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지난 24일 오후, 서울역 9번 승강장으로 푸른빛을 띠는 고속열차가 들어왔습니다. 유려한 곡선 디자인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현대로템이 4년 만에 선보이는 KTX-이음 2세대 모델이 위용을 드러내는 순간이었습니다.
서울역 9번 승강장으로 들어오는 현대로템의 KTX-이음 2세대 모델. (사진=현대로템)
KTX-이음은 국내 최초의 동력분산식 고속철도 차량입니다. 동력분산식은 동력차가 앞뒤로 있는 기존의 동력집중식과 달리, 모든 차량에 동력·제동 장치가 장착돼 가·감속이 유리합니다. 우리나라처럼 노선이 짧은 곳에 더 적합하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이번에 시승한 2세대 모델은 2021년 12월에 수주한 총 84량(6량 1편성) 규모 사업의 일환으로, 1세대보다 진동과 소음, 승차감 부분에서 개선이 이뤄졌습니다. 앞선 1세대 모델은 2016년 계약돼 2021년부터 총 114량이 운행 중입니다.
개발사인 현대로템이 지난해 10월 출고해 차량 시운전 및 테스트를 거쳤고, 국토교통부 철도운행안전과에서 인증받아 지난 13일 최종 납품됐습니다. 시운전 중인 열차를 타고 서울역에서 광주송정역까지 이동했습니다.
6량 1편성 규모로 전체 길이는 150.5m인 KTX-이음 2세대는, 객실 내부 천장에 외부 소음을 막아주는 차음판을 추가했습니다. 특히 각 좌석 앞쪽에 무선충전기 2개 외에 220V 콘센트 2개, USB C타입 포트와 A타입 포트가 각각 2개씩 배치돼 고객 편의성을 높였습니다.
현대로템 KTX-이음 2세대 열차 내부 좌석 모습. (사진=현대로템)
객실 팔걸이 하부에는 콘센트와 USB C타입, A타입 포트가 각각 2개씩 마련됐다. (사진=이명신 기자)
최고 영업 운행 속도가 260km/h로 시험 운행 당시 시속 255km/h까지 속도를 올렸지만, 약간의 흔들림 외에 진동과 소음이 덜 느껴졌습니다. 현대로템은 이전 모델 대비 소음이 20% 정도 개선됐다고 밝혔습니다.
안전도 강화했습니다. 앞차와의 거리, 선로 상태 정보 등을 수신해 차량 운행을 돕는 열차자동방호장치(ATP)도 국산화해 탑재했습니다. 1만년~10만년에 한 번 고장날 정도로 높은 안전 수준을 지닌다는 안전무결성 기준(SIL)의 최고 등급인 4레벨을 획득하기도 했습니다.
조기 납품된 KTX-이음은 협력 업체들과의 긴밀한 소통의 결과물이기도 합니다. 공명상 현대로템 고속&SE 실장은 “300여개 부품업체와 공급망 관리, 프로젝트 매니징, 빠른 의사결정, 긴밀한 소통으로 시험 검증에 시간을 많이 벌 수 있었다”고 답했습니다.
KTX-이음 2세대 모델 객실 내부엔 스크린이 6개로 추가돼 승객들이 정차역을 더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사진=현대로템)
김정훈 현대로템 레일솔루션사업본부장이 KTX-이음 2세대 차량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명신 기자)
현대로템은 국내 첫 동력분산식 모델인 KTX-이음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김정훈 현대로템 레일솔루션사업본부장은 “지난해 우즈베키스탄 고속철 수출 사업은 유지보수 측면에서 코레일과 현대로템이 ‘원팀’을 이뤘다”며 “중동과 동유럽 국가에서 추가 기회가 예상된다”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