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디지털자산 패권' 드라이브…한국은 거래소 지분 규제 논쟁

도널드 트럼프, 전쟁 속에도 디지털자산 산업 육성 강조
한국, 거래소 대주주 15~20% 지분 제한 등 규제 논의 확대
전문가 "금융 안정 중심 접근…산업 경쟁력 약화 가능성"

입력 : 2026-03-10 오후 4:12:03
[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미국이 이란 전쟁이라는 중대한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도 디지털자산 산업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산업 제도화 논의가 본격화되는 시점에 강도 높은 디지털자산 거래소 지분 보유 한도 규제와 업권 제한 방안을 잇따라 거론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시장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10일 디지털자산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일(현지시간) 자신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수익 제공을 둘러싼 전통 은행권의 반대 움직임을 공개 비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니어스 법안이 은행들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며 "은행들은 가상자산 업계와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미국인은 자신의 돈으로 돈을 벌 수 있어야 한다"며 산업 성장을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미 의회는 가상자산 시장 구조를 명확히 하는 '클래리티 액트' 법안 통과에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해당 법안은 지난해 통과된 스테이블코인 합법화 법안 '지니어스 액트'의 후속 입법으로 규제된 스테이블코인 체계를 제도권에 안착시키는 것이 핵심입니다.
 
법안의 쟁점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나 플랫폼이 보유자에게 예금 이자와 유사한 수익을 제공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코인베이스 등 디지털자산 업계에서는 이를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하는 혁신'으로 보지만, 전통 은행권은 대규모 예금 이탈 가능성을 이유로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전쟁이라는 비상 상황 속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디지털자산을 차세대 금융 인프라로 규정하고 규제 명확화에 속도를 내는 등 미국의 '디지털금융 패권 전략'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며 스스로를 '가상화폐 대통령'이라고 칭하며 친가상화폐 정책을 펴왔습니다. 특히 지난해 7월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으로 가져오는 데 필요한 규제 틀을 마련하는 '지니어스 액스'에 서명하며 미국을 세계 가상화폐의 메카로 만들겠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산업 육성보다는 규제 중심 제도화 논의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금융정보분석원과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상반기 국내 가상자산 사업자 25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국내 가상자산 거래 가능 이용자는 1077만명으로 집계되며 처음으로 100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여야 정치권과 업계 모두 제도화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최근 논의 방향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대표적으로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을 15~20% 수준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두고 혁신 산업의 특성을 무시한 행정편의적 발상이라며 비판이 나옵니다. 이미 성장한 민간 기업에 사후적으로 지분 매각을 요구하는 것은 위헌 소지와 산업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며 업계를 비롯해 학회에서도 강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또 스테이블코인 발행 자격 논의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은행 지분 '50%+1주'를 보유한 컨소시엄에만 스테이블코인 발행 자격을 부여할 경우 리스크 관리에만 치중해 혁신적 서비스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원화스테이블코인의 글로벌 경쟁력도 상실될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전문가들은 국내 논의가 가상자산을 잠재적 금융 리스크로 관리하려는 전통적 금융 안정 관점에 머물러 있다고 평가합니다. 준비금 요건이나 공시, 내부통제 등 감독 체계를 정교히 설계하기보다 거래소의 소유 구조 자체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반면 미국은 은행과 업계 간 이해 충돌에도 불구하고 산업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여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정비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직접 '미국인의 이익'을 명분으로 시장 확대에 힘을 싣고 있는 상황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이용자 보호와 금융 안정은 중요한 가치"라면서도 "그 방식이 산업의 성장 동력까지 제약한다면, 글로벌 경쟁 구도 속에서 국내 가상자산 산업의 경쟁력은 더욱 뒤쳐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워싱턴 백악관이스트룸에서 가상화폐 스테이블코인의 규제틀을 마련한 지니어스법에 정식 서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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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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