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총수 전방위 ‘민간외교전’

4대 그룹 총수 트럼프와 회동 전망
반도체·자동차 등 협력 방안 논의
총수 민간외교 ‘활발’…지원 필요

입력 : 2025-10-17 오후 1:24:57
[뉴스토마토 백아란·표진수 기자] 한국 재계 수뇌부들이 국가 외교 최전선에서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미 무역 협상 후속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 외교에 버금가는 ‘민간외교’ 카드를 꺼내들고 관세와 공급망 변화 등의 경영 환경 대응을 위해 글로벌 시장을 종횡무진하는 모습입니다. 
 
지난 4월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 총수가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경제안보전략TF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7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오는 주말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리는 인공지능(AI)인프라 프로젝트 ‘스타게이트’ 투자 유치 행사에 참석합니다. 
 
마러라고 리조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곳으로, 트럼프 대통령도 현장에 참석해 재계 총수들과 회동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국내 총수들은 반도체와 자동차, 배터리 등 각 분야에서 대미 협력 방안을 논의하며 통상 협상을 측면 지원할 걸로 예상됩니다. 
 
총수들이 직접 나선 것은 한미 관계의 불확실성이 경영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관세 문제와 투자 압력이 가시화되면서 정부 외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으로 기업이 직접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인식도 깔려 있습니다. 
 
재계는 이번 총수들의 마러라고 리조트 방문이 한국 기업의 입장을 전하는 등 막바지에 이른 관세 협상 타결의 핵심 기회로 보고 있습니다. 미국이 요청한 3500억달러 투자를 개별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총수들이 모여 현실적 대안을 마련하고 공동 입장을 정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재계 총수들의 민간 외교 행보는 올해 들어 더욱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지난 14일부터 일본에서 열린 ‘한·미·일 경제대화’ 일정을 소화한 데 이어 올해 7월 한미 간 관세 협상이 부과 시한을 하루 앞두고 극적 타결된 데에 일조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사법 리스크를 털어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7월 말 약 2주간 미국에 체류하며 빅테크 경영진과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추가 투자를 논의했고, 8월에는 한미 정상회담 경제사절단으로 참여해 텍사스 테일러 공장 증설 계획을 협의했습니다. 한미 정상회담 이후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또한 민간 경제외교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며 양국 실질 협력의 전환점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5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만나 HBM 개발과 AI 데이터센터 사업을 논의했고, 2월에는 대한상의 회장 자격으로 20대 그룹 대표들과 워싱턴을 방문해 트럼프 행정부 고위 인사들을 만났습니다. 최 회장은 또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서밋을 주도하며 민간외교관으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부터),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5일 일본 도쿄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 회관에서 열린 '한미일 경제대화'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3월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 참석 하에 향후 4년간 21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7월에는 한미 관세 협상 지원을 위해 워싱턴을, 9월에는 디트로이트 콩그레스에 참석해 비자 제도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 밖에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조현상 HS효성 부회장 등도 올해 미국을 수차례 방문하며 글로벌 세일즈로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습니다. 
 
재계에서는 기업 노력만으로는 부족한 만큼 정부 차원의 정책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반도체·자동차·배터리 등 핵심 산업의 관세 면제 교섭과 함께 비자 제도 개선, 전문 인력 비자 발급 간소화, 현지 채용 지원 확대 등이 시급하다는 목소리입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노력은 다한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의 협상이 중요한 시점”이라며 “한미 협상이 막바지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더 속도를 내야 한다”고 했습니다. 
 
백아란·표진수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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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아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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