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론 대미·대중 수출 '올스톱'…수요 둔화 '가시화'

미 관세 영향 본격화…대미 수출 12.0%↓
차 관세 15% 합의했지만 '25% 유지'
VEU 지위 철회, '반도체' 공장 차질 불가피
반도체로 버티는 대중국 수출 2.9% '뚝'
"조기 선적 '끝'…부정적 영향 '점차 확대'"

입력 : 2025-09-01 오후 5:03:08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우리나라 수출이 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주력 산업들의 성장 불안정성은 고조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대다수 품목에서 뒷걸음질 치고 있는 대중 수출 중 유일한 증가세인 반도체의 불확실성이 짙은 데다, 대미 수출은 자동차·일반기계·철강 등 주력 수출 품목이 줄면서 2년7개월 만에 가장 큰 낙폭을 맞고 있습니다. 특히 대미 수출의 경우 미래 관세 인상에 대비한 조기 선적(front-loading)으로 수출이 증가했으나 미 수입 수요가 점차 둔화하면서 부정적 영향은 시차를 두고 가시화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의 '2025년 8월 수출입 현황'을 보면, 미국 관세 영향이 본격화한 지난달 대미 수출은 87억4000만달러로 12.0% 급감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최대 실적에도 '좌불안석'
 
1일 관세청과 산업통상자원부의 '2025년 8월 수출입 현황'을 보면, 지난달 수출 실적은 전년 동월보다 1.3% 증가한 584억달러입니다. 8월 기준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내면서 3개월 연속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습니다. 그 배경엔 트럼프 관세 부과 전 물량 밀어내기와 반도체 호조세가 주도했습니다. 
 
특히 지난달에는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 비중이 25.9%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서버용 중심의 견조한 수요가 지속된 데다, 메모리 고정가격도 오르면서 2개월 만에 사상 최대 수출액을 경신한 겁니다. 
 
자동차 수출은 역대 8월 중 최대 실적인 55억달러(8.6%)를 기록했습니다. 순수전기차(EV)·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가 모두 플러스를 기록했으며 중고차 수출이 늘면서 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주력 산업들은 좌불안석입니다. 여전히 특정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데다, 글로벌 경쟁에서도 밀릴 위기에 처했기 때문입니다. 미국 관세 영향이 본격화한 지난달 대미수출은 87억4000만달러에 그쳤습니다. 이는 2023년 1월(85억900만달러) 이후 2년7개월 만에 90억달러를 밑도는 수준으로 가장 큰 낙폭입니다. 
 
자동차·일반기계·철강 등 주력 수출 품목이 감소하면서 전체적으로 12.0%가 급감한 겁니다. 철강·알루미늄·구리는 50% 고율 관세를 부과 받은 데다, 자동차 관세 25% 유지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자동차 관세 15%를 합의했으나 적용 시점을 확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주요 관세 예외 품목인 반도체와 무선통신기기 증가세로 감소 폭을 완화했지만 불확실성은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호조세를 보이고 있는 반도체의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국 법인의 'VEU'(Validated End User·검증된 최종 사용자) 지위를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이 철회하면서 중국 내 현지 공장의 운영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대다수 품목에서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대중국 수출은 반도체가 버티면서 2.9% 줄어든 110억1000만달러에 머물고 있습니다. 
 
1일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사진=뉴시스)
 
조기 선적 '일시 증가'…부정 영향 '점차 확대'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증대된 미 무역정책 불확실성은 수출과 투자가 큰 폭으로 감소한 결과를 불러왔다는 분석입니다. 이는 불확실성 증대가 대규모 고정비용을 수반하는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 투자 결정에 큰 지장을 초래하는 데 기인한다고 봤습니다. 
 
주진철 한국은행 경제모형실 금융모형팀 차장이 구조모형(DSGE 모형)을 통해 분석한 결과를 보면,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증대된 미 무역정책 불확실성은 올해 우리 성장률에 0.13%포인트 하락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내년 하락 효과는 0.16%포인트입니다. 
 
주진철 차장은 "관세 불확실성 충격 발생 초기에는 미래 관세 인상에 대비한 조기 선적으로 우리 수출이 일시 증가하나 불확실성으로 인한 경제 주체들의 의사결정 지연 등에 따른 효과가 나타나면서 우리 경제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점차 확대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최근 한·미 관세 협상 타결과 한·미 정상회담은 미 무역정책 불확실성의 부정적 영향을 완화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모의실험 결과, 대미 관세 협상 타결은 협상이 내년까지 지연되면서 불확실성 충격의 지속 기간이 길어졌을 경우에 비해 우리 성장률을 금년 0.04%포인트, 내년 0.11%포인트 정도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내다봤습니다. 
 
이어 "통상 환경 불확실성이 우리 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우리나라와 관련한 미 무역정책 불확실성이 향후 재차 증대되지 않도록 앞으로도 세부적인 측면에서 양국 간 긴밀한 통상 협의를 지속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이 과정에서 수출기업에 대한 무역금융 지원 및 투자 여건 개선 등을 위한 정책적 노력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달 21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사진=뉴시스)
 
"한·미 FTA 재점검, AI 실질 협력 모색"
 
오수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 연구위원은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로 인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이점이 상당 부분 사라질 수 있겠지만 관세 외 조항의 유효성에 대해 미국과 합의가 필요하며 추가 대미 투자에 따른 투자 보호 규정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미국의 인공지능(AI) 규제 완화 기조와 민간 협력 확대 흐름을 활용해 공동 연구·개발(R&D)센터 설립, 첨단 AI 반도체 인력 교류, 소버린 AI 모델 구축, 스타게이트(Stargate·장치) 프로젝트 연계 등 실질적 협력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한편, 산업부는 AI 산업 혁신과 에너지 전환,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따른 통상 환경 대응을 위해 내년 예산안을 21.4%(2조4443억원) 증액한 13조8778억원으로 편성했습니다. 산업 전반의 AX(AI 전환) 확산, 첨단 및 주력 산업 육성, 재생에너지 중심 에너지 대전환, 통상·수출 대응 강화, 공급망 강화, 5극3특 균형 성장에 주안점을 두고 편성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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