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12·3 계엄 당시 국회로 들어가려는 국회의원의 출입은 막고, 계엄군 출입은 허용한 서울경찰청 국회경비대 중간 지휘자들이 별다른 징계 없이 업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국회경비대 중엔 최종 책임자인 목현태 전 대장만 내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국회경비대 목적이 국회 경호인 만큼 중간 지휘자들도 내란 행위에 동조했다면 징계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윤석열씨가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발표한 가운데 지난해 12월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경찰들이 국회의원, 의원 보좌진, 취재진, 시민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 심리로 열린 조지호 경찰청장·김봉식 서울경찰청장·목 전 대장 등의 내란 혐의 재판에 김 모 총경과 송 모 경감이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김 총경은 비상계엄 당시 국회경비대 부대장으로 근무했습니다. 그는 무전기를 통해 최창복 전 서울청 경비안전계장 등의 지시를 받고, 국회 문 차단 등을 지시했습니다. 최 전 계장이 김봉식 전 청장의 지시를 받고 무전한 것처럼 김 총경도 실무자로서 무전을 한 겁니다.
김 총경은 국회를 차단하고 계엄군 출입만 허용하라는 목 전 대장 지시에 “시키는 대로만 했다”고 말했습니다. 검찰이 “국회 출입 관리 권한은 국회 사무처에 있고 국회경비대는 도와주는 건데, 경비대가 사무처 협의도 없이 서울청 지시에 따라 (국회 문을) 열었다 닫았다 했다. 부적절하다고 의견을 낸 사람이 없느냐”라고 묻자, 김 총경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국회의원 출입도 차단한 것과 관련 검찰이 “국회의원 출입까지 차단할 경우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못 할 거란 생각은 안 했느냐”고 묻자, 김 총경은 “그런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계엄군 진입을 허용한 데 대해서도 검찰이 “계엄군과 국회의원들이 충돌한 거란 생각은 안 했느냐”고 하자 김 총경은 “당시엔 그런 생각을 못 했다”고 했습니다.
김 총경은 계엄군이 총기를 들고 국회 의사당으로 진입하는 상황을 인지하고도 상부의 지시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는 “(상부에서) 위험성을 느꼈으면 저한테 지시가 내려왔을 것”이라며 “부대장으로서 병력을 움직이는 건 제 판단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국회의장이 경비대원들을 보내달라고 요청했음에도 안 보낸 이유에 대해 김 총경은 “별다른 지시가 없었다”며 “제가 경력을 움직일 상황이 아니다. 그건 대장만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총경은 전국 13만여 경찰 중 500여명밖에 없는 고위직입니다. 국회의원 출입 차단 및 계엄군 진입으로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했다면, 상급자 지시에 소극적 대응하는 등 방식이라도 취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김 총경은 ‘시키는 대로’ 하다 결국 내란 행위에 가담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는 어떠한 징계도 받지 않고 서울 서대문서 경비과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경찰개혁위원회에서 활동했던 한 변호사는 “총경급이면 형사처벌 대상으로 고려해야 할 고위직 간부”라며 “간부면 간부답게 생각하고 움직여야 한다. 형사처벌이 어렵다면 징계라도 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다른 증인인 송 경감은 비상계엄부터 지금까지 국회경비대 행정과 경무계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송 경감은 평소 행정 업무를 담당했지만, 비상계엄 당일 국회의원 출입 차단 지시 이후 경비대원들과 함께 국회 문을 닫았습니다.
검찰이 “증인은 검찰 조사에서 ‘국회의원들이 계엄 해제 의결할 수 있다는 걸 상식적으로 알고 있었다. 국회 출입을 막을 때 투표 못 하게 하는 건가 했다’고 했는데, 국회를 차단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송 경감은 “서울청 지시에 따랐다”고 말했습니다. 검찰이 “상식적으로 알 수 있음에도 동조한 것이냐”고 지적하자, 송 경감은 “어떤 상황인지 복잡하기 때문에 문 닫으라고 지시했고 거기에 따라 닫았다”고 말했습니다.
송 경감이 목 전 대장에게 유리한 내용으로 거짓 확인서를 썼다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송 경감은 지난해 12월18일 작성한 사실 확인서에서 ‘목 전 대장이 국회의원과 보좌진 출입을 허용했다’는 취지로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우원식 국회의장실의 보좌진인 이모씨 진술에 따르면, 목 전 대장은 이씨의 출입만 허용했을 뿐입니다. 검찰이 “(출입 허용 대상에) 이씨만 기재하지 않고 ‘의원님과 보좌진’이라고 쓴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송 경감은 “다른 사람의 확인서를 참고해서 썼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비상계엄 이후 군인권센터는 내란 행위에 가담한 중간 지휘라인 57명을 경찰 내란특별수사본부에 고발했고, 내란 특검팀은 이를 이첩받아 조사 중입니다. 군인권센터는 내란에 가담한 경찰 간부들을 즉각 직무배제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