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국민이 지켜본다

입력 : 2025-09-25 오전 6:00:00
"총리님, 요즘 넷플릭스보다 더 재밌는 콘텐츠가 있다는데 혹시 아십니까? 총리님도 출연하시던데…." 
"예… 국무회의 말씀하시는 겁니까?" 
"네. 바로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입니다." 
 
지난 18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훈기 민주당 의원과 김민석 국무총리 간의 질의·답변 일부다. 
 
이 의원이 언급한 대로 최근 온라인 상에서는 이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 영상이 큰 인기다. 국무회의의 생중계 영상이나 편집 영상에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고 있다", "왠만한 예능 프로그램보다 재미있다", "요즘은 국무회의 보는 낙으로 산다" 등의 긍정적 댓글이 줄줄이 달린다. 
 
이재명정부의 국무회의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대통령과 장관들의 '열일 모멘트'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국무회의는 대통령이 준비된 모두발언을 읽고 형식적인 안건 의결을 하는 것이 전부였다. 회의 시간도 대개 1시간 안팎이면 끝이 났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의 국무회의는 4시간 가까이 이어지기도 한다. 더욱이 그 논의 과정이 처음부터 끝까지 생중계된다. 숙제 검사를 하듯 지난 회의에서 언급했던 내용들이 잘 이행되고 있는지 장관들을 채근하는 모습, 대통령과 장관이 서로의 개인사를 언급하거나 농담을 주고받는 모습 등 기존의 정부에서 보지 못했던 장면들이 국민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온다. 
 
이를테면, 처음 국무회의에 참석한 이억원 금융위원장을 소개하면서 "아버지가 이름을 '만원'으로 지으려다 미래지향적으로 '억원'으로 지었다더라"라며 'TMI'(Too Much Infomation, 지나치게 과한 정보)를 던지는 대통령,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전 국민 대청소' 운동을 제안하면서 "지금 나 청소시키려 했던 것이냐. 그땐 다른 일정이 있다"고 농담을 하는 대통령 등 사람들이 국무회의를 홀린 듯이 보게 되는 순간은 하루에도 몇 번이나 나온다. 
 
장관들도 확 바뀐 국무회의에 함께 진화해가는 모양새다. 회의가 거듭될 수록 대통령이 먼저 묻지 않았던 정책 아이디어를 경쟁적으로 내면서 부처의 존재감을 높인다. 전임 정부 장관 중 유일하게 유임이 된 송미령 농림축산수산부 장관이 즉흥적으로 소개한 '치킨 벨트'가 대표적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전체회의 중계 영상은 또 다른 포인트에서 많은 조회수를 유발한다. 여야의 극한 대치 국면이 집약돼 있는 곳이 법사위이기 때문이다. 특히 법사위원장이 추미애 민주당 의원으로 바뀌고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법사위에 새롭게 보임돼 오면서 법사위 회의는 매회 아수라장이다. '욕하면서 본다'는 막장 드라마의 시청율이 높게 나오는 것과 같은 이치다. 
 
검찰 개혁 청문회가 예정됐던 지난 22일의 청문회 역시 고성이 난무했다. 여야 의원들의 앞뒤 가리지 않는 말싸움이 진행되던 중 민주당 한 의원이 "국민이 보고 있습니다"라고 외쳤다. 이 말을 들은 국민의힘 한 의원은 "지켜보시라 해라"라고 되받아쳤다. 
 
영상에는 특정 한쪽을 비판하는 댓글들이 줄줄이 달리기 시작했다. '도대체 이런 장면을 왜 보고 있어야 하는가'라는 회의감이 들면서도 영상을 중단하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한 것은 기자 한 명뿐은 아닐 것이다. 
 
유튜브로 대표되는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정치의 모든 순간이 생중계되는 시대가 됐다. 덕분에 정치의 효능감이 높아졌다고도 하지만, 동시에 국민들의 피로감도 함께 높아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보는 재미'를 넘어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유익한 정치를 만드는 길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김진양 영상뉴스부장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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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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