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 흥국생명빌딩 리츠 매입에 오너 자녀 참여…'셀프 거래' 논란

오너 자녀 지분 보유한 운용사 통해 그룹 자산 매입
흥국생명, 보유 빌딩 매각 후 재임차…'셀프 거래' 구조
금감원 "자금난과 무관"…태광 "유동화 후 사업 내용 공개 어려워"

입력 : 2025-10-13 오후 5:17:55
[뉴스토마토 이지우 기자] 태광그룹이 서울 새문안로 흥국생명빌딩을 계열 운용사 흥국리츠운용을 통해 사들이는 과정에서 '내부거래형 편법 승계'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흥국리츠운용은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자녀가 지분을 보유한 회사로, 그룹 핵심 자산을 오너 일가가 참여한 운용사가 관리하는 구조입니다. 이는 최근 애경산업 인수에 참여한 티투프라이빗에쿼티(티투PE)와 마찬가지로, 이 전 회장의 자녀와 ㈜티시스 등이 함께 지분을 나눈 형태라는 점에서 논란을 낳고 있습니다. 
 
공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초 자본금 100억원으로 출범한 흥국리츠운용은 '흥국코어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이하 흥국코어리츠)'를 6월에 설립했습니다. 흥국코어리츠는 흥국생명빌딩을 7193억원에 매입한 뒤 약 7년(84개월)간 보유 후 매각할 계획입니다. 매도인은 흥국생명보험, 운용사는 흥국리츠운용입니다. 
 
흥국코어리츠는 매입가액의 연 0.4%를 운용보수로, 매입가액의 1%를 매입보수로, 매각금액의 0.7% 및 매각차익의 10%를 각각 매각보수 및 매각성과보수로 흥국리츠운용에 지급하도록 돼 있습니다. 이에 따라 흥국리츠운용은 매입 시 약 72억원, 매각 전까지 매년 약 29억원의 운용 수수료를 받고, 매각 시에도 추가 성과 보수를 얻게 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문제는 흥국리츠운용의 주주 구조입니다. 공시 정보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의 장남 이현준씨와 장녀 이현나씨가 각각 9%씩 참여하고 있으며, 나머지 82%는 티시스가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는 최근 애경산업(018250) 인수 컨소시엄에 참여한 티투프라이빗에쿼티(티투PE)와 유사한 구조입니다. 티투PE 역시 이현준씨와 이현나씨가 각각 9%, 태광산업(003240)과 티시스가 각각 4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티시스의 주요 주주는 태광산업(46.33%), 대한화섬(003830)(31.55%), 이현준씨(11.30%)입니다.
 
결국 '흥국생명(매도인)→흥국코어리츠(매수인)→흥국리츠운용(운용사)'로 이어지는 거래 구조 속에서, 오너 자녀가 지분을 가진 회사가 그룹의 핵심 부동산 자산에서 발생하는 임대수익을 관리·배분받는 구조가 형성됩니다. 또한 해당 리츠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매각차익을 포함할 경우, 해당 사모 유상증자에 참여한 주주의 예상 내부수익률(IRR)은 연평균 10.27%에 이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흥국코어리츠는 매입 직후 흥국생명과 '책임임대차계약'을 체결해, 흥국생명이 세입자로서 임대료와 관리비를 부담하도록 돼 있습니다. 흥국생명이 자신이 보유한 빌딩을 그룹 내 리츠에 넘기고 다시 세입자로 들어가는 셈입니다. 사실상 자산을 매각하고 재임차하는 '셀프 거래'로, 안정적인 임대 수익이 오너 일가 지분이 포함된 운용사로 흘러가는 구조입니다. 
 
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인 노종화 변호사는 "그룹 계열사가 보유한 알짜 부동산을 리츠 형태로 매각하면서 오너 자녀가 그 운용사 지분을 보유하는 것은 회사의 사업 기회로 총수 일가가 이익을 얻는 전형적인 사익 편취 행태"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관련하여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흥국리츠운용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 현재 조사나 검사 중인지는 확인해줄 수 없으며, 개별 사안에 대해서는 답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흥국리츠운용은 흥국코어리츠를 11월 사모로 1차 유상증자한 후 2026년 5월 공모로 유상증자할 계획입니다. 공모 주관사는 아이엠증권이며 총 모집 금액 4575억원 중 공모 모집 물량은 1375억원입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이번 거래는 단순 매각이 아니라 세일즈 앤 리스백(Sales & Leaseback) 방식으로 진행되는 만큼, 일종의 유동화 성격으로 이해할 수 있다"며 "자금이 급해서는 아닌 듯하며 매각 자금으로 새로운 사업을 하는지는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결정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흥국생명의 올해 반기 말 현금성자산은 3832억원에 달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흥국생명이 보유한 알짜 자산인 흥국생명빌딩을 매각하는 것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며 "구체적인 사업 목적은 불분명하지만, 그룹 승계와 연관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흥국생명 측은 이번 매각에 대해 "부동산은 보험사 회계기준상 위험자산으로 분류돼 변동성이 크다"며 "고정자산을 유동화해 재무 유연성을 확보하고, 안정적 자산 포트폴리오를 재구축해 K-ICS(신지급여력제도) 비율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매각 자금은 신사업 추진과 투자수익 제고를 위한 운용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라며 "사옥 매각은 10월 말~11월 초 마무리될 예정이나 투자자 구성이 확정되지 않아 구체적 방향은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흥국리츠운용의 주주 구성 및 수익 구조와 관련해서는 "운용 수수료가 주요 수입원이며, 인건비 등 비용을 제외하면 실제 배당금 규모는 크지 않다"며 "이익이 발생하더라도 지분 82%를 보유한 티시스가 대부분의 배당을 받게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흥국리츠운용이 흥국생명보험으로부터 매입 예정인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흥국생명빌딩. (사진=흥국리츠운용)
 
이지우 기자 j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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