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서울 아파트값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정부의 9·7 공급 대책 발표로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가는 듯했던 부동산 시장이 한강변을 따라 다시 들썩이고 있습니다. 성동·마포·용산 등 ‘한강 벨트’ 지역을 중심으로 매수 문의가 눈에 띄게 늘고 거래가 성사되면서 매매가격 상승 폭이 커지는 모습입니다.
서울 매매가 3주 연속 상승 폭↑…‘한강 벨트’ 견인
25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9월 4주 차(9월25일 기준) 주간 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19% 상승했습니다. 전주(0.12%)보다 0.07%포인트 높아지며 3주째 상승 폭을 키웠습니다.
성동구의 상승 폭이 0.59%로 가장 컸습니다. 이어 △마포구(0.43%) △광진·송파구(각 0.35%) △강동(0.31%) △용산구(0.28%) 순으로 상승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강동구와 용산구, 동작구, 은평구 등 22개 구에서는 직전주보다 상승 폭이 확대되는 등 상승세가 뚜렷합니다.
성동구 금호동 ‘금호대우’ 전용 114㎡는 이달 2일 21억원에 거래돼 최고가를 새로 썼습니다. 불과 이틀 전 동일 면적이 18억6000만원에 팔린 점을 고려하면 단기간에 2억4000만원이 오른 셈입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재건축 기대감이 있는 단지를 중심으로 매수 문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며 “급매물이 거의 사라지면서 호가가 연일 바뀌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재건축 추진 단지와 대단지, 역세권 등 선호 단지 위주로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상승 거래가 포착되면서 서울 전역의 오름세가 확산되는 양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질적 공급책 부족에…핵심지 지속 상승 우려
전문가들은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담은 9·7 부동산 대책 발표 후 3주가 지났지만 눈에 띄는 정책 효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는다고 진단합니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서울 핵심 지역들의 아파트값이 우상향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정부가 공급 확대 정책을 내놓긴 했지만 핵심 지역에 대한 실질적인 공급 대책이 부재하고, 대출 규제로 인해 고가와 중저가 단지의 가격이 동시에 움직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최근 민생 회복 재정 지출과 추가 예산 확대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일부 매수세가 다시 유입되는 것도 집값 상승의 원인”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또 “강남 3구 외 지역으로 일부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자금력이 부족한 수요가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마포·성동 등 외곽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진형 교수는 “이들 지역의 가격 상승세가 과열로 이어질 경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직접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추가 지정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서울 구로구의 한 신축 아파트 단지. (사진=송정은 기자)
9·7 공급 대책이 공급 확대 의지를 보여주긴 했지만, 착공 기준 전환 등 단기 체감 효과가 미비한 만큼 시장의 기대심리를 꺾기 어렵다는 분석도 힘을 얻습니다.
서진형 교수는 “공급 신호와 시장 안정 신호가 함께 작동해야 정책 효과가 나타난다”며 “한강벨트 등 특정 지역의 가격 불안이 전체 시장 심리를 자극하지 않도록 정부가 면밀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