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국내 전기차 판매량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등 수입차 브랜드들이 전기차 충전 시설 구축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과거 수입차 업체들이 차량 판매에만 집중하고, 국내 인프라 투자에는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을 받았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서울의 한 벤츠 전기차 충전소 모습. (사진=뉴시스)
최근 수입차 업체들이 충전 편의성 개선을 통해 소비자 진입 장벽을 낮추고 전기차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충전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는 전기차 고객들에게 더 나은 충전 경험을 제공하고, 브랜드 차별화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벤츠는 연내 첫 하이퍼차징(HPC) 충전 시설을 개소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최종적으로 25개 지역에 총 150개 충전소를 설치한다는 계획입니다. 하이퍼차징은 초고속 충전 기술로 기존 충전시설보다 훨씬 빠른 충전이 가능합니다.
수입 전기차 판매 1위 브랜드인 테슬라코리아도 국내에 충전소 확충에 나섰습니다. 테슬라는 가평 휴게소에 국내 최초 V4 슈퍼차저를 설치해 지난달 28일부터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V4 슈퍼차저는 기존 V3 대비 충전 속도가 개선된 최신 모델입니다.
가장 활발하게 충전소 인프라를 구축하는 곳은 BMW입니다. ‘차징 넥스트(Charging Next)’ 프로젝트를 통해 지난해 말 기준 전국에 총 2125기의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 완료했습니다. 차징 넥스트는 전기차 시장의 가파른 성장에 발맞춰 충전 수요 해소에 기여하고자 지난 2023년부터 전개해 온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입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설치한 전기차 충전기를 모두 공공에 개방해 전기차 소유주라면 누구나 편하게 차량을 충전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수입차 업체들이 구축하는 충전 인프라는 대부분 급속 충전기 위주로 구성돼 있어 급속 충전기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국내에 설치된 충전기의 90% 이상이 완속 충전기로, 장거리 이동이나 긴급 충전 시 불편함이 큽니다.
급속 충전기는 30분 내외로 80% 이상 충전이 가능해 전기차의 실용성을 크게 높일 수 있지만, 설치 비용이 완속 충전기보다 최대 5배 높고, 고용량 전력 공급이 필요해 설치 장소에 제약이 많은 상황입니다. 수입차 업체들이 고속도로 휴게소, 대형 쇼핑몰, 주요 교통 거점 등에 급속 충전기를 집중 설치한다면, 전기차 이용자들의 편의성을 크게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투자는 과거 차량 판매에만 집중하고 국내 인프라 투자에는 소극적이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입니다. 정부가 보급하는 충전소의 관리 상태가 좋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자, 수입차 업체들이 자체적으로 구축하는 인프라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대에는 충전 인프라가 곧 경쟁력”이라며 “자체 충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브랜드 충성도와 직결되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한편, 국내 전기차 시장은 올해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전기차 판매량은 9만3569대로 지난해 상반기(6만557대)보다 42.7% 증가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