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강력한 금감원장, 그 후

입력 : 2025-06-05 오후 4:00:18
유례없는 위세를 떨치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3년 임기를 마치고 5일 퇴임했다. 6·3 대선으로 새로운 정부가 탄생했지만 적어도 한 달 이상은 인선 작업이 걸릴 것으로 보여, 적어도 7~8월까지 금감원장 공석은 이어질 수 있다. 최연소 금감원장으로 기록된 그는 적지 않은 족적을 남겼다. 레고랜드 사태, 흥국생명 콜옵션 미행사로 인한 시장 불안,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전세 사기, 그리고 최근 홈플러스의 회생 신청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 논란까지 대규모 경제 사건에 시의적절하게 대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을 받은 김범수 전 카카오 대표를 포토라인에 세우면서 금감원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의 존재를 시장과 대중에 각인시켰다. 다만 공매도 시기, 상법 개정안 등을 두고 정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며 시장에 혼란을 초래했다는 평가도 있다. 
 
그는 첫 검찰 출신 금감원장으로 이른바 '윤석열 사단의 막내'로 분류되며 사실상 윤석열정권과 임기를 같이했다. 그는 2006년 현대자동차 비자금, 외환은행 론스타 헐값 매각 사건 수사,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2016년과 2017년 국정 농단 수사를 윤석열씨와 함께한 것으로 유명하다. 용산과 직접 소통하고 있다는 소문 탓에 그가 하는 말이 정부 방침으로 해석됐다. 이에 따라 100번에 가까운 백브리핑과 인터뷰 등에서 나온 그의 발언과 행동은 매번 언론의 뜨거운 관심사였다. 어록도 많다. '매운 맛을 보여주겠다', '직을 걸겠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임기를 채우는 게 좋다'는 등의 다분히 의미를 담은 메시지는 두고두고 업계에 회자되곤 했다. 
 
짧지 않은 퇴임사를 통해 그는 △금융 개혁을 통한 성장 동력 및 생산성 확보 △디지털 전환 △공유와 협업 △업무 방식·범위 확장 △시장 및 언론과 적극적 소통을 직원들에 주문했다. 동시에 "너무 이른 시기에 양보를 강요받게 된 선배님들, 이미 상당한 성과를 이루었음에도 '더 빨리 더 높이'를 요구하는 원장의 욕심을 감당한 임직원에 감사한다"고 했다. 더불어 "경직된 태도와 원칙에 대한 집착으로 부담과 불편을 느꼈을 유관 기관 담당자에게 송구하다"며 조직 관리에 대한 아쉬움과 사과를 내비쳤다. "금융이 '심리'라면, 금융감독은 '메시지'"라는 문구도 인상적이다. 그는 "명료한 메시지 전달을 통해 금융시장의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 금감원의 중대한 역할"이라며 "시장과의 소통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3년간 시장은 '센 금융감독'을 몸소 경험했다. 누군가는 금감원의 위상이 높아졌다고 한다. 금융위가 금감원의 상급 부처임에도 불구하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것처럼 보여, 금감원장을 노리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금융 정책과 다양한 사안에 대한 금감원의 입장과 금감원장의 소신 표출이 시장에 얼마나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는지 돌아볼 일이다. 다만 누군가의 후광 없이 저렇게 자신감 있는 행보가 가능했을까, 어떠한 배경 없이 강력한 감독 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까라는 의문이 든다. '누구누구의 후배, 누구누구와 소통하는 사이' 같은 정치적 배경이나 행동에 별도의 해석이 필요 없는, 금융 질서 제고와 한국 금융 선진화를 위해 강력한 감독 업무를 이끌어줄 금감원장을 기대하는 건 꿈같은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이보라 증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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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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