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2025 경영전략 컨퍼런스)트럼프 통상정책, 통상 아닌 정치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기조연설
"정부에 의존하기보다 기업이 독자적인 전략 판단할 수 있어야"

입력 : 2025-06-24 오후 5:54:54
이 기사는 2025년 06월 24일 17:54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트럼프의 관세정책은 단순한 통상문제를 넘어 세계 경제 질서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전략이다. 지금은 위기를 진단하고, 그 안에서 기회를 선별해 쟁취할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조연설 하는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사진=IB토마토)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24일 <IB토마토>가 ‘고율관세 시대,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법'을 주제로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개최한 <2025경영전략 컨퍼런스> 기조연설자로 참여해 이같이 말했다.
 
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신제국주의적 통상 전략”이라고 규정하며 “트럼프는 자국 중심의 경제 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국가별 관세율 차이를 문제 삼아 고율관세 부과를 정당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가 언급한 ‘가장 아름다운 단어’가 ‘관세(Tariff)’라는 것은 상징적”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김 교수는 “트럼프는 미국의 무역·재정 적자를 해결하고, 제조업 부흥과 일자리 창출을 명분 삼아 전방위적인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이러한 정책이 미국의 경쟁력을 회복하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대중 선동 효과는 크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트럼프의 정책은 철강, 반도체, 자동차 등 민감한 품목에 대한 보편적 고율관세 부과로 확산되고 있으며, 이는 기존 세계무역기구(WTO) 다자간 통상질서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상호주의 개념도 왜곡돼 ‘네가 관세를 높이면 나도 높이겠다’는 방식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문제는 미국이 단순히 관세만 올리는 게 아니라, 해외직접투자(FDI)와 공급망 통제까지 병행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최근 마이크론의 2000억달러 투자 발표는 다른 외국 기업들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한국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는 단기 관세 대응 차원이 아닌, 장기적인 전략적 판단이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트럼프의 대중 강경책에 중국 역시 미국 국채 매각, 희토류 수출 통제 등으로 맞대응하는 형국”이라며 “양국 간 무역 갈등은 장기전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으며, 이는 글로벌 공급망에 거대한 충격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유럽연합(EU) 역시 미국 못지않게 보호무역을 강화하고 있다”며 “CBAM(탄소국경조정제), 핵심원자재법, 외국 보조금 규제 등 각종 수입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은 단순히 시장 확대가 아니라 규제 대응 능력과 리스크 관리에 방점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한국 기업들이 취해야 할 전략은 ‘이윤 극대화’보다 ‘손실 최소화’, ‘마케팅’보다 ‘규제 관리’에 방점을 찍는 것”이라며 “미중·미EU 갈등이라는 불확실성 속에서 기민한 대응이 생존을 좌우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김 교수는 이어 “한국 정부는 무조건적인 방어 대응보다 전략적 공세도 필요하다”며 “예컨대 미국이 조선 산업 협력을 요청한다면, 우리 기술 인력 유출 문제를 감안한 적극적인 조건 협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 리스크는 미국보다도 더 크다”며 “추가적인 대중국 비즈니스 확대는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기업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그는 “정부 지원에 의존하기보다 기업이 독자적인 전략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하며, 무역이 어렵다고 해서 현지 투자로 무작정 방향을 틀기보다는 중장기 리스크를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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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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