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예슬·유근윤 기자] 김건희특검이 현대건설과 경호처의 '육군사관학교 연결고리'를 포착한 걸로 확인됐습니다. 현대건설은 대통령 관저 공사와 가덕도신공항 건설 등으로 '특혜 수주' 의혹이 제기된 곳입니다. 특검은 현대건설이 윤석열정부 출범 후 회사 자문역 이모씨(육사 44기, 소장 전역)를 통해 육사 동기 김종철 전 대통령 경호차장(소장 전역), 육사 선배 김용현 전 경호처장(육사 38기, 중장 전역)과 연결됐고, 김 전 처장 등에게 윤영준 전 현대건설 사장을 소개해준 걸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특히 윤 전 사장은 2023년 4월 윤석열씨가 미국을 국빈 방문할 때 경제사절단 기업인 중 건설사 대표로는 유일하게 동행했습니다.
1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김건희특검은 현대건설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의 스크린골프장 등 경호처가 발주한 11억원대 공사를 맡게 배경에 이 회사 자문역 이모씨와 경호처 주요 인사들의 육사 선후배가 관계가 작용했는지 여부를 살펴보고 있습니다. '김건희와 명태균·건진법사 관련 국정농단 및 불법 선거 개입 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김건희특검법) 4조에 따르면, '김건희가 대통령 집무실 및 관저 이전 등 국가계약 관련 사안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 사건'도 특검의 수사 대상에 포함됩니다. 아울러 특검은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범죄 행위에 대해서도 추가 수사를 할 수 있습니다.
이씨가 현대건설 자문역으로 취업한 건 2021년 4월입니다. 육사 44기인 그는 1988년 육군 보병 소위로 임관한 뒤 2021년 2월 소장으로 전역했습니다. 현대건설엔 군복을 벗고 두 달 만에 입사한 겁니다. 통상 건설사는 건설·토목을 주특기로 하는 공병 출신을 선호하는데, 이씨는 보병 출신임에도 건설사로 직행했습니다.
특검은 2022년 5월 윤석열정부가 출범한 후 이씨를 통해 현대건설과 대통령실 사이에 연결고리가 생긴 걸로 보고 있습니다. 윤석열씨가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이씨의 육사 동기 김종철 경호차장, 육사 6년 선배 김용현 경호처장을 새로 임명한 겁니다. 이씨는 준장 때 합동참모본부에서 근무했고, 전방 사단장 등을 지냈습니다. 김 차장은 박근혜정부 경호처 군사관리관, 7사단장, 합참 작전기획부장, 국방대 총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김 처장은 17사단장, 수도방위사령관, 합참 작전본부장 등을 지냈습니다. 공교롭게도 세 명은 육사 출신에 작전 직능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특히 김 처장은 이씨가 합참에서 근무할 때 직속 상관이었습니다.
특검은 육사 연결고리를 통해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도 대통령실과 연결될 수 있었던 걸로 봅니다. 현대건설이 경호처에서 발주한 관저 공사를 따낸 건 윤 사장 때 일입니다. 아울러 그는 2023년 4월 윤석열씨가 미국을 방문할 때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했습니다. 당시 경제사절단 중 건설사 대표로는 윤 사장이 유일했습니다. 그는 그해 7월 윤씨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가 열린 리투아니아를 순방할 때도 따라갔습니다.
2022년 8월2일 대통령 관저로 쓰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외교부 장관 공관에선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11월부터 제기된 현대건설 '대통령 관저 공사' 의혹
대통령 관저 공사에 관한 의혹이 본격화된 건 지난해 11월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장부터입니다. 당시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관저에 신축된 20평가량의 초호화 스크린골프장이 있다"며 "(공사에 참여했던 제보자가) 김용현 경호처장과 경호처에서 현대건설을 통해 시행 업체에게 제안을 해왔다고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스크린골프장 관련 도면, 설치 제안서, 업체 간 메일, 내부 인테리어 이미지 같은 자료를 공개했습니다. 하지만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성훈 경호차장 등은 국감장에 출석해 관련 사실을 부인했었습니다.
그러던 올해 1월, 국회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 윤건영 의원이 현대건설에 재차 스크린골프장 문제를 질의하자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는 증인으로 출석, "말씀한 공사를 저희가 한 건 맞다"고 시인했습니다.
더구나 최근엔 당시 관저 공사에 참여했다가 대금을 받지 못한 업체가 경호처를 상대로 소송에 나선 사실이 알려지면서 현대건설의 관저 공사를 둘러싼 의혹은 보다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한겨레> 등의 보도에 따르면 현대건설이 주도적으로 시공한 곳은 관저 내 주요 시설(스크린골프장, 경호초소 등)과 삼청동 안가 등 4곳입니다. 문제는 현대건설이 공사에서 공식 예산보다 더 들어가는 비용을 하청업체에 돌리거나, 다운계약서·무상시공 등으로 정식 절차를 무시한 채 공사를 진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겁니다. 실제 발주·시공된 시설(스크린골프장 등)은 등기등본에 등재되지 않았고, 하도급업체 견적(10억원대)과도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소송을 제기한 업체의 법률대리인인 이동건 변호사는 7월2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 "처음에 업체는 4곳의 공사에 관해서도 경호처로부터 직접 공사 주문을 받았다. (그런데 공사) 중간에 경호처가 '공사를 중단해달라'고 하면서부터 현대(건설)가 등장한 셈"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어떤 경위로 현대건설이 참여하게 됐는지는 알고 있지 못하다. 업체는 현대건설과 직접적 관련이 없다"고 했습니다.
현대건설에 대한 논란은 최근 부산 가덕도신공항 공사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현대건설이 윤씨 부부의 사적 공간(관저·골프장 등)을 헐값으로 공사해주고, 13조가 넘는 국책사업인 부산 가덕도신공항 공사를 따낸 것 아니냐는 겁니다. 최인호 전 민주당 의원은 <뉴스토마토>에 "현대건설이 대통령 관저 공사를 연결고리로 삼아 가덕도신공항 등 국책사업을 특혜 수주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민간기업이 공짜나 시세보다 상당히 싼값으로 공사를 해주고, 그 대가로 대형 국책사업을 수주했다면 '제3자 뇌물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뉴스토마토>는 현대건설에 자문역 이씨와 김종철 경호차장, 김용현 경호처장과의 관계, 이씨와 경호처의 연결고리를 통해 관저 공사 등을 수주했다는 의혹 등에 관해 반론과 입장을 요청했습니다.
이에 대해 현대건설은 "현대건설은 대통령실과 지난 30여년간 청와대 본관 등 여러 시설물 공사 계약 관계를 유지해왔다"며 "한남동 관저 공사 수주를 위해 특정인의 친분을 이용한 사실도, 이유도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자문역인 이모씨를 채용한 배경과 그의 구체적 업무를 묻는 질의에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아울러 최인호 전 의원의 의혹 제기에 대해선 "해당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 현대건설의 가덕도신공항 사업 참여는 국민 기업으로서 국가 인프라 사업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열악한 사업 환경에도 불구하고 참여를 결정했던 것"이라며 "어떤 유무형의 이익을 염두한 것이 아니었다"고 했습니다.
이어 "사업 참여 포기 선언도 가덕도신공항의 품질과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108개월 이상의 공기가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지난 정부로부터의 특혜시비를 회피하기 위함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이씨의 동기로 지목된 김종철 전 경호차장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관련된 의혹에 관해 "지금 조사하고 있는 것이고, 제가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