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 리스크 커지는데…은행별 정보보호 책임자 온도차

입력 : 2025-09-24 오후 3:49:03
[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인터넷뱅킹 비중이 전체 거래의 80%를 넘어서는 등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면서 개인정보 유출이나 전산장애 같은 사고는 단순한 운영 차질을 넘어 금융소비자 신뢰 문제와 직결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도 정보보호책임자(CISO)를 직접 소집해 대응회의를 여는 등 보안 체계 전반에 대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지만 각 은행별 CISO 위상은 여전히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최근 CISO를 부행장급으로 격상하며 보안 역량을 조직 핵심으로 끌어올렸습니다. 신한은행은 송영신 상무가 지난해 말 CISO로 선임됐으며 임기는 2026년 12월까지입니다. 송 상무는 신한은행 정보보호본부 팀장과 Tech운영부 부장 등을 거친 IT·보안 전문가로 평가됩니다. 우리은행은 윤태진 부행장이 정보보호를 총괄하고 있습니다. 윤 부행장은 정보보호본부장을 역임하며 현장 경험을 쌓아온 인물로, 최근 임원 인사에서 상무에서 부행장으로 승진했습니다. 
 
반면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현재까지 CISO를 상무급에 두고 있습니다. 국민은행은 이재용 상무가 CISO를 맡고 있으며 임기는 2025년 12월31일까지입니다. 이 상무는 국민은행 정보보호부장, 정보보안플랫폼부장 등을 역임하며 보안 업무 전반을 두루 경험한 인물입니다. 하나은행은 방명환 상무가 CISO를 맡고 있습니다. 방 상무는 플랫폼개발섹션장, 개인디지털팀 팀장 등을 거치며 디지털·플랫폼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처럼 은행권 내 CISO 위상은 상무급에 머무는 은행과 부행장으로 격상한 은행으로 나뉘고 있습니다. 은행권에서는 디지털 전환에 대한 보안 중요성을 얼마나 두느냐에 따라 은행별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이 은행 생존과 직결되는 시점에서 CISO는 단순한 보조 임원이 아니라 핵심 리스크 관리 인력"이라며 "직급 격상은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보안 리스크를 조직 차원에서 다루겠다는 시그널"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보안 관리 체계 강화는 당국의 직접적인 요구이기도 한 만큼 앞으로도 그 중요성이 커질 전망입니다. 롯데카드 해킹 사고로 유출된 회원 정보가 당초 신고된 피해 규모를 훨씬 뛰어넘는 300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사용자들의 우려가 금융권을 넘어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4월 2324만명이 넘는 개인정보가 유출된 SK텔레콤을 시작으로 이번 롯데카드까지 업권을 불문하고 대규모 해킹 사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정보 유출 우려가 커지면서 범국가적으로 정보보호 시스템에 대한 전수조사와 보안 체계 수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안팎으로 끊임없이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금융위원회도 지난 23일 권대영 부위원장 주재로 금융권 CISO 180여명을 긴급 소집해 침해 사고 대응회의를 열었습니다. 권 부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보안을 귀찮고 부차적 업무로 여긴 건 아닌지 정부와 금융회사 모두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금융 보안은 작은 부주의로도 막대한 소비자 피해와 금융 신뢰 훼손을 초래할 수 있다"며 "CEO가 직접 챙기고 사운을 걸고 전산 시스템과 정보보호 체계를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금융당국은 제도 개선에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중대한 보안 사고가 발생할 경우 징벌적 과징금을 도입하고, 보안 수준 개선 요구를 이행하지 않은 금융사에는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방침입니다. 또 △CISO 권한 강화 △금융사 보안 수준 비교 공시 확대 △전 금융권 대응 매뉴얼 고도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규모 국민 정보 유출 사태가 잇따라 터지면서 신뢰와 안전에 대한 이미지를 줘야 할 금융기관도 보안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고 느끼는 계기가 됐다"며 "앞으로도 디지털 전환에 맞춰 정보 유출 등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힘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진은 고객 정보 유출을 인공지능으로 제작한 이미지. (사진=챗GPT)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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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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