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 늘고 주가 오르지만…"KT 미래 담보 삼은 격"

분기 영업익 1조·주가도 5만 넘으며 고공행진
MS 효과·주주환원 정책 영향…문제는 재원 조달
자산 매각 나서는 KT 김영섭…헐값 매각 논란
구조조정으로 인건비 줄였지만 단기 효과 지적도

입력 : 2025-08-11 오후 5:14:03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KT(030200)가 2분기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썼습니다. 주가도 5만원을 넘어서며 상승 흐름을 타는 중입니다. 다만 KT 안팎에서는 '미래를 담보로 만든 수치'라는 쓴소리가 나옵니다. 재무적 성과에만 치중한 채 대외적 기업가치 지표인 주가에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입니다. 김영섭 KT 대표가 연임 레이스를 앞두고 포트폴리오 만들기에 주력하고 있다는 지적도 곁들여집니다. 
 
11일 KT 전직 고위 임원은 최근 KT의 성과에 대해 "미래를 팔아 현재 주가에 쏟아냈다"고 평가했습니다. 최근의 성적표가 실은 기업의 자체 경쟁력 하락, 인력 재배치 역효과 등과 무관하지 않은 숫자들이란 지적입니다. 
 
KT는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7조4274억원, 영업이익 1조148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3.5%, 영업이익은 105.4% 증가했습니다. 2023년 3분기 김 대표 취임 이후 분기별 부침은 있었지만, 연간 매출은 26조원을 기준으로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8095억원에 그치며 전년 대비 50.9% 감소했습니다. 다만 올해의 경우 상반기 추세가 유지된다면 급격한 성장세 기록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적 성장과 지난해 하반기 발표한 파격적 주주환원 덕택에 주가도 오름세입니다. 취임 초 3만3000원이었던 주가는 지난 7월15일 장중 5만9200원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부터 분기배당을 도입했고, 올해 1·2분기에 전년 대비 각각 20% 상승한 600원을 배당금으로 책정했습니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호실적과 주주환원에 힘입어 (주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사업 협력도 KT를 'AI주'로 탈바꿈 시키며 주가에 탄력을 줬습니다.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 사옥의 모습. (사진=뉴시스)
 
KT가 현재의 주가를 유지하고 추후 MS와 협력 등으로 사업 성장세를 유지하려면 앞으로 조단위의 재원이 요구됩니다. 지난해 10월 KT는 MS와 업무협약을 맺고 인공지능(AI)·클라우드 사업에 향후 5년간 2조4000억원을 공동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주주환원을 위해선 2028년까지 1조원어치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할 예정입니다. 지난해엔 배당금으로 4915억원이 투입됐습니다. 올해 상반기 배당성향이 지난해보다 20% 높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5800억원가량이 배당금으로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재원 마련을 위해 김영섭 대표가 취한 전략은 자산 매각입니다. 우선 계열사가 매각 대상에 올랐는데요. 지난 4월 최대주주인 KT DS와 특별관계자 HNC네트워크는 각각 30%와 27%씩 보유하고 있는 이니텍 지분 총 57%을 840억여원에 넘겼습니다. 그런데 이 거래를 두고 헐값 매각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KT가 이미 1000억원에 달하는 넉넉한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던 까닭입니다. 이니텍 입장에선 특수목적회사(SPC) 에이아이솔루션홀딩스를 최대주주로 맞은 후 약 두 달 만에 사이몬제이앤컴퍼니를 중심으로 한 컨소시엄 측으로 재차 주인이 바뀌는 상황이 됐습니다. 
 
KT 사정에 정통한 고위 관계자는 "회사 경영상 시대 흐름에 뒤처지거나 경영 실적을 내지 못하는 등 문제가 있지 않은 한 자산 유지 측면에서 계열사에 손을 대지 않는다"면서 "계열사 매각 과정에서 커미션 등의 문제가 나타날 수 있어 KT와 같이 오너가 없는 기업은 더 조심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부동산 매각도 김영섭 체제에서 힘을 주는 부분입니다. 지난해 말부터 3조원 규모 호텔 매각을 준비 중이었는데, 이사회 등 논의가 지체된 영향으로 현재는 노보텔 앰배서더 동대문 호텔과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 등 1조원 규모의 호텔 매각을 진행 중입니다. 김 대표는 지난 3월 MWC 2025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으로 돈을 벌 수 없고, KT가 호텔업이 본업이 아니다"라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부동산을 유동화해 본업을 성장시키는 것이 반드시 해 나가야 할 기본"이라며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이에 대해 KT 전현직 임원들은 "자산은 후배들을 위해 남겨둔 최후의 보루였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특히 주요 전화국 요지를 활용해 호텔 사업을 영위해온 만큼 부지에는 수많은 구리선이 매립돼 있는데 이를 단순 부동산으로 취급해 매매하는 것은 KT 자산을 헐값에 매각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설명입니다. 
 
KT 조직개편 반대 기자회견이 지난해 10월15일 국회에서 열렸다. (사진=뉴스토마토)
 
인력 재배치로 포장된 구조조정도 '단기 성과'에 그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KT 사정에 정통한 고위 관계자는 "매년 1000명씩 정년퇴직 인원이 발생하면서 인력 감축이 일어나고 있었고 선로 통신시설 유지보수, 국사 내 전원시설 유지보수 등 현장 인력은 6개월 정도 교육을 해 필요한 업무에 전환 배치를 하고 있었다"며 "갑자기 줄어든 인력으로 인건비가 줄어든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기존 업무 유지를 위해 협력 업체 하도급 비용이 발생하고 2년만 지나면 인건비 상승을 포함해 비용이 보통에 수렴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습니다. 일시적으로 인건비 감축 효과가 발생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현장에서 업무 효율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어차피 다른 식으로 인건비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이 관계자는 "앞서 6000명, 8000명 구조조정 단행을 통해 회사가 학습한 결과"라고도 했습니다. 
 
KT의 이번 실적이 일회성 매출에 집중된 점도 우려되는 대목입니다. 영업이익의 40%가량은 부동산 분양 이익에서 발생했습니다. SK텔레콤(017670) 해킹 반사이익으로 무선 가입자가 늘었지만, LG유플러스(032640)가 KT를 뒤쫓고 있어 무선 경쟁력이 과거에 미치지 못하는 점도 내부에서 문제시되고 있습니다. 3월 말 대비 6월 무선 서비스 통계를 보면 KT는 30만7800명, LG유플러스는 22만3413명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SK텔레콤은 감소, 알뜰폰은 회선 증가를 기록했습니다. KT 전직 고위 임원은 "과거에는 7대3 정도로 KT가 LG유플러스 대비 점유율 측면에서 우위에 있었지만, 3위 사업자와 차이가 좁혀지는 것에 우려의 시선이 있다"며 "외형적으로 성장세는 이루고 있지만 통신도 녹록지 않고 AI 신사업도 밀리면서 무엇을 먹고 살아야 하느냐는 내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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