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방위비 압박에…전작권 환수 카드 '만지작'

주한미군 역할변경·병력감축·안보비용 증액 요구 맞물려 '동맹 틀 재편'

입력 : 2025-07-10 오후 5:40:00
10일 서울 용산 국방부·합참 청사에서 열린 한·미 합참의장 대담에 앞서 김명수 합참의장과 다니엘 케인 미국 합참의장이 대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사진=합동참모본부)
 
[뉴스토마토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안보비용 추가부담 압박과 맞물려 통상문제와 함께 한·미 간 현안으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통상·투자·안보 현안을 묶은 패키지 협상을 미국에 제안했습니다. 전작권 환수도 협상에 포함시킬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10일 방한한 다니엘 케인 미국 합참의장이 김명수 합참의장을 만나 동맹 현안을 논의하면서 양국 군 당국 사이에 어떤 의제가 논의됐는지 관심입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내각회의에서 "한국은 미국에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거의 지불하지 않는다"며 한국이 연간 100억달러(약 13조7000억원)의 방위비 분담금을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한국이 바이든 행정부 막판에 미국과 합의한 내년 방위비 분담금 1조5192억원의 9배에 이르는 금액입니다. 
 
당장 코앞에 닥친 관세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이라는 평가지만 주한미군 역할 변경과 병력 감축, 국방비 증액 등과 맞물려 동맹의 기본 틀을 다시 짜야 하는 상황까지 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대통령실 "통상·투자·안보 패키지 협상 제안"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지난 9일 "통상이나 투자, 구매 또 안보 관련 전반에 걸쳐 망라가 돼 있기 때문에 이러한 패키지를 종합적으로 감안해서 앞으로 협의를 진전시키자고 했다"고 밝혔습니다.
 
위 실장은 또 "이번 방미에서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이 구체적으로 논의되진 않았지만 국방비 전체를 어떻게 하느냐는 얘기는 있었다"며 "국방비 전반에 대해서는 국제적 흐름에 따라 늘려가는 쪽으로 협의하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적다고 주장한 한국의 주한미군 주둔비용과 관련해서는 "우리가 방위비를 (연간)1조5000억원을 내는 게 사실"이라며 "이 사실관계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위 실장은 전작권 환수를 협상의 '카드'로 활용할 뜻도 내비쳤습니다. 위 실장은 '미국과 협상 과정에서 주한미군 규모와 전작권 등도 포괄적 협상 카드로 올려놓고 있냐'는 질문에 "그 논의는 조금 더 길게 끌고 갈 가능성이 많다"며 "통상 이슈보다도 더 오래 갈 수 있지만 두 개가 현안인 건 사실"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는"(전작권 환수는) 역대 정부가 쭉 추진했고, 지금 정부의 공약 속에 있고, 추진한다"며 "그 문제가 안보 협의 속에 올라올지는 모르겠지만 아직은 거기까지 돼 있지는 않고,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위 실장의 발언을 종합하면 미국에 이미 방위비분담금을 충분히 내고 있다는 점을 각인시키는 한편 국방비도 늘릴 의향이 있음을 내비치는 동시에 미국이 과도한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면 전작권 환수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다는 것으로 읽힙니다.
 
전작권 환수 논의 시작되면 급물살 탈 환경 조성
 
전작권 환수가 협상 테이블에 올라가게 된다면 '미국이 구상하고 있는 주한미군 역할 변경과 맞물려 전작권 환수가 이뤄지면 한국 방위에서 주한미군의 역할은 줄어드는 대신 한국의 역할이 커지게 된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의 역할이 줄어드는 만큼 한국의 비용부담이 줄어야 한다는 논리가 깔린 것입니다. 
 
전작권 환수는 미국도 원하는 바입니다. 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 정책차관은 지난 3월 4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 비전은 한국과 같은 역량 있고 의지가 있는 동맹국에 더 큰 권한을 부여하는 방향"이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작권 환수를 원하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 될 수 있는 대목입니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의 수석 고문을 지낸 댄 콜드웰은 지난 9일 공개된 보고서에서 "동아시아에서 중국을 견제하고 미국의 국익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재편해야 한다"며 "현재 약 2만8500명 수준인 주한 미군 중에서 지상 전투 병력 대부분을 철수하고 약 1만명만 남겨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 이유로 한반도 외 인도·태평양 역내 다른 지역에서 분쟁이 발생할 경우 미국이 한국에 있는 기지를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접근권이 없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대만해협 유사시 한국이 주한 미군 투입에 반대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아울러 콜드웰은 "한국이 재래식 전력에서 북한에 대해 상당한 우위를 갖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한국이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억제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맡고, 주한 미군의 기능과 역할은 중국 견제에 맞춰서 조정해야 한다는 트럼프 정부 인식을 드러낸 것입니다.
 
트럼프 정부가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과 병력 감축을 원하는 데다 한국 방위에서 한국군의 역할 확대도 요구하는 상황은 한·미간 전작권 환수 논의가 시작되면 급물살을 탈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국정위, 합참에 전작권 환수 조건 보고 지시
 
이재명정부도 전작권 환수를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9일 합참으로부터 첫 업무보고를 받은 국정기획위원회가 합참에 전작권 환수 조건을 달성하기 위한 현황을 파악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미가 합의한 전작권 환수 조건은 △연합방위 주도를 위한 한국군의 핵심 군사능력 확보 △동맹의 포괄적 북한 핵·미사일 대응 능력 구비 △한반도·역내 안보환경 등 세 가지입니다. 이중 한국의 핵심군사능력과 동맹의 포괄적인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능력에 대한 한·미 공동평가를 올 가을 서울에서 열릴 예정인 제54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까지 완료할 예정입니다.
 
이를 앞두고 국정위가 합참에 한국군의 핵심 군사능력과 핵·미사일 대응 능력을 파악해 보고하라고 한 것은 정부의 전작권 환수 의지로 풀이됩니다. 안보환경 평가는 정량적 평가가 어려운 만큼 양국이 합의하면 될 문제라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김명수 합참의장이 10일 오후 서울 용산 합참 청사에서 진해된 한·미 합참의장 대담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합동참모본부)
 
이런 상황 속에 10일 진행된 한·미 합참의장 대담과 11일 열리는 한·미·일 합참의장 회의를 통해 케인 의장이 주한미군 역할 조정과 안보비용 추가 비용 압박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취임 후 처음 방한한 케인 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데다 지난 4월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한국과 일본에 주둔하는 미군 규모를 평가 후 국방부 장관과 대통령에게 권고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합참은 "한·미·일 합참의장 회의는 3국 군사협력과 북한 핵·미사일 대응에 한정된다"라며 "방위비분담금 인상 등은 논의할 내용이 아니라고 본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sto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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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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