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준비금 10억원…업계 "은행만 가능할 것"

자본 요건 상향에 업계 '진입장벽' 우려
준비자산·감사 의무 강화로 발행자 책임 확대
디지털자산위원회 설치…이르면 7월 법안 발의

입력 : 2025-06-17 오후 2:45:19
[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에게 최소 10억원 이상의 자기자본을 요구하고, 한국은행의 감독 권한을 명문화한 ‘디지털자산 혁신법’이 민주당 중심으로 이르면 7월 발의될 예정입니다. 업계는 이 같은 요건이 스타트업 등 자금력이 부족한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제한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디지털자산 혁신 법안 공개 설명회’를 개최하고, 주요 조문과 쟁점 사항을 공개했습니다. 이 자리에 김효봉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도 참석해 세부 조항에 대해 해설했습니다. 

스테이블코인 자본금 10억원 상향
 
가장 큰 변화는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가치안정형 디지털자산' 발행자에 대한 인가 요건 강화입니다. 새 법안은 해당 자산 발행자에게 최소 10억원의 자본금을 요구하며, 향후 대통령령으로 이 기준이 상향될 가능성도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지난 10일 민병덕 의원이 발의한 ‘디지털자산 기본법안’의 자본금 요건 5억원보다 더 강화된 수준입니다. 
 
높은 자본금이 스타트업 같은 기업에게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이어져왔음에도 이번 법안은 기준을 더 높였습니다. 법안의 취지에 따르면 발행 규모가 클수록 자본 요건은 더 높아질 수 있습니다. 또 외부 거래소 등에서 유통되는 디지털자산에 대해서는 더 높은 자기자본 기준이 단계적으로 적용될 수 있습니다. 즉, 발행 규모와 유통 범위가 늘어날수록 시장 위험과 소비자 보호 책임 또한 커져 강화된 요건이 추가로 부과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날 설명회에는 업계와 학계 관계자들도 다수 참석했는데요. 현장에선 "발행 요건 강화로 인해 돈 많은 기업이나 은행만 발행을 계속 유지하거나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효봉 변호사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국민 경제와 이용자 보호에 직결되는 사안이므로, 일정 수준 이상의 리스크를 감당할 자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법안은 또 발행자에게 준비자산 유지 의무를 부여합니다. 준비자산은 발행된 디지털자산의 미상환 총액 이상이어야 하며, 발행자는 이용자 상환 요청에 즉시 대응할 수 있도록 유동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아울러 감사보고서 제출은 매월 1회 이상, 외부 감사는 연 1회 이상 의무화됩니다.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디지털자산 혁신 법안 공개 설명회’를 개최하고, 주요 조문과 쟁점 사항을 공개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용자 보호·시장 참여자 신뢰 초점"
 
디지털자산 시장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한국은행의 역할도 명시됐습니다. 평상시 한국은행은 디지털자산 발행자에게 자료 제출을 요구하거나 금융감독원에 검사를 요청할 수 있으며, 긴급 상황에서는 금융위원회에 의견을 제출할 수 있는 권한도 갖게 됩니다. 다만, 직접 검사 권한은 명시되지 않아 실질적 영향력은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법안은 금융위원회 산하에 ‘디지털자산위원회’를 설치해 정책과 규제를 총괄하게 할 계획입니다. 해당 위원회는 20~30인 규모로 구성되며, 과반수 이상을 민간 전문가로 채워 시장 의견을 반영하도록 설계됐습니다. 
 
디지털자산 사업자는 △지급이전업 △커스터디(보관관리업) △매매·교환대행업 △자문업 등으로 세분화돼 각각의 라이선스 체계 아래에서 규제를 받게 됩니다. 단, 지급이전업자의 경우 디지털자산을 일시적으로 보관하거나 수합하는 부수적 행위는 별도의 라이선스 없이도 허용되지만 관련 규제는 여전히 적용됩니다. 
 
또한 발행 디지털자산에 대한 백서 공시 의무도 도입됩니다. 국내 발행 자산은 발행자가 법정 협회에 백서를 제출해 통합 공시 시스템에 게시해야 하며, 해외 발행 자산 역시 일정 요건을 충족한 설명서를 등록해야 합니다. 
 
이근주 한국핀테크산업협회 회장은 “이번 법안은 금융 규제 원칙에 기반을 두되, 디지털자산의 특성을 반영해 유연하고 미래 지향적인 제도 체계를 마련하고자 했다”며 “이용자 보호와 시장 참여자 간 신뢰 확보에 초점을 맞췄다”고 평가했습니다. 
 
정무위 소속 유동수·이정문·이강일 의원도 법안의 시급성과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며, 새로운 법 체계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정치권은 이번 법안을 단순한 산업 관리나 수수료 규제 차원을 넘어, 한국 디지털금융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핵심 인프라 구축의 시작점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금융위 개편 이슈, 산업계 이해관계, 시장 수용성 등을 고려할 때 실질적인 입법까지는 상당한 논의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디지털자산 혁신 법안 공개 설명회’를 개최하고, 주요 조문과 쟁점 사항을 소개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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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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