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서학개미(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테슬라 등 개별 기술주를 매도하고, 단기 반등을 노리며 레버리지 ETF를 사들이고 있습니다. 원달러 환율 하락과 미국 배당세 리스크가 맞물리면서 수익률 방어 중심의 간접투자 전략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1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6월10일부터 16일까지 서학개미들은 테슬라 주식을 1억3255만달러어치 순매수했으며, 이보다 큰 금액인 2억7397만달러어치를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2X 셰어즈(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2X 셰어즈(TSLL))'에 투자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전체 해외 종목 중 가장 높은 순매수 금액입니다.
서학개미들은 5월 미국 주식을 13억1085만달러 순매도한 데 이어 6월2일부터 16일까지도 137억7035만달러어치 매도하고 137억2866만달러어치 매수해 약 4170만달러 규모의 순매도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 기간 테슬라(15억2048만달러), 반도체 3배 레버리지 ETF SOXL(13억6196만달러), TSLL(9억5330만달러)을 중심으로 매도세가 집중된 것으로 집계됩니다. 그러나 테슬라 급락일인 6월 6일(결제일 기준 10일)에는 오히려 TSLL을 1억8681만달러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단일일 기준 가장 많은 순매수 종목으로 기록됐습니다. 단기 저가 매수를 노린 전략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됩니다.
TSLL은 6월2일부터 16일까지 4억5814만달러가 순매수되며 강한 수요가 지속되는 모습입니다. 같은 기간 써클(Circle Internet)은 1억2587만달러, 디렉시온 반도체 베어 3X ETF(SOXS)는 1억989만달러 순매수돼 각각 2위, 3위에 올랐습니다. 미국 기술주 전반에 대한 기대와 함께 특정 종목의 레버리지 ETF를 통한 전략적 대응이 강화된 것으로 분석됩니다. 국내 투자자들이 테슬라 자체의 상승 여력보다는 단기 반등에 베팅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조정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환율 하락도 전략 변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됩니다. S&P500이 연초 대비 2.6% 상승하는 동안 원달러환율은 1472.5원에서 1350원대로 약 8% 하락하면서 환차손에 대한 우려가 커졌습니다. 실질 수익률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자금 회수 혹은 ETF 전환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세제 변화도 투자 방식을 바꾸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부터 해외 ETF 배당에 대한 원천징수 과세가 적용되면서 ISA·연금계좌 활용 혜택이 줄었고 트럼프 행정부가 외국인 배당소득세율을 15%에서 최대 35%까지 인상하는 법안을 추진 중인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한편 외화증권 보관금액은 6월 현재 1217억달러(약 166조원)로 사상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일부 자금은 미국 국채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5월 미국 국채 순매수는 15억2605만달러로 전월 대비 24% 증가했습니다. 국채 금리가 5%에 근접한 상황에서 저가 매수 기회로 판단한 흐름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됩니다.
전반적으로 증시 수급이 레버리지 중심으로 재편되고 환율 및 정책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ETF 및 채권 중심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이주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는 공급망 재편의 과도기로 미국이 달러 고평가 해소를 위해 달러 약세를 유도할 가능성이 크다"며 "달러 하락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수 있으며 미국 채권 중심의 자금 흐름도 지속될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김성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기 둔화 흐름이 지속되는 가운데 S&P500 기업들의 EPS(주당순이익) 추정치가 하향 조정되고 있다"며 "하반기 경기 반등 가능성이 제한적인 만큼 리스크 분산을 위한 ETF 및 채권 중심의 자산 배분 전략이 유효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