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연내 매각’ 로드맵 제시…HMM 둘러싼 3중 난제

공적자금 투입 기업 민영화…‘투명성’ 지적
산은도 못 옮긴 부산행, HMM 이전은 더 난망
화주 인수 땐 ‘자사 화물’…해운 생태계도 흔들

입력 : 2025-10-16 오후 3:16:19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정부가 연내 HMM 매각 로드맵 제시를 공식화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이번 매각 추진이 실현 가능한가를 두고 회의적인 시선이 적지 않습니다. 매각 절차의 투명성, 부산 이전을 둘러싼 변수, 해운 생태계 안정성이라는 세 가지 난제가 매각 추진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서울 여의도 HMM 본사 사무실 내부 전광판에 HMM 홍보 영상이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16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HMM의 지배구조 개편과 부산 이전 방안을 포함한 구체적인 매각 로드맵을 오는 12월 중순경 발표할 예정입니다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 추진에 앞서 HMM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제거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업계의 반응은 냉랭합니다. 매각 필요성에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정부가 군불은 때는데 구체적 계획은 보이지 않는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우선 HMM은 과거 대규모 적자와 유동성 위기 속에, 정부와 채권단이 수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정상화시킨 기업입니다. 단순한 민영화가 아닌 ‘국민 자산 회수’라는 의미가 있어 ‘절차적 투명성’이 강조됩니다. 이 때문에 HMM 매각 논의는 추진 때마다 자금 조달 구조와 절차의 불명확성이 반복적으로 도마에 올랐습니다. 이전 하림그룹의 인수 시도 당시에도 자금 조달 계획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내내 발목을 잡았습니다.
 
HMM의 본사 이전 구상도 현실적 제약이 만만치 않습니다. 영업·재무 부서 대부분이 수도권에 위치한 상황에서 매각과 이전을 동시에 추진하면 경영 불안과 핵심 인력 이탈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실제로 HMM 내부에서는 구체적 일정이나 지침이 전달되지 않아 불만이 쌓이고 있습니다. 본사 이전은 정관 변경과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야 하고, 산업은행과 해진공 등 주요 주주의 이해도 얽혀 있어 법적·행정적 절차 역시 복잡합니다. 
 
업계에서는 “이전 정부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조차 성공하지 못한 상황에서 산은이 지분 일부만 가진 HMM 본사의 이전은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도 나옵니다. 
 
서울 여의도 HMM 본사에서 직원이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무엇보다 HMM 매각은 해운산업의 균형과 안정성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힙니다. HMM은 국내 유일의 국적 원양선사로, 국가 물류 안보의 핵심 축입니다. 지배구조가 바뀌면 항로 운영과 운임 체계 등 산업 전반의 균형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특히 화주 기업이 인수에 나설 경우 ‘자사 화물 우선 배정’이 강화돼 중소 선사들의 경쟁 환경이 약화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과거 포스코가 대우로직스 인수를 추진했다가 해운업계 반발로 무산된 전례가 같은 이유에서 회자됩니다. 
 
최근 홍해 사태와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 등으로 글로벌 해운 리스크가 겹치는 가운데, HMM 매각이 국가 물류 안전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인수 주체의 경영 능력과 공공성 의무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시장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화주가 선사를 인수할 경우 선례를 남겨 비슷한 사례가 앞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며 “매각 방식과 대금 회수, 경영 자율성 보장, 공적 통제 장치 등 핵심 원칙이 명확하지 않으면 다시 무산될 수 있는 만큼 정부가 속도보다 구조 설계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윤영혜 기자
SNS 계정 : 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