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프라임]구속했는데 체포를 못 하네?

입력 : 2025-08-08 오후 3:28:10
[뉴스토마토 오승훈 산업1부장] 윤석열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이 무산됐다는 보도를 보면서, 6년 전에 했던 교도관 체험이 떠올랐다. 전에 다니던 신문사 시절의 일이다. 교정본부의 허락을 받아 정식 임명장을 받고 1주일 동안 서울동부구치소에서 교도관으로 근무했다. 주간 사동 근무, 출정 업무, 접견 업무, 야간 근무 등 일반 교도관과 똑같이 일했다. 
 
김건희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7일 오전 윤석열씨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에 실패한 뒤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당시 동부구치소에는 윤석열에 버금가는 거물들이 적잖았다. 이명박, 김기춘, 최순실이 그들이었다. 이들을 포함해 그때 만났던 수용자들 대부분은 법원과 검찰의 출석 요구에 순순히 따랐다. 윤석열과 같은 행태를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이는 자신의 생사여탈권을 법원과 검찰이 쥐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수용자에게 선택권 자체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인 듯싶다. 
 
사실 출정은 수용자에게 번거롭고 귀찮은 일이다. 법원과 검찰에 나가 있는 동안 접견을 할 수 없고 수용 거실이 아닌 구치감에서 대기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때 수용자를 검찰청으로 불러다 종일 대기시킨 뒤 조사도 하지 않고 되돌려 보내는 것을 반복하는 이른바 ‘비둘기 태우기’라는 검찰의 수사 방식이 있었다. 주로 권력자에 대해 수사할 때, 이 방법을 쓰곤 했다는데, 비둘기 태우기를 몇 번 당한 수용자는 모멸감을 못 이기고 자백하거나 심지어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말끝마다 법치주의를 운운했던 윤석열은, 법치주의를 무너뜨린 계엄으로 재구속이 되더니만, 이제는 속옷 바람으로 법치주의를 능멸하고 있다. 무엇을 상상하던 그 이상을 보여주는 행태에 부끄러움은 이제 우리 모두의 몫이 되고 말았다. 결국 법치주의를 깔아뭉개는 윤석열의 막무가내는, 구속된 피고인을 체포하지 못하는 전무후무한 촌극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다수의 말 잘 듣는 수용자들과의 형평성을 위해서라도, 공권력을 총동원해 윤석열을 체포하라. 도리없다. 중국의 대문호 루쉰의 말처럼 “미친 개에는 몽둥이가 약”이니 말이다. 
 
오승훈 산업1부장 grantorino@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오승훈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