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프라임] 기습적 대출 규제…위헌·위법 요소 없나

입력 : 2025-07-02 오후 5:09:46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정부가 대출 차주의 소득이나 주택가격과 무관하게 대출 총액에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전례 없는 대출 규제를 시행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6월27일 수도권 및 부동산 규제지역을 대상으로 고강도 가계대출 규제 대책을 발표했고, 발표 다음날인 28일부터 곧바로 시행했습니다.
 
이에 따라 수도권과 규제지역에서 주택을 구입할 때 6억원을 초과해 주택담보대출(주담대)를 받을 수 없게 되었고, 해당 지역 내 다주택자의 경우 주담대가 원천 금지됐습니다. 주담대를 받아 수도권 주택을 구입할 경우에는 6개월 이내에 그 주택에 실제 거주해야 하는 전입 의무가 부과되었습니다.
 
기존 주택을 담보로 한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담대 한도도 최대 1억원으로 축소되었습니다.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 대상 주담대의 담보인정비율(LTV)도 기존 80%에서 70%로 낮아졌고, 디딤돌·버팀목대출 등 정책대출의 한도를 종전 대비 최대 1억원까지 축소됐습니다.
 
기습 대출 규제에 대혼란
 
대책 발표 직후 은행과 부동산중개사무소에는 문의 전화가 쏟아졌고, 이미 매매를 진행 중이던 일부 수요자들은 계약 일정을 앞당기거나 계약을 취소하는 사례까지 나타났습니다. 은행권에도 혼란이 이어졌습니다. 새 규제를 반영하기 위한 전산 작업 때문에 모바일·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대출 접수를 중단하기까지 했습니다. 갑작스러운 온라인 창구 폐쇄로 인해 당분간 대출 실수요자들의 불편이 불가피해졌습니다.
 
초고강도 대출 규제가 기습적으로 발표되고 발표 다음날 즉시 시행되면서 절차적 문제가 도마에 올랐습니다. 정부가 국민에게 사전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대비할 수 있는 유예 기간을 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집을 마련하려고 대출을 계획했던 실수요자들은 하루아침에 대출 한도가 대폭 축소되면서 주거 마련과 이동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되었습니다.
 
서울시내 시중은행에 주택담보대출 관련 현수막이 걸려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국민 알권리 무시한 것"
 
일반적으로 금융관련 규제 변경은 행정예고 등을 통해 국민 의견 수렴과 준비 기간을 거치는 것이 관례입니다. 그런데 가계대출 규제는 금융위원회 고시나 행정지침 형태로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법령 개정이 아닌 아닌 행정규칙이나 내부지침이기 때문에, 국회 통과 없이도 시행할 수 있습니다. 행정절차법 제21조에 따르면 행정청은 국민의 권리·의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처분을 할 경우 미리 예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긴급한 사정이 있는 경우' 예고 생략이 가능하다는 단서조항이 있는데요. 절차상 위법 소지는 있지만, 정부가 '시장 안정'을 이유로 긴급성을 주장하면 위법성이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금융당국도 시의성을 이유로 절차상의 여유를 두기 어려웠다는 입장입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에 참석해 "대책을 발표한다고 미리 말하면 한 달 동안 대출 수요가 엄청나게 몰린다"며 "주택시장 또는 가계부채 상황이 그렇게 시간을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서울 시내 부동산 중계업소의 모습. (사진=뉴시스)
 
재산권·주거이전권 침해 소지
 
금융소비자는 이미 대출을 받기로 약속했거나 매매계약을 약속한 상태에서 재산상의 불이익을 입게 됩니다. 갑작스러운 규제로 인해 계약 이행이 어려워지고, 손해를 입게 된다면 헌법상 재산권이나 계약의 자유 침해로 볼 여지가 있습니다. 대출 규제로 인해 거주이전(주거이동)을 실질적으로 막거나 제약한다면, 헌법14조 거주이전의 자유도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다만 헌법 소원 등의 문제제기는 가능하겠지만 실익이 뚜렷하지 않고, 법원은 ‘시장 안정을 위한 공익’을 들어 대부분 기각하는 편입니다.
 
정부가 위헌·위법적인 형식적 요건은 피해갔을 수는 있지만, 이 같은 행위가 반복된다면 정책 신뢰도가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ㅅ브니다. 대출 규제가 또 언제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막차 타자'는 심리에 한꺼번에 대출이나 매입에 나서는 쏠림 현상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전문가들도 "단기적으로 대출 조이기가 시장 과열을 진정시킬 수는 있겠지만, 공급 확대 등 근본 대책 없이 돈줄만 죄는 정책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국민 경제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시행하면서 최소한의 예고나 계도기간조차 두지 않은 선례를 남김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습니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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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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