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숨소리)사라졌던 한국 황새의 부활

입력 : 2025-06-05 오후 1:39:15
둥지를 떠난 어린 황새들이 충남 예산군 농경지에서 원형의 '황새 꽃'을 이루며 어미 새(가운데)가 뱉어놓은 먹잇감을 받아먹고 있다. 
 
황새(Oriental Stork, Ciconia boyciana)는 한때 한반도에서 자취를 감췄던 새입니다.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이자 국가자연유산 제199호로 지정이 되어 있지요. 예로부터 황새와 두루미를 상서로운 존재로 여겼고, 관학(?鶴)이라 하여 자수나 민화, 그림 속에서도 자주 등장했어요. 짝을 맺은 황새 한 쌍은 평생을 함께하며 농촌 마을의 수호신으로 사람들과 친숙하게 살아왔어요. 유럽에서도 황새는 아기를 원하는 가정에 새 생명을 안겨다 주는 존재로 여겨지며, 다산다복(多産多福)의 상징으로 사랑받고 있어요. 
 
황새는 몸길이가 112cm로, 몸 전체가 흰색이고 날개깃은 검은색이에요. 날개를 접으면 마치 검은 꼬리를 가진 듯 보이지만, 실제 꼬리깃은 흰색이지요. 두껍고 끝이 뾰족한 검정색의 부리를 가졌고, 눈 주위와 다리는 붉은색을 띄고 있어요. 황새는 주로 물고기와 양서·파충류를 사냥하는 육식성으로 겉모습은 두루미와 비슷해 보이지만, 유전적으로는 독수리와 같은 같은 맹금류와 더 가까운 친척이에요. 넓은 습지에 서식하는데, 나뭇가지로 지은 큰 둥지에서 번식하지요. 
 
도시화와 산업화로 인해 한국과 일본에서는 자연 습지가 많이 사라졌어요. 여기에 농약과 화학비료의 과다 사용으로 황새는 지난 50여년간 러시아와 중국 일부 지역을 빼면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어요. 한국에서는 1971년 충북 음성군 생극면에서 마지막 황새 한 쌍이 발견됐지만 수컷은 밀렵꾼의 총에 맞아 죽었고, 암컷은 창경원을 거쳐 서울대공원으로 옮겨졌다가 1994년 생을 마감했어요. 현재 동북아시아에 남은 황새 개체수는 약 2500여마리 정도예요. 
 
한편, 유럽과 아프리카를 오가는 유럽황새(White Stork, Ciconia Ciconia)는 약 70만마리 정도로, 비교적 안정적인 개체수를 유지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왜 동북아의 황새만 멸종의 위기에 처한 걸까요? 가장 큰 이유는 서식지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에요. 황새는 습지에 의존하는 새인데, 한국·중국·일본의 습지 건강도가 유럽에 비해 좋지 않기 때문이죠. 특히 논농사가 발달한 동북아에서는 농약과 화학비료의 과다 살포가 황새 개체수 급감에 결정적인 원인이 되었어요. 
 
황새 수컷이 새끼들에게 사냥해 온 먹이를 부리를 통해 전달하고 있다. 
 
과거에 논은 생물다양성의 보고였어요. 유기농 방식에 가까웠던 시절 논에는 개구리와 미꾸라지, 붕어, 민물새우, 우렁이, 메뚜기 등 다양한 생물이 함께 살았어요. 60여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벼를 수확하기 전에 이 생물들을 잡아서 먹기도 했지요. 습지 생물들과 사람이 공존하고 있었던 거예요. 먹이가 풍부하니 자연스럽게 황새도 함께 살아갈 수 있었어요. 오늘날엔 이 모든 것이 사라졌어요. 논에 서식하던 대부분의 생물이 사라졌고, 황새도 그 터전을 떠날 수밖에 없었어요. 황새가 사라진 들녘은 인간의 건강한 삶에도 경고장을 내민 셈이에요. 
 
여전히 논농사가 중요하게 지리 잡고 있는 한·중·일은 농약의 위험성과 화학비료의 한계를 인식하고, 친환경 농법으로 전환하고 있어요. 동시에 사라진 황새를 복원하고 그 적응 과정을 인간의 건강한 삶과 연결 지으려는 연구도 활발해졌어요. 한국에서 황새 복원의 첫걸음은 고(故) 김수일 박사(전 한국교원대 생물교육과)가 내디뎠어요. 1996년 다큐멘터리 <황새야, 황새야!>가 큰 반향을 일으켰고, 이 프로그램을 진행한 김 박사는 같은 해 한국교원대에 황새복원센터를 세웠어요. 이후 2015년 국가 차원의 예산 황새복원센터가 설립 되었고, 같은 해 황새 6마리를 처음으로 자연에 방사했어요. 
 
한국교원대와 예산군이 이를 주도하고 한국전력과 LG상록재단이 후원에 나섰어요. 예산 황새공원 주변에는 황새 둥지탑이 곳곳에 설치됐어요. 지역 농민들도 유기농으로 전환하면서 황새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을 함께 마련해갔지요. 이듬해부터 자연 부화한 황새의 수도 점차 늘어났고, 일본과 중국의 야생 황새와 교류하면서 유전적 다양성도 회복하고 있어요. 2021년 충남 천수만에서 방사한 황새가 자연 둥지를 짓고 첫 부화에 성공하더니, 2022년에는 경남 창녕 우포늪에서도 자연 부화 사례가 이어졌어요. 이제 황새는 예산 황새공원의 시범 공간을 넘어 전국에서 자연 부활하고 있어요. 
 
물론 황새 개체수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들이 안정적으로 살 수 있도록 습지의 서식 환경을 먼저 되살려야 해요. 쌀 소비량이 줄고 있는 시대에 수확량 위주의 대량생산보다는, 모든 생물이 공존할 수 있는 유기농 중심의 농업 전환이 절실합니다. 기존의 강력한 화학농약 대신 비교적 덜 유해한 생물학적 방제법으로 대체하는 노력도 함께 이루어져야 해요. 황새가 살 수 없는 논은 결국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이 살 수 없는 곳이기 때문이에요. 
 
글, 사진= 김연수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겸임교수 wildik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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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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