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8월 29일 18:2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저축은행 업권이 5대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회복세로 돌아서는 모양새다. 선제적으로 쌓아둔 충당금과 부실 채권 매각이 주효했다. 저축은행중앙회를 필두로 건전성 개선에 공을 들인 덕분이다. 중앙회는 부실채권 매각 전문 자회사 출범을 위한 인가도 기다리고 있다.
(사진=저축은행중앙회)
5대 저축은행 중심 업황 회복세
29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5대 저축은행(SBI·OK·한국투자·웰컴·애큐온) 당기순익 총액은 1587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686억원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건전성 개선이 기반이 됐다. 지난해 5대 저축은행도 고전을 면치 못한 데 비하면 양호한 성적표다.
수익성보다 건전성 개선에 초점을 맞춰 영업하고 있는 만큼, 네곳의 건전성도 개선됐다. SBI저축은행 2분기 고정이하여신비율은 5.9%다. 전년 동기 6.83% 대비 0.93%p 하락했다. 5대 저축은행 중 가장 낮은 수준으로, 가계 대출 중심의 포트폴리오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5대 저축은행 중 고정이하여신비율이 가장 높은 저축은행인 웰컴도 올해 2분기 11.65%을 기록했다. 1년 새 1.37%p 하락한 수치다. 1년 새 유일하게 상승 추이를 보인 애큐온저축은행의 경우에도 6.43%로 2분기 업권 평균인 9.49% 이하 수준을 유지했다.
5대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전체 실적도 올랐다. 저축은행 업권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2570억원이다. 2개 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 2년간 저축은행업권 실적 악화는 부실채권 탓이었다.
기준금리 인상 등 대내외적 요인으로 부동산 경기가 악화되자, 부동산 관련 투자가 부실채권으로 빠르게 전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저축은행의 경우 선순위가 아닌 중·후순위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았던 데다 단기 대출인 브릿지론 규모도 자본 대비 커 영향을 받았다.
경기 회복 지연으로 영업 정상화 미뤄져
이번 실적 개선도 대손충당금 전입액 감소 덕을 봤다. 상반기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1조6550억원이다. 지난해 상반기 저축업권의 대손충당금전입액은 2조3285억원으로, 전년 1조9323억원 대비 3962억원 늘어 반기 손실을 냈다. 분기별 전입액 규모도 줄었다. 올 2분기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7000억원이다. 1분기 9000억원 대비 2000억원 줄어든 규모다.
전입액을 줄여 쌓을 수 있었던 것은 지난해 대규모로 충당금을 쌓아둔 덕분이다. 저축업권은 지난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성 재평가로 신규 부실에 대한 충당금을 큰 규모로 전입했다. 건전성도 빠르게 악화됐으나, 상반기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은 모두 안정 추이를 보였다. 연체율은 7.53%로 직전 분기 대비 1.47% 하락했으며, 고정이하여신비율은 같은 기간 1.1%p 개선됐다.
다만 건전성과 수익성이 모두 개선되면서 회복 추이를 보이고 있으나 아직 영업 정상화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부동산 시장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가계부채 관리가 강화되는 등 영업 환경 부진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저축업권이 영업을 적극적으로 실행하게 되면 위험가중자산이 늘어나고, 부실 채권으로 분류될 가능성도 함께 높아진다. 부실 채권을 매각하는 속도 대비 여신 확대 속도가 빠르지 않아 총여신도 감소세다.
올 2분기 말 저축업권의 총여신은 94조9000억원으로 지난 1분기 대비 1조6000억원 줄어들었다. 여신을 늘릴 수 없어 수신도 1000억원 감소했다. 다만 수신의 경우 예금자보호 한도 상향과 하반기 수신 만기 집중 사전 준비 등이 영향을 미쳐 여신 대비 감소 폭이 작았다.
업권 5위권 내에서도 추이가 갈렸다. SBI저축은행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2811억원 늘어나 올 2분기 총수신은 11조7580억원으로 확대됐다. 반면 웰컴저축은행, 애큐온저축은행, 한국투자저축은행도 총여신을 늘렸다. OK저축은행은 5대 저축은행 중 유일하게 1년 새 여수신을 모두 줄였다.
저축은행중앙회는 9월 중 5차 PF 정상화 펀드를 클로징할 계획이다. 가격은 미정이다. 올 연말 6차 펀드가 조성될 가능성도 높다. 현재 SB NPL 자회사도 내부 구성을 마쳤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올 초부터 부실채권 전문 관리회사인 SB NPL 설립을 목표로 NPL채권 입금관리 전문가를 채용하는 등 준비해왔다. 조직 등은 이미 갖춰져 있는 상태로, 금융당국의 영업 인가를 기다리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이르면 4분기 영업을 시작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경제 선순환 구조로 수요·회전율이 높아져 근본적인 수익이 날 때까지 적극적인 부실채권 매각 등을 통해 건전성과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