 민주당 당직자로 활동한 인물"이라며, 국유화 추진과 연결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OTT포럼 회장직을 맡고 있는 안정상 교수는 "개혁신당이 K-OTT포럼으로 오기한 한국OTT포럼은 정치적 색채가 없는 순수 연구단체로, 포럼 고문은 현 국민의힘에서 활동한 분"이라며 "일방적인 국유화 논란에 포럼과 본인을 거론해 명예가 훼손된 점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