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100% 의무공개매수' 도입 초읽기…M&A 위축되나

'경영권 프리미엄' 기대로 높아지는 인수 난이도
업계선 '100% 의무공개매수' 도입 부작용 우려

입력 : 2025-07-30 오전 6:00:00
이 기사는 2025년 07월 28일 06:0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기업 인수·합병(M&A) 때 100% 의무공개매수를 강제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입법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사모펀드가 긴장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선 제도 도입 이후 소액주주 지분을 포함한 전체 상장 주식에 대해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일 수밖에 없어 전체적인 인수 난이도가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95개 회원사를 보유한 사모펀드협의회는 최근 의무공개매수 제도 도입에 대한 회원사들의 의견을 종합하고 있다. 최근 홈플러스 사태 등으로 사모펀드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은 상황서 100% 의무공개매수 제도로 M&A 시장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국회의사당)
 
'경영권 프리미엄', 기업 인수 난이도에 영향 미쳐
 
현행 제도에 따르면 상장회사의 경영권 인수 시 일정 지분 이상을 취득할 경우 공개매수 의무 발생한다.
 
자본시장법 제133조에 따르면 의결권 있는 주식 및 이와 관련되는 증권을 증권시장 밖에서 6개월 이내 10명 이상으로부터 5% 이상 취득 시 공개매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개매수는 본래 적대적 기업인수, 지주회사 전환, 상장폐지, 대주주간 지배권 경쟁 등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주주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이는 경영권 분쟁 시 소액주주들이 자신의 주식을 시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매도할 수 있어 차익을 기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례로 SM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하이브(352820)는 9만원대였던 주가를 고려해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를 진행했고, 카카오(035720)는 이후 13만원까지 치솟은 주가에 주당 15만원에 공개매수를 단행했다.
 
최근에는 경영권 분쟁 외에도 최대주주에게만 부여했던 경영권 프리미엄을 소액주주들도 공유하기 위해 사모펀드 매각설이 불거진 기업을 중심으로 주가가 폭등하는 사례도 나타난다. 더존비즈온(012510)의 경우 복수의 글로벌 사모펀드가 인수를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자 약 5~6만원 수준이었던 주가는 지난 23일 8만원대까지 상승했다.
 
다만 소액주주들에게 최대주주와 같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책정하고도 반발을 부르는 경우도 있어, 사모펀드의 인수 난이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지난달 비올에 대한 100% 의무공개매수를 자발적으로 단행한 VIG파트너스도 이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비올(335890)은 이번 의무공개매수로 주가가 2019년 상장 이후 역사적 최고가를 썼지만, 소액주주들이 잠재 성장 과실을 소액주주와 나누지 않는다며 반발에 나선 것이다.
 
VIG파트너스 측에서 책정한 비올의 공개매수 가격은 주당 1만2500원이다. 이에 소액주주들은 주당 최대 2만8000원으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며 공개매수가 재산정 요구에 나섰다.
 
소액주주 측 주장에 따르면 VIG파트너스가 비올의 경영권을 가져가지만, DMS 역시 기업가치 상승에 따른 상당한 과실을 공유하는 구조다. VIG파트너스가 기존 최대주주인 DMS가 보유한 비올 지분 35%에 대해 7%만 특수목적법인(SPC)으로 인수하고 남은 28%는 VIG파트너스가 만든 SPC에 현물출자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DMS는 2대 주주 지위를 유지한다.
 
VIG파트너스 입장에선 소액주주 반발이 이어질 경우, 100% 지분 확보 이후 상장폐지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어 이들과의 협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인수비용 등 도입 부작용 우려
 
이처럼 현행 제도 내에서도 인수에 차질을 빚고 있는 만큼, 100% 의무공개매수가 도입될 시엔 인수 비용이나 난이도가 상승할 것이란 게 사모펀드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특히 매각 예정이던 기업들도 보유지분이 25%가 넘는 경우, 100% 공개매수를 통해 매각해야 한다는 부담이 작용할 수 있다.
 
현재 국회 차원에서 논의되는 100% 의무공개매수 법안은 25% 이상의 상장사 지분을 취득해 경영권을 인수하려는 경우에 해당된다. 지금까지 최대주주의 지분율 25%가 넘는 매각 예정 기업은 그동안 보유하고 있던 지분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 매각이 가능했지만, 제도 도입 이후에는 소액주주 지분을 포함한 전체 상장 주식을 매수할 곳을 타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사모펀드뿐만 아니라 대기업을 포함한 M&A 시장 자체가 전체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는 진단도 뒤따른다. 소액주주들의 프리미엄 요구도 늘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지분율이 높은 최대주주의 기업 매각도 쉽지 않을 것이란 진단이다.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통상 경영권 프리미엄은 20~30% 정도지만 100% 의무공개매수 제도가 통과된다면 소액주주들의 프리미엄 요구도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공개매수에 따른 기대감으로 주가가 단기간 상승할 수는 있지만, 전체적인 M&A 시장이 죽는다면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고 전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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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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