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새 정부의 큰 숙제 중 하나는 '인공지능(AI) 골든타임' 지켜내기입니다. 전 세계 AI 기술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앞서 대선 캠프에서도 'AI 3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한 청사진이 제시된 바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이 같은 선언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AI 데이터센터, 반도체, 서버 등 핵심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투자뿐만 아니라 인재 양성과 산업 활성화, 균형을 맞춘 법제화가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AI 산업·인재 육성…"AI로 국가 혁신"
새 정부는 AI를 국가 성장 동력으로 삼아 전방위적 산업 육성에 나선다는 계획입니다. AI를 공공과 사회 전반에 활용해 혁신을 촉진하고, 동시에 윤리와 안전을 보장하는 규제 체계도 마련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우선 AI 기반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데이터센터와 초고속 네트워크 등 인프라를 구축하고, AI 반도체와 AI 서버 등 핵심기술 산업 육성을 지원합니다. 또한 제조업, 금융, 의료, 농업 등 산업 전반에 AI 활용을 확대하고, AI 스타트업을 육성해 AI 산업 생태계를 조성할 계획입니다. 공공부문에도 AI를 본격 도입해 행정·복지 등 공공서비스를 혁신해 AI를 국가 혁신 엔진으로 삼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AI 인재 양성도 강화합니다. 초·중·고·대학 단계별 AI 기초교육을 체계화하고, AI 전공과 교육 과정을 확대해 전문 인력 저변을 넓히기로 했습니다. 아울러 윤리와 안전 문제를 위해 AI 윤리 기준과 안전 규제 체계를 마련하고, AI의 공정성과 책임성을 담보하는 ‘AI 기본법’ 제정도 추진합니다. 이를 통해 AI가 사회 전반에서 신뢰받으며 활용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정부는 앞서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을 총지출의 5%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공약했으며,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데이터센터 등 AI 필수 인프라 확보를 위해 100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도 포함시켰습니다. 정부는 연내 첨단 GPU를 1만장 이상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이미 테슬라·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보유한 GPU 규모와 비교하면 아직까지 열세에 머물러 있는 상황입니다.
"AI 골든타임, 장기 로드맵·인재 양성이 열쇠"
국내 현실을 보면 국내 AI 대학원들조차 GPU가 부족해 연구를 포기하거나 주제를 축소해야 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인 모습일 뿐입니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GPU 확보만으로는 ‘AI 골든타임’을 지켜내기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특히 민간으로까지 눈을 돌리면 GPU보다 더 근본적으로 필요한 건 인재 양성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의 '주요국 AI 인재 양성 및 유치 정책: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는 국내 AI 인재 질적·양적 확대와 산하 협력, 혁신 클러스터를 통한 정착 환경 조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합니다.
강정수 미디어스피어 AI 연구센터장도 "민간에서 중요한 건 돈이 없는 게 아니라 인재가 없는 거다"며 "대학에서 자유롭게 AI를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이 전혀 아니기 때문에 인력이 해외로 유출되고 있고 국내 기업은 AI 인재를 구할 수 없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기존 인프라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딥시크 쇼크’ 이후 정부가 급하게 GPU 1만~1만5000장 규모 확보 계획을 추진했지만, 전문가들은 "GPU만으로는 부족하다"고 강조합니다. 예산 900억원을 들여 GPU 2184개를 갖춘 AI 데이터센터조차 예산 부족으로 절반 가까운 GPU가 가동되지 못하는 현실은 정부의 선언과 현장의 괴리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전문가들은 단기 성과를 강조하기보다는 장기적이고 구체적인 로드맵을 통해 ‘단계별 투자·인프라·인재 양성’을 종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안정적이지 못한 R&D 예산 정책 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됩니다.
AI 업계 관계자는 "알파고 이슈 때도 예산이 늘었다가 관심이 식으니 줄어들고, 최근 다시 AI 이슈가 부각되니 또다시 예산 확대 얘기가 나온다"며 "이렇게 이슈 따라 고무줄처럼 예산이 편성되면 안정적인 성장과 산업화는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새 정부가 '인공지능(AI) 골든타임'을 지켜내겠다며 AI 3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한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전문가들은 선언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미지=뉴시스)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