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우리금융지주(316140)의 생명보험사 출범을 앞두고 구조조정 우려가 고조되고 있습니다. 동양생명과 ABL생명 직원들은 고용 불안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명확한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구체적인 계획에 대한 답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비슷한 덩치 농협생명보다 600명 많아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최근 금융당국으로부터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 조건부 승인을 받고 내달 거래 종결을 목표로 후속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향후 통합 작업이 본격화될 경우 자산 규모가 비슷한 NH농협생명보다 수백명 이상 많은 인력 규모가 구조조정의 비교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내부적으로도 통합 시 조직 효율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어 인력 감축 논의 가능성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총자산은 각각 35조1605억원, 19조6791억 원으로, 합산 시 54조8396억원입니다. 농협생명(53조8947억원)보다 소폭 많은 수준이며 신한라이프(60조4132억 원)와 격차도 줄어든 상태입니다.
그러나 두 생보사를 합할 경우 자산 규모가 비슷한 NH농협생명에 비해 직원 수는 600명 이상 많고, 자산이 더 많은 신한라이프보다도 130명 이상 많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직원 수는 각각 937명, 752명으로 총 1689명이며 평균 연봉은 각각 1억1200만원, 9400만원입니다. 단순 계산 시 동양·ABL생명의 연간 인건비는 약 1689억원으로 추산됩니다. 이는 농협생명(1044명, 평균 연봉 1억3100억원, 인건비 약 1367억원)보다 높고 신한라이프(1550명, 평균 연봉 1억1600만원, 인건비 약 1798억원)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총자산 대비 인건비 부담이 있는 상황에서 통합 법인의 경영 효율성 제고를 위한 인력 감축은 사실상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이와 관련해 양사 노동조합은 구조조정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동양생명 노조는 "고용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명확한 고용 보장을 약속하라"며 "인수·매각 과정에서 직원들이 겪는 심리적·신체적 고통과 불확실성에 대해 충분한 매각 위로금을 지급하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ABL생명 노조도 "합병 이후 발생할 중복 인력 해소 방안에 대한 사측 설명이 부족하다"며 고용안정협약 체결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금융 측은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고 밝혔지만, 통상적으로 분야가 같은 회사가 합병될 경우 인력 감축이 단행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직원 감축 규모가 적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확산하면서 직원들의 불안도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양사 노조는 추후 우리금융으로의 매각 과정에서 고용 승계와 위로금 지급 등과 관련한 명확한 소통을 요구하며 강경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날 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과 동양·ABL생명 노조는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앞에서 '동양·ABL생명 매각 관련 합동 조합원 총회 및 고용안정 쟁취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개최하며 집단행동에 나섰습니다.
신한·오렌지 합병 사례로 구조조정 현실화 우려
동양·ABL생명 인수와 관련해 자주 비교되는 사례는 2021년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통합입니다. 당시 양 사는 합병 1년 후 신한생명 170명, 오렌지라이프 80명 등 총 250명이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났습니다. 전체 인력의 10%를 넘는 규모로 강제적인 구조조정은 아닌 희망퇴직이었지만 사실상 정리성 퇴직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이번 동양·ABL생명의 경우도 유사한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두 회사 모두 본사 조직에 중복 기능이 많고 지방 점포망 통합이 예상되는 만큼 최소 10~30% 수준의 인력 감축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단순한 희망퇴직 유도에 그치지 않고 일부 부서 폐지나 기능 축소도 병행될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과거 미래에셋생명이 PCA생명을 인수할 당시에는 전 직원의 고용을 보장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PCA생명의 직원 수(273명)가 미래에셋생명(1024명)의 4분의 1 수준으로 적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사례로 평가됩니다.
우리금융 내부에서도 보험 부문을 포함한 비은행 자회사들의 조직 재편과 수익성 제고가 강조되고 있습니다. 과거 우리자산신탁·우리자산운용·우리글로벌자산운용 인수, 우리금융캐피탈과 우리금융저축은행 편입, 부실채권 투자 전문회사인 우리F&I 출범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번 생보사 통합 역시 단순한 포트폴리오 확대가 아니라 손익 효율화와 자산 구조 재편을 목표로 한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통합 생보사의 초대 대표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성대규 동양생명 대표 후보는 과거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통합을 주도하며 신한라이프 초대 대표로 올랐던 시절에도 디지털 혁신 등 트렌드에 재빠르게 대응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두 회사의 자산 규모나 브랜드 인지도는 충분하지만 우리금융이 기대하는 실적 개선을 달성하려면 조직 정비가 수반될 수밖에 없다"며 "정리해고보다는 희망퇴직 형태로 점진적인 축소가 유력하겠지만, 내부 반발을 얼마나 관리하느냐가 과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사무금융노조 동양생명보험지부와와 ABL생명지부가 지난달 26일 서울 중구 우리금융그룹 앞에서 합동 투쟁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우리금융지주의 무책임한 인수 태도를 강력히 규탄하며 노동자들의 고용 보장, 단체 협약 승계 등 5대 핵심 요구사항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