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6.27 대출 규제 이후 서울 고가 아파트 시장에서 직거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현금 확보 부담이 커진 가운데 고액 부동산의 경우 중개수수료가 수천만원에 이르는 만큼 이를 줄이고자 하는 수요가 늘어난 까닭입니다. 그러나 직거래 시 허위 매물 등록, 집주인 사칭, 계약금 편취 등 각종 사기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안전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서울 아파트 거래에서 직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6월 2.4%에서 7월 3.7%로 증가했습니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17개 자치구의 7월 직거래 비중도 전달 대비 커졌습니다.
단기간 내 직거래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는 가운데 고액 거래 사례도 속출했습니다. 지난달 11일엔 영등포구 여의도 시범 118㎡(전용면적)가 20억8000만원에 직거래됐습니다. 지난 6월10일에는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2차 175㎡ 소유권이 직거래 형태로 65억원에 이전됐습니다. 중저가 외 초고가 아파트까지 직거래가 일반화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겁니다. 부동산 중개를 서비스로 하는 각종 온라인 플랫폼이 늘고 있는 점도 직거래 수요를 자극하고 있습니다.
직거래의 가장 큰 장점으로는 중개 보수를 절감할 수 있다는 점이 꼽힙니다. 공인중개사법에 따르면 주택 매매거래에서 최대 중개수수료율은 △6억~9억원 0.4% △9억~12억원 0.5% △12억~15억원 0.6% △15억원 이상 0.7% 이내로 고액 거래일수록 수수료 부담이 수천만원대에 달합니다.
그러나 비용 절감의 이면에는 심각한 위험도 존재합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윤종군 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당근마켓에서 진행된 부동산 직거래는 2021년 268건에서 지난해 말 5만9451건으로 약 220배 급증했는데, 허위 매물이나 집주인 사칭에 따른 피해 사례도 덩달아 급격히 늘고 있습니다. 수사기관이 당근에 수사 협조를 요청한 부동산 사기 사건은 2023년 1건에서 지난해 17건으로 증가했고, 피해액은 약 17억원에 달합니다.
직거래의 경우 등기, 근저당, 소유권 검증 책임이 모두 개인에게 있습니다. 표준계약서 작성이나 특약 설계가 허술해 분쟁이 발생하면 매수·매도인이 직접 소송을 제기해야 합니다. 공인 중개사를 통한 거래는 협회 공제제도, 한국부동산원 규제망 안에서 일정 부분 보상이 가능하나 개인 간 거래는 보호 장치가 전무합니다.
피해가 잇따르자 플랫폼도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당근은 '집주인 인증 배지'를 도입해 등기부등본 대조를 통한 신뢰 검증 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인공지능 기반 위험 문구 감지 기능도 도입했습니다. 최근엔 당근의 자체 간편결제 서비스 당근페이가 NH농협은행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도 했는데요. 당근에서 부동산 거래 시 구매자가 정상 거래 여부를 확인한 뒤 구매를 확정하면 NH농협은행이 안전하게 분리 보관한 결제 대금이 판매자에게 지급되는 방식입니다.
다만 이 같은 기능 활용은 선택 사항에 머무르고 있어 실효성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늘어나는 직거래 피해를 근본적으로 예방하려면 결국 실소유주 확인 절차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중고 거래를 할 때 사고파는 관계 안에서 판매자가 주인일 것이라는 가정이 있는데 부동산의 경우 실제 소유주가 다를 수 있다"며 "안전한 부동산 거래를 생각했다면 매물 광고를 내놓는 사람이 실소유자인지 검증을 해야 하는데 강제화하지 않은 부분은 유감"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거래 당사자의 주의도 당부했는데요. 이 관계자는 "중고 거래 플랫폼을 이용한 부동산 직거래 시 등기부등본이나 공적 장부만 들여봐서 알기 어려운 부분이 있기 때문에 본인의 재산상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걸 명심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당근 관계자는 "당근 부동산을 포함해 다양한 거래 환경에서 안전 시스템을 강화하며 두터운 이용자 보호망을 구축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며 "이용자들에게 더욱 신뢰할 수 있는 부동산 거래 환경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당근 부동산 페이지 화면. (이미지=뉴시스)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