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에코프로이노베이션, 리튬값 뛰자 몸값 '꿈틀'…상장은 '아직'

리튬 가격 급등에 로봇·AI 테마까지 겹쳐
수주 실적 개선 '과제'…"상장 급하지 않아 "

입력 : 2026-02-05 오전 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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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홍준표 기자] 최근 리튬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에코프로그룹의 리튬 가공 핵심 계열사인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의 상장 재추진 가능성에 시장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재무적 투자자(FI)와의 협의 끝에 상장을 미뤘지만, 최근 리튬 가격 상승과 로봇·AI 테마가 밸류에이션 상승 요소로 작용하면서 상장 재추진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다만 관련 업계에선 이 같은 요소들이 실제 상장 추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란 진단이다. 지난해 리튬 가격에 하락에 따른 실적 악화가 경영 방침에 영향을 줬고, 이로 인해 선매입 비중을 크게 줄였기 때문이다. 나아가 최근 배터리 업황 바닥론이 힘을 얻는 분위기와는 다르게 올해 실적 개선 여지도 불투명하다는 진단이다.
  
(사진=에코프로)
 
3일 트레이딩이코노믹스 따르면 1월30일 기준 탄산리튬 가격은 톤당 16만500위안(3360만 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106.70% 상승했다. 지난해 하반기 탄산리튬이 톤당 8만위안대까지 떨어졌던 것과 비교하면 두 배가량 상승한 셈이다.
 
리튬은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의 핵심 원료다. 양극재 원가의 약 60%를 차지하기 때문에 리튬 가격이 오르면 배터리 가격도 상승하고, 내리면 하락하는 연동 구조를 보인다. 일반적으로는 원재료 가격 상승이 원가 부담으로 이어지지만, ‘래깅 효과’로 인해 원재료 가격 상승이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진다.
 
래깅 효과는 가격이 낮을 때 확보한 리튬 재고로 만든 양극재·배터리가 가격 상승기에 높은 판가를 받으며 마진을 극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통상 업계에선 짧게는 1개월, 길게는 3~6개월의 시차를 두고 리튬을 매입한다.
 
리튬 가격 1년 새 두 배…로봇·AI 테마까지 겹치며 몸값 상승 기대
 
실제로 리튬 가격 급등 소식에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의 주요 경쟁업체인 포스코퓨처엠(003670)의 주가는 올해 초 17만원선에서 최근 22만원선까지 상승, 에코프로비엠(247540)에코프로(086520)의 시가총액도 크게 상승해 코스닥 1, 2위 대장주로 재차 등극했다.
 
이에 그간 실적 부진으로 상장 시점을 조정해온 에코프로이노베이션 역시 원가·수익성 구조가 개선될 수 있다는 전망도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은 탄산리튬을 이차전지 소재용 수산화리튬으로 전환하는 것을 주력으로 하는 회사다. 에코프로 그룹 내에선 이를 통해 전기 자동차, 에너지저장시스템(ESS) 등에 쓰이는 삼원계 배터리 성능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실적 상황은 좋지 않다.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의 영업이익은 2024년 적자로 전환했다. 별도 기준 매출은 4394억원(2023년)에서 1270억원(2024년)으로, 영업이익은 500억원(2023년)에서 –1545억원(2024년)으로 악화했다. 지난해에도 리튬 가격 하락으로 인해 영업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올해 실적이다. 관련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 주요 양극재 기업들은 최근 2년간 선매입으로 인한 실적 악화 문제가 크게 불거지자 선매입을 비중을 크게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폭등한 가격에 원재료를 매입해야 하는 상황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2차전지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광산을 보유한 중국 양극재 기업들이 즉각적인 광물 가격에 영향을 받는 구조와는 달리 국내 기업들은 시차를 두고 가격 변동이 발생한다”며 “지난해까진 선매입으로 인한 래깅 효과로 인해 리튬 가격 하락이 실적 악화에 영향을 줬지만, 올해엔 선매입을 크게 줄였다. 반대로 리튬 가격 상승이 실적 악화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선매입 축소 영향받을까…상장 트리거는 결국 ‘실적 개선’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은 올해 무리한 상장 추진보단 실적 개선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실적과 직접 연계된 선매입 문제뿐만 아니라 아직 FI들과 맺은 풋옵션 조항의 발동 기간이 남아있고, 실적이 당초 기대했던 밸류에이션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에코프로그룹은 지난해 말 이노베이션의 2026년 상반기 상장을 잠정 보류하고 이를 재조정하기 위해 FI들과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당초 2023년 프리IPO 단계에서 약 4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기업가치를 약 2조원대 중반 수준으로 인정받았지만, 이후 실적 부진으로 상장 조건을 충족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 배경이다.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은 보통주 발행 과정에서 투자자에게 기업공개(IPO) 연계 풋옵션을 부여했다. 형식상 보통주 투자이지만, 상장 지연이나 공모가 하락 시 투자 원금 회수가 가능하도록 설계돼 사실상 FI의 리스크를 제한한 구조로 짜여있다.
 
풋옵션 조항에 따르면 투자자는 2차 기업공개 또는 최종 기업공개 과정에서 일정 사유가 발생할 경우, 행사 사유 발생일로부터 1개월 이내에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특히 거래 종결일로부터 5년 이내에는 2차 기업공개를 위한 상장예비심사 청구가, 7년 이내에는 최종 기업공개를 위한 예비심사 청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도 투자자 보호 조항이 작동하도록 설계됐다. 프리IPO가 2023년임을 고려하면 2028년 이내에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해야 하고, 2030년까진 상장이 이뤄져야 하는 셈이다.
 
공모가 변동에 따른 방어 장치도 마련됐다. 공모가가 25% 초과 하락하고, 대주주가 상장을 철회할 경우 투자자는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대주주가 연 3% 복리 이자를 가산한 금액으로 차액을 보전한다는 내용이다. 이 밖에도 대주주가 제3자에게 지분을 매각할 경우 투자자가 동일 조건으로 지분을 처분할 수 있는 동반매각청구권(태그얼롱)도 붙어있다. 이 때문에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은 공모 과정에서 몸값이 최소 3조원을 넘겨야 하는 상황으로 파악된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선 향후 상장 재추진 가능성과 관련해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의 실제 수주 실적을 관건으로 꼽는다. 단순 MOU 수준이 아닌 장기 공급 계약, 기존 계열사 중심 구조를 넘어 외부 배터리 제조사와의 계약 등이다.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의 매출처는 에코프로비엠이 약 90%에 달할 정도로 모회사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올해 하반기부터 SK온에 수산화리튬을 공급하기로 했지만, 선매입 비중을 줄이면서 급등한 리튬 가격이 여전히 발목을 잡을 것이란 예상이다.
 
IB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올해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의 상장이 급하게 이뤄져야 할 이유는 없다”며 “상장과 연계된 풋옵션 행사 기간도 남아있고, 아직 상장 주관사도 물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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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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