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국내 주요 그룹이 총 10만명이 넘는 규모의 신규 채용 계획을 일제히 발표하면서 다소 위축된 고용시장에 활기가 돌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가 이어지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청년 채용에 나서달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주문에 적극적으로 화답한 것인데, 기업들은 이번 대규모 채용을 통해 핵심 산업의 미래 인재를 확보한다는 계획입니다.
18일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열린 '대한건설협회 2025 스마트건설 청년인재 채용설명회'에서 청년 구직자들이 채용 공고 게시대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1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을 필두로 한 국내 주요 그룹의 신규 채용 계획 발표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주요 그룹은 올해부터 향후 5년간 총 11만5800명이 넘는 채용 계획을 밝혔는데, 올해만 놓고 보면 4만명이 넘는 규모입니다.
먼저 삼성그룹은 향후 5년간 6만명(연간 1만2000명)을 새로 채용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반도체 등 주요 부품 및 바이오와 인공지능(AI) 분야에 집중해 채용한다는 방침입니다. 현재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 19개 계열사의 올 하반기 공채가 진행 중인데 채용 연계형 인턴, 기술 인재 채용으로 청년 고용을 더욱 확대한다는 계획입니다.
SK그룹은 상반기 4000여명에 이어 하반기도 비슷한 규모로 올해 총 8000여명을 채용합니다. 그룹이 중점 추진하고 있는 AI, 반도체, 디지털전환(DT)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이공계 인재들이 주 대상입니다. 또한 계열사별 미래 전략사업 확대해 발맞춰 사업 분야별로 청년 인재를 모집할 계획입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청년 7200명을 신규 채용하는 한편, 내년 채용 규모를 1만명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채용은 글로벌 모빌리티 퍼스트무버의 위상을 확보하고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으로 전동화,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등 미래 신사업 분야에 집중됩니다. 또한 현대차그룹은 이번 채용과 별도로 인턴십, 산학 협력 등 청년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도 확대 제공됩니다.
LG그룹은 3년간 1만명을 신규 채용할 계획입니다. 이중 신입 채용은 7000명 수준으로 AI, 바이오, 클린테크 등 미래사업 채용 확대와 동시에 계열사별로 B2B 사업 및 R&D 분야 우수 인재 확보에 집중한다는 계획입니다.
포스코그룹도 채용 규모를 확대해 향후 1만5000명을 고용하기로 했습니다. 이는 연간 3000명 수준으로, 포스코그룹이 이미 발표한 올해 채용 규모인 2600명보다 400명 늘어난 수치입니다. 포스코는 향후에도 안전, AI, R&D 분야 채용 확대 등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 나간다는 계획입니다.
한화그룹은 올해 하반기 채용 규모를 상반기(2100명) 대비 1400명 늘린 3500명으로 확대했습니다. 이를 통해 올해 총 5600명을 신규 채용한다는 목표입니다. 한화그룹은 하반기 방산·우주·조선·해양·금융 등 전략 사업 확대에 따른 우수 인재 확보 목적입니다. HD현대도 올해 1500명을 신규 채용하고 향후 5년간 조선·건설기계·에너지 부문 등 19개 계열사에서 1만여명의 인원을 새로 뽑을 예정입니다.
주요 그룹이 발표한 채용 계획 현황. (그래픽=뉴스토마토)
이 같은 주요 그룹의 신규 채용 계획은 이 대통령의 청년 고용 주문이 나온 지 이틀 만에 나왔습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 “청년 고용 문제 해결을 위해선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재계에서는 기업들이 일제히 신규 채용 계획을 발표한 것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특히 공채 제도가 상당수 폐지됐고 경력직 수시 채용이 일반화 된 상황에서 일제히 나온 신규 채용 계획이 이 대통령의 주문에 화답한 것 아니냐는 분석입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이렇게 일제히 채용 계획을 밝힌 것은 이례적으로 대통령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닌가 싶다”면서도 “현재 신산업 분야 인재 확보 경쟁이 매우 치열해 채용문을 활짝 열어두고 우수 인재를 뽑기 위한 목적도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