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김성은 기자, 성남=김유정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집권하게 되면 국무총리와 기획재정부 장관 등 정부 요직에 자신과 가까운 이른바 친명(친이재명)계 인사는 중용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집권 초반 능력 중심의 탕평 인사를 통해 측근들보단 계파색이 옅은 인사들을 적극 기용하며 통합 행보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총리·기재장관 등 요직에…'실용주의' 원칙
2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 내부에선 집권 초반 차기 정부 내각 인선에서 중요 보직에 친명계 인사들을 중용하지 않는 기준을 정했습니다. 국정운영의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정권 초반 여론의 향배가 중요한데요. 이재명 후보가 '자기 사람'을 요직에 배제, 국정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포석으로 분석됩니다. 국민 통합을 강조하려는 의도로도 읽힙니다.
이재명 후보와 매우 가까운 한 중진 의원은 익명을 전제로 "구 친명은 명단에 없을 것"이라며 "후보와의 친소관계가 인선의 기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이재명 후보의 한 측근은 "예상대로 측근들이 밀렸다"며 "철저히 성과주의에 방점을 찍고 폭넓게 인선을 단행할 것으로 안다"고 전했습니다.
앞서 이재명 후보는 지난달 29일 당선 시 차기 정부 인사 원칙을 묻는 질문에 "인사가 만사다. 가까운 사람을 챙길 것이면 사업을 하지 정치를 했겠느냐"며 "(대통령) 권한을 위임받을 내각 구성원이나 대통령실 수석, 보좌관 등 공무원은 충직하고 유능한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또 전날엔 "유능하고 훌륭한 항해사들을 빨간 옷 입은 사람이든 파란 옷 입은 사람이든 가리지 말고 쓰겠다"며 보수 진영 인사들도 유능하다면 기용하겠다는 뜻을 나타냈습니다.
한 마디로 국민에 대한 충직함과 성과로 증명된 유능함을 인사의 기준으로 제시한 것인데요. 이재명 후보는 이날 성남시 성남주민교회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특정한 흠결이 있는 사람은 인선에서 제외하는) 배제 기준은 적용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수십 년 전에 실수했다고 해서 반성하고 새로운 삶을 사는 사람들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옳지 않다. 언제나 미래지향적으로 판단하려고 한다"고 했습니다.
이재명 후보 선대위의 핵심 관계자는 차기 정부의 인선 방향이 '능력과 실력이 우선'임을 거듭 강조하며 "친명계에서 (내각 인사로) 낼 사람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재명 당대표 시절 이 후보와 합을 맞추면서 신 친명 인사로 자리 잡은 한 의원은 "적재적소에 최고 유능한 인사들을 기용하겠다는 게 이재명 후보의 원칙"이라며 "친명계와 비명(비이재명)계 등 계파도 생각 안 한다. 일을 잘하는 사람을 기용하는 인사 원칙을 갖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2일 경기 성남주민교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캠코더·서오남 등 부정적 신조어…첫 내각 실패 땐 민심 '요동'
역대 정부에서 대통령 취임 이후 첫인사는 대통령의 국정철학이 가장 많이 반영될 수밖에 없습니다. 역대 대통령의 첫인사 기조를 요약한 신조어도 등장했는데요.
이명박정부 땐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강부자(강남·부동산 자산가), 박근혜정부 땐 성시경(성균관대·고시·경기고) 인사라는 말이 떠돌았습니다. 문재인정부 초기 인사는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와 여민호(여성·시민단체·호남)으로 요약됩니다. 윤석열정부의 인사를 두고는 서오남(서울대·50대·남성)으로 불리는데요. 여기에 검찰 출신 인사들이 대거 등용되는 특징도 보였습니다.
새 정부의 초대 내각을 구성하는 일은 국정운영 방향과 능력을 가늠할 첫 시험대입니다. 국무총리와 부처 장관 등 중요 자리에 어느 인사를 배치하느냐에 따라 민심이 요동치기 때문인데요. 그야말로 집권 초기 인사 난맥은 지지율 하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힙니다.
예를 들어 이명박정부는 2008년 2월에 발표한 1차 조각에서 남주홍 통일부 장관 후보자, 박은경 환경부 후보자, 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부동산 투기와 위장전입 의혹으로 휘청거리다 국회 인사청문회 후 임명 철회로 한꺼번에 낙마한 일이 있었습니다.
박근혜정부의 초대 내각 인사도 각종 의혹에 휩싸이며 이명박정부의 첫 내각과 판박이였습니다. 당시 김용준 국무총리 지명자는 부동산 투기와 아들 병역 면제 의혹이 증폭되면서 지명 5일 만에 자진 사퇴했습니다. 내각 인사는 아니지만,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은 방미 수행 중 성추행 혐의를 받고 전격 경질되기도 했습니다.
문재인정부에서는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대엽 노동부 장관 후보자도 여론의 압박 속에 물러났습니다. 윤석열정부에선 취임 이후 두 달 동안 초대 내각 인선을 완료하지 못했습니다. '아빠 찬스' 논란을 빚었던 김인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사퇴한 이후 윤석열정부 인사들은 번번이 의혹을 해명하지 못한 채 낙마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성남=김유정 기자 pyun979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