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LG전자가 올해 2분기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미국의 통상 정책 변화에 따른 관세 인상과 함께 수요 위축 등이 맞물린 결과로 보입니다. 특히 TV와 모니터 사업을 하는 미디어엔터테인먼트솔루션(MS) 사업본부가 가장 큰 매출 타격을 입으면서 전사 실적에 악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됩니다. LG전자는 견고한 성과를 거둔 전장과 냉난방공조(HVAC) 등 기업간거래(B2B) 사업에 집중해 남은 하반기에 수익성을 개선한다는 계획입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LG전자 본사 트윈타워 모습. (사진=연합뉴스)
LG전자는 올해 2분기 연결기준 잠정 매출액 20조7400억, 영업이익 6391억원을 기록했다고 7일 밝혔습니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4.4%, 46.6% 하락한 수치입니다. 전분기와 비교해도 매출은 8.8%, 영업이익은 49.2% 줄어든 규모입니다. 2분기 들어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 관세 여파가 나타나는 동시에, 소비침체 상태가 지속됐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 초 발표한 국가별 고율의 상호관세를 유예하면서도 캐나다와 멕시코를 제외한 전 세계 수입품에 대한 10% 기본 관세를 적용했습니다. 미국에 수출하는 TV와 가전 상당수를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하지만, 창원과 베트남 하이퐁 등에서도 미국 수출 물량을 생산하는 LG전자는, 기본 관세 10%에 더해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철강·알루미늄에도 25%의 관세를 지불해왔습니다. 아울러 2분기에 일시적으로 폭등한 해상운임도 영업이익에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LG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이 반토막이 난 데에는, MS사업본부의 부진한 실적이 무엇보다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유럽과 북미시장 등에서 TV 판매가 감소한 데다, 액정표시장치(LCD) 가격이 상승하면서 영업이익 적자로 이어졌습니다. 2분기 수요 정체에 대응하기 위해 제품 판매가를 낮추고 마케팅 비용을 늘린 점도 한 원인으로 꼽힙니다. 나머지 생활가전솔루션(HS)과 에어솔루션(ES), 전장부품솔루션(VS) 사업본부는 2분기 전년 수준의 실적을 거뒀습니다.
LG전자 관계자는 “생활가전이나 기업간거래(B2B) 사업을 주도하는 전장, HVAC 사업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선방하며 건전한 수익성을 유지했다”며 “MS사업본부의 수요 위축과 LCD 가격 상승, 경쟁 심화에 따른 마케팅비 증가 등이 전사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고 했습니다.
LG전자는 올해 하반기에 B2B, 구독, 비하드웨어(Non-HW), 소비자직접판매(D2C) 등이 이끄는 ‘질적 성장’에 집중하며 사업 펀더멘털 유지에 주력한다는 계획입니다. 전장 사업을 맡는 VS사업본부는 하반기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중심 프리미엄 제품 판매를 확대하고, 차량용 콘텐츠 플랫폼 등으로 사업모델을 다각화하며 매출과 수익성을 확보할 예정입니다.
주력인 생활가전은 미국 통상 정책과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인한 수요 감소에도, 주력 제품이 프리미엄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고 볼륨존(가장 큰 소비 수요를 보이는 영역)도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구독 사업도 꾸준히 성장 중입니다.
HVAC 사업을 하는 ES사업본부는 상업용 공조시스템과 산업·발전용 냉방기 ‘칠러(Chiller)’ 등을 통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사업 참여에 속도를 낼 방침입니다. LG전자는 최근 계약을 체결한 유럽 온수 솔루션 기업 OSO의 인수를 마무리해 사업 시너지를 창출하고 빠르게 성장하는 유럽 ‘히트펌프’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계획입니다.
LG전자 관계자는 “B2B 사업은 수요·가격 변동성이 낮고 거래선과 관계를 기반으로 한 솔루션 사업 확장 및 진입장벽 구축에 유리하다”며 “비하드웨어는 반복적 매출 구조과 높은 수익률 달성에, D2C는 수익구조 개선 및 브랜드 가치 제고에 유리하다”고 설명했습니다. LG전자는 오는 25일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을 비롯해 2분기 확정 실적과 사업 본부별 실적을 발표합니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