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계기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우리 정부 관세 협상팀이 방미 귀국 이틀 만에 다시 미국으로 출국했습니다. 양국이 관세 협상 막바지에 속도를 올리는 모습입니다. 우리 정부는 이번 협상에서 관세 관련 쟁점을 남기지 않는 최종 협상안 '담판'에 들어간다는 계획인데요. 장기 교착 국면을 이어온 관세 협상의 실마리가 풀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상무부 회의실에서 하워드 러트닉(Howard Lutnick) 상무부 장관과 면담을 갖고, 한미 관세 협상 현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APEC 일주일 앞…실무 협상 '속도'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22일 오전 한·미 관세 추가 협상을 위해 미국 워싱턴D.C로 출국했습니다. 김 실장과 김 장관은 이미 지난 16일 관세 협상을 위해 함께 미국을 방문했다가 귀국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김 정책실장은 사흘, 김 장관은 이틀 만에 다시 워싱턴D.C.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정부 고위 당국자가 이미 협상을 마치고 대통령 보고까지 진행했음에도 다시 같은 국가에 방문하는 것은 이례적입니다. 두 사람의 재출국은 APEC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조속히 관세 협상을 마무리 지으려는 대통령실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됩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일정은 오는 29~30일이 유력합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이 공동 발표문을 내기 위해서는 실무 협상의 시한이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인 셈입니다.
현재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첫날인 29일이 한·미 정상회담의 적기로 평가됩니다. 때문에 양국이 협상에 속도를 내면서 이견이 좁혀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21일(현지시간) 백악관 오찬 연설에서 "우리는 일본, 한국, 유럽과도 잘 해냈다. 합의를 이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만약 실무 협상이 성과를 거둔다면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경주에서 공동발표문을 낼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부분 MOU 없다"…경주 '공동발표' 기대
관건은 실무 협상의 진전입니다. 김 실장은 출국 전 기자들과 만나 "많은 쟁점에 대해 양국 간 이견이 많이 좁혀져 있는데, 추가로 한두 가지 더 아직 양국의 입장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분야가 있어 국익에 맞는 타결안을 만들기 위해 다시 나가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실장은 양국의 쟁점을 남겨놓은 채 '부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방법론에는 선을 그었습니다. 그는 "지난 7월31일 양국 간 타결된 안을 실행할 수 있는 MOU 전체에 대해 양국 간 합의가 돼야 어떤 성과물로 마무리되지 그전에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이란 특정 시점 때문에 중요한 부분을 남기고 합의된 부분만 MOU에 사인하는 것은 정부에서 고려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실상 MOU보다 낮은 단계인 설명 자료(팩트시트) 형태의 합의에도 선을 그은 셈입니다.
김 실장은 "이번에 만약 통상에 대한 MOU가 되면 통상 분야도 발표될 것이고, 이전에 지난번 워싱턴 회담에서 양국 간 잠정적으로 합의된 큰 성과들이 있는데 그 성과들도 한 번에 대외적으로 발표될 수 있을지 않을까"라고 기대했습니다.
김 실장은 지난 19일 귀국 당시에도 한두 가지 쟁점이 남았다고 밝혔습니다. 일련의 과정을 보면, 미국 측이 한국의 입장을 반영한 수정안을 제시한 뒤 협상팀이 이를 이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우리 측 입장을 다시 정비해 미국으로 향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가장 큰 쟁점인 3500억달러 직접투자 규모에 대해 양국이 어느 정도 절충점을 찾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김 장관 역시 지난 20일 귀국길에서 '미국이 여전히 전액 현금 투자를 요구하는지'라는 질문에 "거기까지는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김 장관은 이날 출국길에서도 "마무리라기보다는 마지막 순간까지 계속 긴장하는 시간이 있을 것"이라며 "마지막 일분일초까지 국익이 관철되는 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결국 이번 방미가 한·미 정상회담에서의 관세 협상 최종 타결 핵심이 될 전망입니다.
관세 협상이 최종 타결되면 양국 간 합의를 이룬 '안보 패키지'도 경주에서 공동 발표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안보 패키지에는 한국의 우라늄 농축 및 재처리 권한 확대를 담은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추진과 함께 국방비 증액 등의 내용이 담기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