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서희건설이 ‘김건희’ 유탄을 맞았습니다. 일단 횡령 혐의로 주식거래가 정지됐고 상장적격 실질심사가 진행되는데요. 추가 비리가 없다면 상장폐지는 모면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오랜 기간 쌓은 실적은 양호합니다. 정치권발 돌발 악재를 맞은 기업의 경우 주가 하락이 기회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13억 횡령에 상장적격 심사?
12일 한국거래소는 서희건설에 대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지정됐다며 주식거래 정지 기간을 연장했습니다.
이에 앞서 거래소는 11일 오후 3시5분 갑작스럽게 서희건설 주식거래를 정지시켰습니다. 이는 서희건설 송하민 부사장이 횡령배임 혐의로 공소 제기된 데 따른 것으로, 거래소는 이날 사실 여부 확인을 요청하면서 주식거래를 정지시켰고 사측은 세 시간도 안 지나 공시로 이를 인정했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거래소가 서희건설을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지정, 결정 전까지 주식거래를 정지시킨 것입니다.
서희건설이 2022년 3월 김건희씨에게 반클리프 목걸이를 선물했고, 그해 6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의 맏사위 박성근 전 검사가 국무총리 비서실장에 임명된 사실은 먼저 알려졌습니다. 압수수색 소식도 아침 일찍 보도됐습니다.
하지만 이날 주가는 하루 종일 -5~-11% 사이에서 움직이다 장마감 25분 전에 다른 임원의 횡령을 이유로 거래가 정지된 겁니다. 주가 하락률만 보면 투자자들은 특검의 수사를 초대형 악재로 여기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데, 갑자기 거래가 정지되고 연이어 상장적격성 여부를 심사한다는 소식에 적잖이 당황한 분위기입니다.
상장기업에서 횡령배임 사건이 발생하는 경우 그 금액이 직전 사업연도 자기자본의 5%를 넘으면 상장 존폐를 논하게 됩니다. 단 이는 직원이 횡령한 경우이고 임원은 자기자본의 3% 또는 10억원 이상으로 기준이 강합니다. 이번 사건은 횡령액이 13억7000만원으로 서희건설 자기자본의 0.14%에 불과하지만 10억원이 넘어 해당했습니다.
물론 횡령액이 기업 규모에 비해 많지는 않아 임원 개인의 일탈로 상장폐지에 이를 확률은 높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번 사건이 김건희 씨의 불법 행위와 관련돼 있어 어디에서 또 서희건설과의 연결 고리가 나올지 알 수 없다는 점입니다. 또 서희건설이 지역주택조합 사업을 많이 수주했다는 점에서 수사 범위가 확대될 경우 입찰 비리가 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김건희씨 의혹들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11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희건설 사옥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0년 흑자…주가 하락 기회될까?
반대로 거래소가 심사하는 15영업일 안에 추가 비리가 발견되지 않는다면 이번 하락은 서희건설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서희건설 주가는 7월 초까지 승승장구하다가 급격한 하락세로 돌아섰습니다. 건설주들의 동반 조정세 속에서도 남들보다 낙폭이 컸던 점을 미뤄 볼 때 이번 악재가 일찍부터 작용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나 서희건설이 윤석열정부 이전부터 꾸준히 성장해온 기업인 데다 지난 10년간 적자 한 번 낸 적 없는 우량 건설사라는 점에서 이번 주가 하락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히려 이번 일을 계기로 불법, 부실과 단절할 수 있다면 기업으로선 체질이 개선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주가 하락으로 서희건설 시가총액은 지난해 순이익의 2배를 조금 넘는 수준까지 하락, 주가수익비율(PER) 2.3배로 저평가가 더욱 심해졌습니다. 추가 돌발 변수만 나오지 않는다면 누군가에겐 기회가 될 수도 있을 전망입니다. 8월 들어 외국인들이 순매수한 점도 눈에 띕니다.
‘김건희 작전주’라는 오명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도이치모터스의 경우 2009년에서 2012년 사이에 벌어진 주가조작 사건이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는데요. 주가는 아직 눌려 있는 상황이지만 이 경우는 실적 감소와 관련돼 있어 서희건설과는 조금 다릅니다.
포스코이앤씨, 너무 무덤덤
이처럼 정치권발 돌발 악재로 주가가 흔들리는 경우, 무조건 피할 것이 아니라 악재의 성격을 파악해서 대처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건희의 집사로 알려진 김예성씨의 IM모빌리티 렌터카 플랫폼에 투자한 오아시스 사모펀드의 출자자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HS효성도 주가는 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일이 불거지기 전 6월 말까지만 해도 뜨거운 시선을 받으며 인적분할 후 모처럼 고공 행진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HS효성이 집사 게이트에 엮인 것은 분명하지만 펀드 출자금은 효성의 여러 계열사로부터 나왔고 HS효성보다는 대주주 개인의 문제에 가까워 회사에 미칠 파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HS효성의 현재 시총은 약 2200억원이며 올 상반기 215억원의 영업이익(잠정)을 기록했습니다.
K-OTC 등록 기업 포스코이앤씨는 오히려 외부 충격에 너무 무디게 반응한 경우인데요. 지난 4일 포스코이앤씨가 건설 중인 서울-광명 고속도로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노동자가 감전 사고로 사망,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면허취소” 가능성을 언급하며 산재 사고에 대한 강한 처벌을 경고했습니다. 하지만 K-OTC 시장에서 포스코이앤씨는 4일 당일엔 주가가 올랐고 이후 4일 연속 하락했지만 이번 주 다시 올라 낙폭이 10%도 되지 않았습니다. 장외주식이다 보니 일반 주주들이 가진 물량이 적어 생긴 일이지만 거래량이 적을 경우 낙폭이 더욱 커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례적입니다. 실적 대비 주가가 낮은 것도 아닙니다.
2023년 4월 이른바 라덕연 사태로 폭락했던 삼천리, 서울가스, 대성홀딩스, 세방 등은 2년여의 조정을 거쳐 올해 상반기부터 뚜렷한 상승세를 나타냈습니다. 이들은 작전으로 급등했던 주가가 단번에 폭락해 추스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으나 정치 이슈에 하락한 종목은 성격이 조금 다릅니다. 분식회계로 실적을 부풀린 경우도 아니라면 악재와의 연결고리를 끊고 회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길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