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한국이 추석 연휴를 즐기는 사이 미국에선 9월 FOMC 의사록이 공개됐습니다. 위원 절반은 연내 두 차례 추가 금리 인하가 적절하다고 발언한 것으로 확인된 만큼 특별한 돌발 변수가 없는 한 올해 2회 남은 FOMC에서 금리 인하가 단행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하지만 그토록 금리 인하를 기다리던 금융시장은 웃을 수가 없습니다. 최근 전해진 미국 물가 속보만 봐도 불안합니다. 먹거리 가격이 급등했단 소식은 금리 인하와는 정반대의 현실을 보여줍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미 관세 압박이 가져온 후폭풍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 외에도 미국 내 정국 불안은 시장의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요인입니다. 미 이민단속국(ICE)의 불법체류자 단속에 저항하는 시민들의 격렬한 시위를 빌미 삼아 포틀랜드, 시카고 등에 주방위군이 속속 투입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비판하는 주지사를 향해 “체포”를 들먹이고 있어 이 사태가 계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이 팽배합니다.
정국 불안은 금융시장으로 전이됩니다. 미 국채금리는 기준금리 인하가 예고된 상황인데도 하락을 멈추고 횡보하며 눈치 보기 중입니다. 정부 부채 증가를 우려하는 탓입니다. 정부로선 셧다운 사태 해결을 위해 오바마 케어 등 복지정책을 지키려는 민주당과 일정 부분 타협을 해야 하는데 이 경우 감세와 겹쳐 미 정부의 부채 문제를 키울 수 있습니다. 관세율을 높여 세수를 어느 정도 커버할 수 있겠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재정 적자를 줄이는 정도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게다가 미국은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어 유동성 공급이 증가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재정적자 문제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금리 상승은 일본 정부에게도 골칫거리입니다. 추석 연휴 사이 이웃나라 일본에선 닛케이지수가 강하게 올랐는데요. 신임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선출돼 아베노믹스를 이어갈 것이란 기대감 덕분입니다.
그런데 한편에선 일본 장기 국채금리도 뚜렷한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신임 총리가 기준금리 인상을 늦추도록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전망이 금리에 반영된 것입니다. 일본 30년 만기 국채금리의 경우 7일 한때 3.34%까지 치솟기도 했습니다.
이는 외환시장에도 반영돼 연휴 직전 달러당 147.5엔이었던 엔·달러 환율이 152엔대로 급등, 지난 3월 140엔 부근까지 떨어졌던 엔화 강세를 연초 수준으로 되돌렸습니다.
일본 장기금리 상승은 일본 정부의 재정 부담을 키운다는 의미여서 장기국채 신뢰도를 하락시키는 요인입니다. 주가 상승에도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이유입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유럽도 불안하긴 마찬가지입니다. 프랑스에선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신임 총리가 야당과의 협상 실패를 이유로 임기를 시작한 지 한 달도 안 돼 전격 사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었습니다. 부자 감세로 서민 삶이 힘겨운 상황에서, 재정 적자 때문에 복지정책을 줄이겠다는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만은 쌓여가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불안이 유로존으로 확산될 경우 글로벌 시장에 끼칠 파급력도 상당할 전망입니다.
이런 가운데 9일 중국 상무부가 희토류와 관련 기술수출 규제를 강화하는 조치를 전격 시행했습니다. 이제 중국의 희토류는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수출이 가능합니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중국이 강력한 카드를 꺼낸 셈입니다. G2의 양보 없는 전쟁에 따른 악영향, 특히 반도체를 주력으로 수출하는 한국의 불안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모든 불안은 금값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금값이 4000달러를 돌파한 것은 이 모든 데 기인합니다.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금 선물가격(12월 만기)은 트로이온스당 4004달러를 기록, 사상 최초로 4000달러 시대를 열었습니다. 8일엔 장중 4081달러까지 치솟아 상승세가 이어질 것임을 보여주었습니다.
연휴를 마친 우리 주식시장도 10일 열립니다. 장이 멈춘 사이 미국에선 반도체주들이 초강세를 보여 삼성전자는 ‘9만전자’에, SK하이닉스도 40만원대에 안착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두 공룡을 제외할 경우 코스피 상승폭은 훨씬 낮습니다. 연초 전체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삼성전자(우선주 포함)와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24%대, 심지어 9월 초에도 25%를 넘지 않았지만 2일 현재 비중은 29.8%에 달해 곧 30%를 넘어설 전망입니다. 인공지능(AI) 열풍이 코스피 상승률 착시를 만든 셈입니다.
9일 현재 버핏지수는 221.5%로 현저한 과대평가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버핏지수는 미국 상장기업들의 전체 시가총액을 국내총생산(GDP)로 나누어 구한 값으로 160%를 넘어설 경우 현저한 과대평가 영역에 들어섭니다. 신고가 랠리에도 불안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