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덴만 해역에서 해상종합훈련을 하고 있는 청해부대. (사진=해군)
[뉴스토마토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미국이 중동 사태에 한국을 노골적으로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에 한국 군함을 보낼 것을 요구했고,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도 "상당히 논리적일 일"이라며 거들고 나섰습니다. 미국 언론은 미국이 이르면 이번주 호르무즈 해협을 확보하기 위한 다국적 해군 호위 연합 구성을 공식 발표할 수 있다는 보도를 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미국의 공식 요청이나 제안이 온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정부는 '미국과 긴밀히 소통하고 신중히 검토해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미국의 공식 요청이 임박한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격을 감안하면 정부의 선택지는 많지 않아 보입니다. 20여년 전 참여정부 시절 미국의 요구로 '자이툰 부대'를 이라크에 파병했던 상황을 다시 보는 듯한 기시감이 드는 상황입니다.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피할 수 없는 국익을 위한 선택'이라는 명분으로 반대 여론을 돌파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의 주요 에너지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안정은 한국의 국익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한국 선박의 안전한 통행을 위한 군사력 투사 요구를 마냥 무시할 수는 없어 보입니다.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긴박한 위협이 사라진 상황을 전제하면 한국 정부는 몇 가지 선택지를 고려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먼저 생각할 수 있는 방안이 청해부대의 호르무즈 해협 투입입니다. 현재 청해부대 47진 대조영함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약 2000㎞ 떨어진 오만 남쪽 해역에서 임무를 수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해군 전력으로는 가장 가까이 있는 것입니다. 지난 2020년 청해부대의 작전구역이 호르무즈 해협까지 확장된 만큼 추가 임무 부여 없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작전을 수행할 수는 있습니다. 다만 문제는 미국 등 동맹국과 연합작전을 하려면 임무 변경이 필요하고 이는 국회의 승인을 얻어야 할 사안입니다. 국회 승인 없이 청해부대를 투입하기 위해선 '한국 상선 및 국민 생명 보호'를 명분으로 독자 작전을 해야 하는데 현재 대조영함의 무장 상태를 감안하면 이란의 위협이 계속되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독자 작전을 수행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16일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인근에서 열린 미국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구 규탄 및 파병 반대 긴급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다음으로 고려 할 수 있는 건 해군기동함대를 중심으로 기뢰제거전력을 포함해 새로운 부대를 편성해 보내는 것입니다. 이 부대는 대공방어능력을 갖춘 구축함과 선견부대 역할을 할 잠수함, 기뢰제거작전을 할 수 있는 소해함, 이를 지원할 군수지원함 등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작전을 미국이 중심이 된 연합군의 일원으로 할 것인지, 한국군 독자적으로 할 것인지에 따라 필요 함정과 부대 규모가 결정될 것입니다.
이 경우 국회 동의는 필수입니다. 국회에서의 논란과 함께 파병 반대 여론도 극복해야 합니다. 지방선거를 두 달여 남긴 상황에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다 극복한다 해도 부대를 구성하고 파병을 준비하는 데 최소 1~2개월, 이 부대가 호르무즈 해협까지 이동하는 데 1~2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전쟁이 장기화하는 국면에서 선택 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하지만 이 정도의 파병이라면 후속 군수지원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지속적으로 전력을 투사해야 하고, 이는 유사시 한반도 증원 전력 1순위인 미국 제3해병원정군(III MEF)의 핵심 부대인 31원정해병단 병력의 중동 차출과 맞물려 대북 억제력 공백으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전후 이란은 물론 다른 중동 국가들과의 관계도 고려해야 합니다. 결국 정부의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sto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