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수백 명이 이민 당국에 구금된 사건을 두고 현지 주요 매체들이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 기업들의 투자를 장려하면서도, 숙련된 인력 비자 발급은 제한하는 모순을 비판했습니다. 또 이번 사태가 한국 내 대미 여론을 격앙시키고 있다고도 보도했습니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공개한 현대차-LG엔솔 이민 단속 현장. (사진=ICE 영상 캡처)
10일 외신을 종합하면, 현지 주요 언론들은 조지아주의 구금 사태는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대기업들의 현지 투자를 환영하면서도 정작 공사와 운영에 필수적인 숙련된 인력에게는 비자 발급을 어렵게 만드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태미 오버비 올브라이트스톤브리지 선임고문은 <뉴욕타임스>(NYT)에 “(트럼프) 정부는 매우 혼란스러운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동맹국의 돈은 원하지만, 동맹국은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또 “분명한 것은 이번 사건이 아시아태평양 전역에 충격파를 보냈다는 점”이라며 “이번 사건이 아시아 기업들의 (미국 투자 및 사업 의지를) 차갑게 식게 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현지시간 8일 서울발 기사를 통해 미국의 안보 동맹국인 한국은 이번 사태를 동맹 정신에 어긋나는 “특이하고”, “충동적이며”, “모순적인” 행동으로 간주하고 있다면서, 부글부글 끓고 있는 한국 내 대미 정서를 집중 조명했습니다.
그러면서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월 백악관에서 이뤄진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을 비롯한 현대차그룹의 미국 투자 발표에 “아름답다”고 치켜세운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단속 과정에서 한국인 직원들이 쇠사슬과 밧줄 등으로 묶인 채 끌려가는 장면은 한국인들에게는 아름다운 것과는 전혀 거리가 먼 것이었다고도 꼬집었습니다.
특히 WP는 한국이 미국과의 관세 협상 타결 직후 3500억달러(약 487조원) 규모의 투자 패키지를 약속한 상황에서 터진 이번 사태가 한국 사회 전반에 충격파를 안겼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이 대규모 투자를 요구하는 한편 이민 단속으로 기업을 위협하는 ‘이중 잣대’를 드러냈다는 비판도 한국 언론 보도를 인용해 전달했습니다.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앞선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현대차-LG엔솔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단속을 벌여 475명을 체포했습니다. 구금됐던 한국인 300여명을 태운 전세기는 10일(현지시간) 오후 애틀랜타 국제공항에서 출발해 우리 시간으로 오는 11일 늦은 오후 인천공항에 도착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예정대로라면 체포 후 엿새 만에 풀려나게 되는 셈입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