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삼성이 투자한 미국 바이오 벤처의 유전자치료제가 글로벌 임상시험 단계에 진입했습니다. 그룹 계열사들이 펀드를 조성해 투자한 유전자치료제 기업 중 첫 임상 진입 사례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바이오를 제2의 반도체로 키우겠다던 청사진이 현실로 한발 가까워진 순간입니다.
5일 글로벌 임상 정보 사이트 클리니컬 트라이얼에 따르면 미국 바이오 기업 재규어진테라피는 지난해 1월 유전자치료제 'JAG201' 임상 1/2상을 승인받아 환자 모집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재규어진테라피는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제 '졸겐스마'를 개발한 핵심 연구진들을 주축으로 2019년 10월 설립된 기업입니다. JAG201은 SHANK3 반수체 기능 부전(Haploinsufficiency) 유전자치료제 후보물질입니다. 총 6명의 환자를 모집하는 이번 임상은 오는 2031년 종료될 예정입니다.
이번 임상이 시작되기 2년 전 재규어진테라피는 삼성이 조성한 펀드 삼성 라이프 사이언스 펀드의 투자를 이끌어냈습니다.
유전자치료제는 치료용 단백질을 세포 내에서 생성할 수 있는 유전자를 세포 내에 주입해 질병을 치료하는 옵션입니다. 기존 항체치료제로 치료가 불가능한 다양한 질병에 활용될 수 있고, 한 번 주사로 수년간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삼성 라이프 사이언스 펀드는 재규어진테라피를 포함해 센다 바이오사이언스,
에임드바이오(0009K0) 등 10여개 국내외 기업에 투자했습니다. 이 가운데 유전자치료제 기업은 재규어진테라피와 라투스 바이오뿐입니다. 라투스 바이오는 아직 임상 단계에 진입하지 못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이 2021년 누바르 아페얀 플래그십 파이어니어링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재규어진테라피의 유전자치료제 임상 진입은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의 바이오 육성 의지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바이오를 제2의 반도체로 키우겠다"는 이재용 회장의 신사업 큰 줄기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과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중심으로 전개됐습니다. 나머지 한 갈래는 해외투자를 통해 이뤄지는 중입니다. 이재용 회장이 2021년과 2023년 누바 아페얀 플래그십 파이어니어링 대표를 만나고 작년 삼성 라이프 사이언스 펀드를 통해 투자를 단행한 게 대표적 예입니다.
삼성 라이프 사이언스 펀드의 국내외 기업 대상 투자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예정입니다. 삼성은 재규어진테라피 투자 당시 "이번 재규어진테라피에 대한 투자를 시작으로, '글로벌 바이오 핵심기술 육성'과 '삶의 질 향상'이라는 두 가지 목표로 유망 기술 발굴과 국내외 혁신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