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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강영관 기자] 이상 기후에 원재룟값 상승 등 먹거리 수급에 악영향을 끼치는 변수가 한꺼번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죠. 물량은 쪼그라들었는데 여러 과정을 거쳐 식탁에 오르면서 치솟은 가격을 방어하기 어렵기 때문인데요.
통계청 상반기 물가 동향을 보면 더 실감이 납니다. 무 가격은 54% 올랐고 배추는 27%, 김 25%, 찹쌀 23.8%가 상승했습니다. 시금치, 상추, 얼갈이배추, 열무 등 채솟값도 상승세가 뚜렷합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작황마저 안 좋아 얼마나 더 오를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수산물 물가도 해수면 온도 상승 등의 영향으로 5.1%나 올랐습니다. 품목별로는 39.9%나 오른 오징어채를 비롯해 고등어(36%)·광어(11.3%) 등이 물가 상승을 주도했습니다.
또 다른 장바구니 물가지표인 가공식품 가격도 천정부지로 올랐습니다. 6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지수는 116.31(2020년=100)로 작년 동월 대비 2.2% 상승했는데요. 올해 들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월 2.2%에서 4개월 연속 2%대 초반을 유지하다 지난 5월 1.9%로 떨어졌다 지난달 다시 2%대로 올라섰습니다. 올해 1월(2.2%)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 폭입니다.
품목 중에는 가공식품이 작년 동월 대비 4.6% 올랐습니다. 2023년 11월(5.1%) 이후 19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가공식품이 전체 소비자물가에서 차지하는 기여도는 0.39%포인트(p)였는데, 이는 전체 소비자물가를 0.39%P 끌어올렸다는 의미입니다. 빵(6.4%), 커피(12.4%), 햄 및 베이컨(8.1%) 등의 오름세가 유독 돋보였습니다.
그야말로 장바구니 물가가 '고공행진' 중입니다. 정부가 부랴부랴 물가 잡기에 나섰는데 미봉책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일시적 할인행사, 보여주기식 행사로 기업들이 대응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최근 정부가 식품·유통업계와 간담회를 연 직후 농심, 오뚜기, 삼양, SPC, CJ제일제당 등과 함께 7월 한 달간 대대적인 할인행사에 나선다고 밝혔습니다. 농심과 동서식품 등 일부 기업은 이미 대형마트 등에서 할인행사를 시작했고, 다른 기업들도 이달 중 마트와 편의점 등에서 라면과 빵, 커피·음료, 김치, 아이스크림 등의 할인행사에 들어갑니다.
업계 간 최저가 전쟁이 지속할 경우 출혈경쟁이 불가피하죠. 그동안 기업의 손실이 발생하고, 가격이 동결된 제품의 공급은 순조롭지 못할 겁니다. 인플레이션으로 기업들의 생산비용이 상승해 가격 인상 요인이 있으므로 정부가 영원히 가격을 동결시킬 수는 없습니다. 향후 가격 통제가 해제되면 기업들은 누적된 손실까지 반영해서 큰 폭으로 가격을 올릴 것입니다. 당장에 매출이나 고객 유치에는 큰 도움이 되겠지만 할인·마케팅 등 출혈경쟁에 따른 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악화할 수밖에 없죠. 이는 소비자물가 상승을 유발해서 결국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늦추게 만듭니다. 이러면 소비자들과 기업들 모두 고물가와 고금리의 고통을 겪는 기간은 늘어나게 됩니다.
지금 같은 할인행사는 임시방편일 뿐, 중장기적으로는 유통구조 개선이나 직거래 활성화 같은 근본적 수급 안정 대책이 필요합니다. 물가 문제는 어느 한 주체만의 노력으로 안정화될 수 없습니다. 결국 물가 문제의 근본 해결책은 경기 회복과 소비 여건 개선밖에 없는데요. 정부에서 단속이나 제재만 앞세워 물가를 잡으려 하기보다 식품기업들에 실효성 있는 혜택을 제공하는 등 당근 정책도 함께 써가며 숨을 쉴 수 있게 해줘야 할 것입니다.
강영관 기자 kw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