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특검(특별검사)에 출석한 피의자 김건희씨의 주요 사건 중 핵심은 '공천 개입 의혹'입니다. 김씨를 둘러싼 공천 개입 의혹엔 보수 진영 인사들이 줄줄이 엮여 있는 상황인데요. 김씨가 공천에 직접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고 명태균씨가 김씨를 앞세워 공천 과정에서 역할을 했다는 논란도 이어졌습니다. 현재 제기되고 있는 공천 개입 의혹의 주요한 시점은 국회의원 보궐선거와 지방선거가 있었던 2022년입니다.
특히 김영선 전 의원부터 윤상현 의원까지 당시 공천과 관련된 연결 고리의 정점엔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당시 국민의힘 대표)가 있었습니다. 특검은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도 피의자로 적시했는데요. 이 대표가 2022년에 있었던 주요 선거 공천의 마침표를 찍었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향후 공천 개입 의혹의 진실을 규명할 핵심 인물로 꼽힙니다. 향후 수사도 이 대표에게 맞춰질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2022년 김영선부터…김건희 공천 개입 '영향력'
지금까지 윤석열씨 부부의 개입으로 공천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인물은 김영선 전 의원(경남 창원 의창)을 비롯해 김진태 강원지사, 박완수 경남지사,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서울 서초갑) 등이 있습니다.
김영선 전 의원은 우선 2022년 경남 창원 의창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윤씨 부부와 명씨의 도움으로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있습니다. 윤씨 부부는 당시 2022년 대선을 앞두고 명씨로부터 무상으로 대선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은 대가로 같은 해 6월 치러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김 전 의원이 창원 의창 선거구에 공천받는 데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앞서 공개된 녹취 파일에 따르면 윤씨는 2022년 5월9일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명씨에게 "내가 김영선(전 의원)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김영선이를 좀 해주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했습니다. 이어 "(윤)상현이한테 내가 한 번 더 이야기할게. 걔가 공관위원장이니까"라는 내용도 담겨 있었습니다. 국민의힘은 다음 날인 5월10일 김 전 의원 전략공천을 발표했습니다.
당시 국민의힘에서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인물을 이준석 대표와 재보궐선거 공천관리위원장이었던 윤상현 의원이었습니다. 최근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해 특검 조사를 받은 윤 의원은 김 전 의원 공천과 관련해 윤씨의 전화를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난해 총선 때에도 김 전 의원의 이름이 또다시 언급되는데요. 김씨는 김 전 의원의 지역구인 창원 의창에 김상민 전 부장검사를 출마시키기 위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았습니다. 실제 김 전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창원 의창을 떠나 민주당 현역 의원이 있는 김해갑으로 옮겨 출마한다고 발표했지만, 결국 김 전 검사와 나란히 공천에서 탈락했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6일 서울 강남구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열린 구글 제미나이 API 스프린트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진태부터 박완수까지…지자체 선거에도 공천 개입
김진태 지사 역시 2022년 4월 지방선거에서 윤씨 부부 도움을 받아 공천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특검 조사에 따르면 명씨가 공천 심사 결과 발표 전날 김 지사에게 김씨의 연락처를 보낸 것이 대표적인 정황으로 꼽히는데요. 명씨가 김 지사 공천을 위해 김씨와 만나게 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 국민의힘은 당시 유력 강원지사 후보였던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단수 공천을 발표했다가 돌연 경선을 선언했는데요. 당시 경선에서 결국 김 지사가 승리했습니다.
박완수 경남지사의 공천에도 윤씨 부부와 명씨가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됩니다. 박 지사의 경우 2021년 8월 명씨의 소개로 윤 전 대통령을 만나게 됐고, 2022년 4월 지방선거에서 경남지사 후보로 공천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명씨가 박 지사 지원에 나섰고 윤씨가 박 지사의 경쟁자였던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 출마를 무산시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도 2022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당시 서울 서초갑 공천을 받는 과정에서 명씨가 당내 경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는데요. 명씨가 2022년 3월 서울 서초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조 의원이 공천받도록 도운 대가로 서울시의원 한 자리를 조 의원한테서 약속받았다고 말하는 녹음 파일이 지난해 11월28일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김씨가 2002년 지방선거 당시 평택시장과 포항시장 후보 공천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데요. 평택시장 선거의 경우, 윤씨 부부가 대선 캠프 출신인 최호 전 경기도의원의 단수 공천을 도왔다는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또 윤씨 부부가 포항시장 당내 경선에서 특정 후보를 공천하기 위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는데요. 당시 지목된 인물은 문충운 환동해연구원장이었습니다.
2022년 윤씨 부부와 명씨의 공천에 대한 개입이 횡횡하던 시기에 국민의힘의 당대표는 이준석 대표였는데요. 당시 여러 선거의 공천을 책임지는 위치에 있었던 것 역시 이 대표였습니다. 결국 이 대표의 입이 공천 개입 의혹의 진상을 규명할 열쇠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