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매년 새마을금고에서 금융사고가 반복되면서 사전 예방보다는 사후 조치에만 집중하는 '땜질식 처방'이 계속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의 직접적인 감독을 받지 않는 만큼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새마을금고는 금융 전문 감독기구가 아닌 행정안전부의 감독을 받고 있습니다. 농협, 신협, 수협, 산림조합 등 유사한 성격을 가진 상호금융기관들이 모두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을 받는 것과 달리, 새마을금고만 유일하게 금융당국의 감독 체계 밖에 있어 제도적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는 견해가 많습니다.
현행법에 따르면 새마을금고는 주무부처인 행안부의 감독을 받으며, 신용·공제 사업과 관련해서도 금융위원회와 협의를 거친 간접적인 감독만 이뤄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전국에 약 1300여개에 달하는 새마을금고가 모두 독립된 법인 형태로 운영되다 보니, 각 금고가 자체적인 권한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새마을금고중앙회 역시 실질적인 통제력을 행사하는 데 한계가 있는 실정입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박정현 민주당 의원이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새마을금고 금융사고 현황'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새마을금고에서 발생한 횡령·배임 등 금융사고 규모는 총 404억1300만원에 달합니다. 같은 기간 저축은행업권은 566억원, 손해보험업권은 198억원으로 집계되며, 새마을금고는 주요 금융업권과 비슷한 규모의 사고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체계적인 관리와 대응이 미흡한 상황입니다.
또한 지난달 23일에는 부동산 개발업자가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새마을금고에서 2019년부터 5년간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유령 법인 20여곳을 만들어 총 1716억원을 부당하게 대출받은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앞서 2023년에는 서울 지역 새마을금고에서도 700억원 규모 부당대출 사건이 발생한 바 있으며, 지난해 10월에는 경기도 안양시 새마을금고에서 이사장이 고의로 회원들의 개인정보를 외부 업체에 유출하는 사고도 있었습니다.
유동수 민주당 의원과 같은 당 윤준병 의원은 지난해 12월 새마을금고에 대한 금융당국 감독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새마을금고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습니다. 그러나 해당 법률이 행안위 소관이라는 점에서 개정 절차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법안을 발의하더라도 행안위에서 이를 심사해 국회에 올려야 본회의 통과 절차가 진행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유사한 법안이 발의됐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됐습니다.
국회 한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이후 많은 일들이 일어나면서 법안 논의에 진척이 없는 상태"라며 "법안 자체가 행안위 소관이어서 정무위 의원들이 발의해도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과거부터 새마을금고법 개정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개정되지 않았다"며 "행안부 입장에서는 감독 권한을 나누거나 뺏기는 게 기분 좋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오는 10월부터 2027년 1월까지 내부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90억원을 투입해 '검사종합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입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개편마저도 사후 조치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이상복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금융 전문성이 떨어지는 행안부는 권한을 내려놓지 않고 있다"며 "사후 조치에 초점이 맞춰진 검사 시스템 개편보단 책무구조도를 제출하도록 하는 게 더 효율적일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금융당국 감독 사각지대에 있는 새마을금고에서 매년 금융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에 위치한 한 새마을금고 본점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