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 맞불…야, 장외투쟁 명분 쌓기

국힘, 내란재판부·조희대 사퇴는 '사법부 길들이기' 지적
장동혁, 아스팔트 보수와 만남…'투쟁 동력 마련' 시각도

입력 : 2025-09-16 오후 4:36:40
[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윤석열씨 탄핵 이후 마땅한 대여 투쟁 구실이 없던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의 시동을 걸고 있습니다. 특히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추진을 비롯한 법적 절차 검토에도 들어갔습니다. 정부·여당이 사법부를 주물러 삼권분립의 가치를 훼손한 만큼, 장외투쟁을 통해 대여 공세를 펼치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아스팔트 보수층을 찾는 등 장외투쟁 동력을 마련에 고삐를 죄고 있습니다. 
 
이틀 연속 '이 대통령 탄핵'
 
국민의힘은 전날에 이어 16일에도 이 대통령 탄핵소추를 언급했습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전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 발언을 언급, "헌법이 보장하는 삼권분립과 대통령의 정치 중립을 위반하는 중대한 사항"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 재판 재개 탄원서를 포함, 대통령 탄핵까지 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앞서 강 대변인은 지난 15일 민주당의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원칙적으로 공감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1시간 20여분 만에 다시 브리핑을 열어 "입장이 특별히 있는 것은 아니다. 선출 권력에 대한 존중을 강조한 것"이라고 정정했습니다. 이에 장 대표는 같은 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명백한 탄핵 사유"라고 주장했습니다. 
 
'대통령 탄핵소추'를 고리로 대여 공세에 나선 국민의힘은 장외투쟁까지 예고했습니다. 박 수석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앞으로 투쟁 방안에 대해 국회에서 머무를 게 아니라 장외로 가서 투쟁하자는 얘기가 있었다"라며 "두 차례 거쳐 국회 안에서 많은 당원들과 국민의 목소리를 담는 집회를 열었고, 이제 국회 담벼락을 넘어 장외에서 하자는 말씀이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윤씨 탄핵 이후 대여 투쟁 명분이 미약하던 국민의힘에 민주당의 사법부 개혁 시도는 좋은 기회입니다. 여권에서 밀어붙이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요구가 장외투쟁의 가장 큰 명분입니다. 국민의힘은 이 두 가지를 정부·여당의 사법부 장악 시도로 정의 내리고 있습니다. 
 
여당은 사법부가 잇따른 정치적 판단으로 신뢰를 잃었다고 지적합니다. 대표적으로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 회부 후 9일 만에 파기환송 결정을 내린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례를 꼽습니다. 이에 사법부가 내란 종식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내란 사건을 전담해서 처리할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조 대법원장의 사퇴까지 요구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이런 여당의 움직임을 '사법부 길들이기'로 바라봅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이재명 민주당 정권이 마침내 공개적·노골적으로 일당 독재의 문을 열고 있다"며 "내란재판부 설치는 수사도 재판도, 판결도 제 마음대로 하겠다는 인민재판부 설치와 다를 바가 하나도 없다"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전국 법원장들이 긴급 회의를 갖고 7시간 반의 토론 끝에 사법권 독립을 주장하자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해서 무차별 정치 공세를 하기 시작했다"라며 "과거 어느 독재정권에서도 대법원장을 향하여 이런 식으로 무차별적인 사퇴를 요구한 적은 없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송 원내대표는 "더욱 가관은 이재명 대통령의 태도다. 지난번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삼권(입법·행정·사법권)에도 서열이 있다'라고 발언을 했다"라며 "이런 선언이 급기야 어제 공개적인 대법원장 사퇴 주장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국민의힘이 16일 국회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민주당을 규탄했다. (시진=연합뉴스)
 
 
장외투쟁 전열 가다듬기 나선 국힘
 
검찰이 나경원 의원을 비롯해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 소속 전·현직 의원과 보좌진에게 최대 징역 2년에 달하는 실형을 구형한 점도 장외투쟁의 좋은 구실입니다. 이들은 지난 2019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처리를 막아 법안 접수와 회의 개최를 방해했다는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정치권의 눈치를 살핀 검찰의 과도한 기소라는 게 야당 입장입니다. 나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의회에서 소수 야당의 정당한 정치적 행위를 폭력으로 규정하고 재판에 가져온 건 국회의원으로서 헌법상 책무 이행을 원천 봉쇄한다"라며 "대한민국에서 삼권분립과 헌법 질서를 파괴하는, 의회 질서에 저항하고 (이를) 위축시킬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개혁신당도 명분 쌓기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부·여당은 조희대 대법원장이 마음에 안 드는 판결을 내렸다고 탄핵을 들먹인다"며 "조희대 대법원장이 내린 판결이 너무 빨라서 문제라고 지적할 수는 있지만, 무죄로 내릴 사안을 유죄로 만든 것인지는 대통령의 결단으로 재판을 속개해봐야만 아는 것"이라고 적었습니다. 
 
장 대표는 장외투쟁을 위한 전열을 가다듬고 있습니다. 지난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첫 야외 집회를 이끈 장 대표는 이어 지난 14일 손현보 목사가 담임목사인 부산 세계로교회를 방문했습니다. 
 
장 대표는 "목사님에 대한 구속은 손현보 목사 개인에 대한 것이 아니다. 모든 종교인에 대한 탄압"이라며 "손현보 목사님도 지금 이렇게 말씀하실 것이다. '결박된 것 외에는 나처럼 싸우기를 원하노라'"라고 말했습니다. 손 목사는 '세이브코리아'를 이끌며 윤씨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인물입니다. 
 
이에 장 대표가 아스팔트 보수층과 연대로 투쟁 동력을 끌어올리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국민의힘 지도부의 한 의원은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장 대표의 세계로교회 방문은 종교 탄압 관련일 뿐 장외투쟁과 연계성이 없다"라며 "구체적인 투쟁 일시나 장소는 확정된 바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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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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