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대성 기자] 유한킴벌리 BX(Business eXcellence)본부에 근무하는 이지원씨는 중·고등학교 자녀들의 등교를 여유 있게 챙긴 뒤, 오전 10시 출근을 위해 판교 자택을 나섭니다. 자녀들의 하교를 챙겨야 할 때는 오전 8시에 출근하기도 했습니다.
브랜드 디자인&혁신 본부의 김해인씨는 오전 8시부터 근무를 시작합니다. 수원에서 롯데월드타워 소재 본사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러시아워(교통 혼잡 시간대)를 피하고, 퇴근 이후 자기 계발도 겸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는 업무를 병행하며 최근 대학원 석사과정까지 수료했습니다.
유한킴벌리는 본사 관리직 사원 중 오전 9시 외 출근자가 50%를 넘어섰다고 25일 밝혔습니다. 오전 9시 외 출근자가 소위 '나인투식스(9 to 6)'를 추월한 것은 1994년 관리직의 시차출퇴근제를 도입한 지 32년 만에 처음입니다. 유한킴벌리의 시차출퇴근제는 사원이 본인의 업무와 생활 패턴을 고려해 오전 7시부터 10시 사이에 30분 단위로 출근 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제도로, 모두가 근무하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는 집중근무 시간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말을 기준으로 본사 시차출퇴근 현황을 분석한 결과, 통상 출근시간으로 여겨지는 오전 9시 이외 시간대에 출근하는 사원이 51%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10년 주기로 보면, 2005년 당시 9%에 불과했던 수치가 2015년에는 21%, 올해는 과반을 넘어섰습니다. 이는 유연근무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실제 문화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줍니다.
시간대별 출근 현황을 보면, 오전 9시 출근자가 49%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선호되는 시간대는 △8시(21%) △8시 30분(12%) △9시 30분(10%) △7시 30분(4%) △10시(3%) △7시(1%) 순이었습니다. 오전 9시 전후로 비교하면, 9시 이전 출근 비율이 38%로 9시 이후(13%) 대비 약 3배 많았습니다. 좀 더 이른 출근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9시가 아닌 다른 시간대 출근을 선호하는 이유로는 임신·육아가 41%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출퇴근 편의(32%) △효율적 업무 수행(15%) △자기 계발(5%) 순으로 조사됐습니다.
유한킴벌리는 고도성장기를 거치던 1990년대부터 평생학습 기반의 4조2교대, 시차출퇴근제, 현장 출퇴근제 등 유연근무제를 도입해 사원들에게 유연한 시간과 학습 기회를 제공하며 지식노동자로의 변화를 이끌어왔습니다. 이후 시간·공간·조직의 유연성을 강조한 스마트워크를 통해 협업과 소통을 촉진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수직적인 조직문화를 수평적인 문화로 전환하고, 획일적인 효율보다 창의성을 중시하는 문화를 정착시켰습니다. 또한 업무 몰입도를 높여 장시간 근로를 줄이고 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냈습니다.
이 같은 노력은 구성원들로 하여금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가치관 변화를 앞당겼을 뿐 아니라 주 40시간 근무제 도입, 코로나19, 디지털·AI 전환, 가치 소비 트렌드 등 사회·경제적 전환기에도 경쟁력을 유지하며 생활용품 대표 기업으로 성장하는 발판이 됐습니다.
최근 주목받는 제도로는 재충전 휴가가 있습니다. 2016년 도입된 재충전 휴가는 현재 매월 둘째, 넷째 금요일에 시행되고 있습니다. '재충전의 날' 연간 계획을 전년도 말에 미리 공지해 몰입도 있게 함께 일하고 함께 쉬는 문화를 조성하고 있으며 개인이 휴가 일정을 사전에 계획하기에도 용이합니다. 특히 격주로 주 4일 근무에 준하는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시대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재충전의 날에는 평균 60% 이상이 휴가를 사용하고 있으며 업무 연락 등을 최소화해 온전히 쉴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습니다.
유한킴벌리 EX(Employee eXperience)부문 담당자는 "신뢰를 바탕으로 수평적이면서도 창의적인 기업문화를 구축해 기업 경쟁력을 지속하고, 시대 변화에 맞는 조직 유연성을 확보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유한킴벌리는 가족친화기업 인증제도가 처음 시행된 2008년부터 해당 인증을 획득해왔으며, 2022년에는 가족친화 최고기업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그래픽=유한킴벌리)
신대성 기자 ston947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