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미국 항공기 제조사 보잉이 한국과의 협력 75주년을 맞아 한국을 미래 항공우주 산업의 핵심 동맹으로 규정하고, 투자 규모를 대폭 늘리겠다고 밝혔습니다. 항공우주와 방산 분야에서 오랜 기간 이어온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차세대 항공기 생산은 물론 첨단 기술 개발에서도 협력을 이어가겠다는 구상입니다.
윌 셰이퍼 보잉코리아 사장이 24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보잉-대한민국 파트너십 75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윌 셰이퍼 보잉코리아 사장은 24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보잉-대한민국 파트너십 75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보잉코리아는 지난해 한국에 3억2500만달러(약 4533억원)를 투자했다”며 “이는 대한항공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LIG넥스원 등 협력사에서 조달한 부품 구매 금액으로 보잉이 전 세계에서 투자한 국가 중 5~6위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그는 “올해 수익 규모와 B737·787·777-9 항공기 생산 계획을 고려하면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액은 최대 50% 늘어날 것”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보잉과 한국의 인연은 1950년 대한국민항공(현
대한항공(003490))에 DC-3 여객기를 공급하면서 시작됐습니다. 같은 해 한국 공군이 보잉 제작 F-51D 머스탱 전투기를 투입해 첫 작전을 수행하면서 한·미 군사 협력의 서막도 열렸습니다. 이후 대한항공은 장거리 노선에 투입된 보잉 747를 비롯해 다양한 기종을 도입했고, 지난 8월에는 362억달러(약 50조5000억원) 규모의 차세대 항공기 103대 구매를 발표했습니다. 셰이퍼 사장은 이를 “대한항공 역사상 최대 규모”라고 소개했습니다.
셰이퍼 사장은 한국을 단순 고객이 아닌 전략적 동반자로 평가했습니다. 그는 “대한항공과 KAI를 비롯해 다수의 국내 기업이 보잉 글로벌 공급망에 참여하고 있으며, 아파치 헬기 동체 제작 등 방산 분야에서의 협력도 확대되고 있다”며 “한국 정부는 물론 산업계와도 긴밀히 협력해 한국 내 비즈니스도 키워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한국 파트너와의 사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현재 한미 무역 협상에서 항공우주 분야가 관세 면제 대상으로 지정될지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면서 “일본과 유럽이 모두 이 분야에서 관세 면제 조항을 만든 것으로 아는데, 한국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나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한국인 노동자 구금 사태로 인해 미국과의 경제 협력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공급망의 일부인 산업체뿐만 아니라 고객들과도 매우 굳건한 사업 파트너 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며 “계속 합법적인 이민 절차를 통해 협력하고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셰이퍼 사장은 한국이 글로벌 항공우주 산업의 미래를 결정지을 핵심 산업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며 한국과 동반 성장해 혁신을 이끌겠다는 포부도 밝혔습니다. 그는 “한국은 소프트웨어·인공지능(AI)·자동화뿐 아니라 조선·자동차 제조업에서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보잉은 이런 혁신 문화를 적극 활용해 차세대 항공우주 혁신을 가속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