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미국이 정한 상호관세 발효 유예 시한(현지시간 7월8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월보다 더 높은 관세율을 일방 통보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한국 정부는 유예기간 연장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미국 측과 협상에 돌입했는데요. 관세 협상에 실패했을 땐 실질 국내총생산(GDP) 경제성장률이 최대 0.4% 줄어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됩니다. 최악의 경우, 올해 성장률이 0.5% 이하로 내려갈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한국에 더 높은 관세율 부과 전망…일본에 35% 관세 '압박'
7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한·미 관세 협상 실패로 미국이 지금까지 예고한 관세 조치를 모조리 실행에 옮길 경우 한국의 GDP 성장률이 0.3~0.4%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한국은행이 지난 5월 추정한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은 0.8%였는데요. 또 국제금융센터에 의하면, 해외 주요 투자은행(IB) 8곳이 제시한 한국의 성장률 평균 전망치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0.9%였습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과 한국은행 등의 분석 내용을 종합하면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실패하는 최악의 경우엔 한국의 성장률이 0.4%까지 하락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은 7일 12개 국가에 상호관세율을 적은 서한을 발송할 예정입니다.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대통령 전용기에서 기자들에게 "서한 몇 통에 서명했고 그 서한들은 7일에 발송될 예정"이라며 "아마도 12통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관세 부과 시점은 8월1일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느 국가에 서한이 발송될 것인지, 관세율이 얼마인지 등 세부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12개 국가 중 한국이 포함됐는지 여부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 시점을 8월1월로 잡은 것은 12개 국가에 대한 관세율을 더 높여 부른 뒤 협상 시한을 한 달가량 늦출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서한을 통해 각국에 책정된 관세율이 최소 10∼20% 수준에서 최대 60∼70% 수준이 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앞서 한국엔 지난 4월2일 25%의 관세율(기본관세 10%·국가별 관세 15%)이 예고됐는데요. 미국은 기본관세 10%를 4월9일부터 발효했지만, 국가별 관세는 오는 8일까지 유예 후 각국과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한국엔 앞서 발표한 상호관세보다 더 높은 수준의 관세율을 부과할 가능성이 있는데요. 일례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관세 협상이 지지부진한 일본을 향해서도 당초 경고했던 24%보다 더 높은 35%의 상호관세 부과를 언급했습니다.
위성락(왼쪽) 대통령실 안보실장과 여한국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 방문에 나서는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안보·통상 수장 나란히 방미…관세·방위비 패키지 논의 가능성
관세 유예 종료 시한이 임박하자 한국 정부는 외교안보와 통상 수장이 나란히 미국을 방문해 막판 협상전에 나섰습니다. 위성락 대통령실 안보실장은 6일 출국에 앞서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방미와 관련해 "한·미 간 통상과 안보 관련 여러 현안이 협의됐다"며 8일 만료되는 상호관세 유예 시한 연장 문제와 한·미 정상회담 일정 조율 등 해결해야 할 여러 과제가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위 실장은 9일까지 미국에 머무르는데 이 기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겸하고 있는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과의 회담이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도 일주일 만에 다시 미국을 찾았습니다. 여 본부장은 5일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와 면담을 갖고 자동차·철강 등 품목별 관세 완화를 요구했습니다. 미국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비관세 장벽 완화와 무역수지 불균형 해소 등에 대한 방안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여 본부장은 현 상황에 대해 "7월8일 상호관세 유예 만료 이후에도 조금의 유예기간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다른 나라에 비해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받는 것도 지금의 협상 구도에서는 중요하다"고 전했습니다.
미국의 관세 유예 종료를 앞두고 위 실장과 여 본부장이 나란히 미국 방문에 나선 것은 안보와 통상을 연계해 압박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에 정면 대응하기 위해서란 관측이 나옵니다. 통상 수장인 여 본부장이 관세와 관련 기술적 협의를 맡고, 위 실장이 큰 틀에서 안보 분야 합의를 조율하면서 현지에서 담판을 짓겠다는 구상으로 보이는데요. 이른바 관세와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함께 논의하기 위한 차원의 행보란 분석입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관세 문제만 갖고도 이야기할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관세와 방위비를 하나의 패키지로 해서 접근하려는 방식은 나쁘지 않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방위비 문제는 단순히 돈 문제가 아니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도 연계돼 있다. 주한미군 감축까지 걸려 있는 상황"이라며 "그런 맥락에서 위 실장과 여 본부장이 같이 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