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절벽' 마주한 새 정부…산적한 난제

대내외 악재에 굳어지는 '0%대' 성장
'통상 해법·내수 부양' 발 등에 불 시급

입력 : 2025-06-02 오후 4:43:17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6·3 대통령선거 직후 출범할 새 정부는 6개월 동안 한국 사회를 옥죈 계엄과 탄핵 터널에서 벗어나지만, 엄중한 경제 여건 속에서 출범합니다. 당장 출범과 동시에 통상 해법이라는 발등에 불부터 꺼야 하는 처지이며, 심각한 내수 부진 속에 성장 절벽이라는 현실과도 마주해야 합니다. 하지만 경제지표 악화와 장기간 정책 공백이 맞물리면서 경제 활력을 찾기 어려운 만큼, 정책 동력을 살리기도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내우외환의 경제 상황 속에서 한국 경제를 심폐소생해야 하는 새 정부의 어깨가 무거울 전망입니다. 
 
성장 멈춘 한국 경제…'0%대 성장' 현실로
 
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0.8%입니다. 이미 지난 1분기 -0.2%라는 역성장을 기록한 상황에서 남은 분기 아무리 정책 역량을 쏟아부어도 0%대 성장을 피할 수 없다는 게 통화당국의 판단입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9일 기자간담회에서 "당초 예상보다 성장세가 크게 약화했다"며 "향후 기준금리 인하 폭이 조금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도 했습니다. 
 
더욱 암울한 것은 다수의 해외 투자은행(IB)을 비롯한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점점 낮추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미 절반가량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대로 제시하는 등 한 달 만에 평균 전망치가 0.9%대까지 떨어졌습니다. 한은 전망치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0.3%를 제시한 곳도 있습니다. 
 
실제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국내외 41개 기관의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 분포는 0.3∼2.2%로, 평균 0.985% 수준입니다. 지난달 2일 조사 당시 42개 기관의 평균 전망치 1.307%보다 0.322%포인트 낮아졌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0.8%)·캐피털이코노믹스(0.5%)·씨티그룹(0.6%)·HSBC(0.7%) 등 절반이 넘는 21개 기관이 0%대 성장을 예상했습니다. 특히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랄은 1.0%에서 0.3%로 끌어내리면서 41곳 중 가장 낮은 전망치를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0%대 성장은 사실상 한국 경제가 성장을 멈췄다는 경고음으로도 읽힙니다. 통계청의 '4월 산업활동 동향' 지표만 봐도 실물경제가 얼마나 위축됐는지 알 수 있습니다. 지난달 국내 산업생산은 0.8%, 소비는 0.9%, 설비투자는 0.4% 각각 줄면서 석 달 만에 '트리플 감소'를 기록했습니다. 미국발 관세 충격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실물경제가 위축된 것인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이 장기화할 경우 경제지표 악화는 더욱 가팔라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경기 부양 수혈 필수…힘 받는 추가 추경
 
녹록지 않은 경제 여건 속에서 출범하는 새 정부는 일단 성장 절벽 앞에서 출발하게 됩니다. 내수 부진의 골이 깊어진 상황에서 미국 관세 충격까지 가시화하면서 경제 회복 불씨부터 마련해야 합니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1분기 역성장을 기록했기 때문에 올해 전반적으로 성장률이 좋아지긴 어려울 것"이라며 "오는 3분기부터는 본격적으로 관세정책의 영향이 올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가장 급하게 꺼야 하는 불은 통상 리스크입니다. 트럼프발 관세로 대미 자동차 수출이 급감하는 등 상호관세 협상은 차기 정부의 우선순위 과제입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제품에 대해서도 관세 도입을 예고한 데 이어, 철강·알루미늄 추가 관세를 예고한 만큼 수출 타격이 불가피한 게 현실입니다. 
 
또 다른 급한 불은 내수 부양입니다. 이미 장기간 침체의 늪에 빠진 내수는 좀처럼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긴급 대응책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극단적 정치 불안과 맞물린 소비심리 위축, 외식·자영업 전반을 옥죄는 배달 플랫폼의 수수료 갑질, 과도한 가계대출과 사교육비 등 구조적 난제들이 얽히고설키면서 오랜 시간 내수를 옥죄고 있어 구조개혁 역시 새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입니다. 
 
때문에 내수 부양을 위한 긴급 수혈로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필요하다는 게 정치권과 학계의 판단입니다. 국가부채가 급증하는 등 빠듯한 나라 곳간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단기적으로는 경기 부양용 추경이 불가피하다는 논리가 힘을 얻는 분위기입니다. 한 달 전 의결된 13조8000억원의 '필수 추경'이 산불 피해 복구 등 급한 불 끄기 성격이었다면, 새 정부에서 편성되는 2차 추경은 내수에 보다 방점이 찍힐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 교수는 "경제가 어려우니 대규모 추경은 필요해 보인다"며 "현재 소상공인들의 상황이 상당히 좋지 않기 때문에 적극적인 구조조정과 더불어 추경 편성을 통해 소상공인 지원 등 내수 부양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내수 부진 장기화 속 장바구니 물가가 들썩이는 가운데, 지난 1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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