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등의 혐의를 받는 김건희씨가 지난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야말로 날개 없는 추락이다. 출구 전략이 없다. 반등 모멘텀도 없다. 이보다 더 최악일 수는 없다. '윤석열 어게인'을 재확인한 국민의힘 얘기다.
보수 위기를 가속한 두 가지 징후. 하나는 '반탄(탄핵 반대) 영끌'에 나선 장동혁 의원의 국민의힘 당 대표 당선. 다른 하나는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옥중 정치.
반탄 영끌 끝은 '극우 퇴행'
국민의힘 당권의 최종 승자는 장동혁 신임 당대표. 다크호스에서 막판 대안론까지, 장 대표의 기세는 등등했다. 결선투표에서 장 대표(22만301표)는 초반 열세를 뒤집고 김문수 후보(21만7935표)를 0.54%포인트(2366표) 차로 꺾었다. 이변 아닌 이변.
최대 세력은 '윤석열 어게인' 추종 세력. 반탄파 뒷배 핵심은 내란 공범인 영남 친윤(친윤석열)을 비롯한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보수 재편의 헤게모니를 재장악하려는 윤핵관들이 김문수(전 고용노동부 장관) 대신 장 대표를 대거 찍었다는 얘기다.
극우의 새 아이콘으로 등극한 '전한길 지지'는 옵션. 한국사 강사인 전씨의 지지를 받은 그는 시종일관 찬탄(탄핵 찬성)파에 배신자 프레임을 덧씌웠다. 한동훈 전 대표를 비롯한 친한계를 내부 총질 세력으로 규정, 사실상 축출 시사했다. 윤건희(윤석열+김건희)에 버금가는 폭주를 예고한 셈이다.
이로써 보수의 잃어버린 20년이 시작됐다. 2016년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한 박근혜 탄핵 이후 자리를 못 잡던 국민의힘이 또다시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잃어버린 시간이 20년으로 끝날지, 그 이상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상황은 최악. 애초 후발 주자였던 장 대표는 전대 중반 '극우 본색'을 드러냈다. 특히 전대 연설에서 찬탄파 당원들에게 삿대질하며 훈계도 마다하지 않았다. "당과 정권을 지키자고 함께 싸운 사람들에게 대선 끝났다고 '냄새나니 가까이 오지 말라, 더러우니 나가라'고 하는 여러분이 부끄럽다."
찬탄파 일부 당원은 장 대표 삿대질에 눈물을 흘렸다. 장 대표는 한때 친한계 황태자(사무총장)였다. 지난해 12·3 불법 계엄 이후 한동훈 전 대표와 틀어지더니, 돌연 친윤계로 돌변했다. 단순히 계파 갈아타기를 넘어 윤핵관 중에서도 가장 오른쪽에 섰다. 양지만 좇는 정치인의 말로는 자멸. 정치는 단순 공학이 아니다.
윤건희 부부의 '옥중 정치'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8일 오후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공사 항공교육원에서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기 위해 연단에 오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와중에 불거진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옥중 투쟁. 선방은 V0인 김건희가 날렸다. "내가 죽어버려야 남편에게 살길이 열리지 않을까요." 윤석열 멘토인 신평 변호사는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건희 접견 사실을 전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김건희에게 "그렇게 생각하지 말라고 달랬다"고 했다.
문제의 발언은 그다음. 김건희는 한동훈 전 대표를 언급, "어쩌면 그럴 수 있느냐"며 "배신하지 않았더라면 그의 앞길에는 무한한 영광이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김건희 측 유정화 변호사는 즉각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지만, 파장은 컸다.
이뿐만이 아니다. 신 변호사는 사흘 뒤인 지난 23일 페이스북에 '이재명정권의 불길한 하향세'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번엔 '윤석열'의 말을 인용, "이재명정권은 1년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극우 세력의 희망 회로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윤석열 구원설'도 언급, "현 정권의 파국이 의외로 일찍 올지도 모른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파국은커녕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의 백악관에서 가진 한·미 정상회담은 절반을 성공을 거뒀다.
V0 '김건희의 지령'과 V1 '윤석열의 망상'의 역주행. 이 조합은 '폭망 직전'인 보수의 현주소. 해방 이후 대한민국을 한 단계 도약시킨 보수 정권 대통령의 선구안이 '윤건희 망상' 이후 종적을 감췄다. 국토의 대동맥인 경부고속도로를 만든 박정희 전 대통령의 혜안은 온데간데없어졌다. 북방 외교의 물꼬를 튼 노태우 전 대통령의 긴 호흡도 증발했다. 금융실명제와 하나회 청산 등을 전광석화같이 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승부사 기질도 언감생심.
보수에 남은 건 몽 중의 몽인 부정선거론. 그 자체로 보수의 영혼이 사라진 좀비. 비정상을 넘어 기괴한 정신세계. 극우로 전락한 국민의힘의 민낯이다. 이대로라면 '회생 불가'다. 극우 유튜버와 사이비 이단의 합집합으로 정권 탈환을 꿈꾸는 것도 '호수 위 달그림자' 아닌가. 그야말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 보수의 새 아이콘을 꿈꾸는 자, 윤건희와 절연하시라. 보수든 진보든 대한민국 대다수인 상식파가 원한 건 망상에 사로잡힌 '신매카시즘'과의 결별뿐. 장동혁호의 무운을 빈다.
최신형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