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미국 CNN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기간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의 관세 협상 양해각서(MOU) 서명 여부에 대해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생각한다"며 '신중론'을 꺼내 들었습니다. 한·미 관세 협상 시한을 APEC 이후까지 확대한 것으로, 타결 시점보다는 국익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방침입니다. 다만 한·미 회담에서 양 정상이 '최종 담판'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협상 시한 '확대'…"결국엔 합리적 결과"
이 대통령은 23일 <CNN>에 공개된 인터뷰에서 'APEC 계기로 한·미 통상 협상 타결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결국은 이르게 될 것으로 믿는다"고 답했습니다.
한·미 양국은 지난 7월 31일 상호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 합의한 바 있습니다. 대신 한국은 미국에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를 약속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1500억달러는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에 쓰입니다.
하지만 지난 8월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MOU 체결 등의 문서화는 이루지 못했고, 지지부진한 협상을 이어왔습니다. 그러나 APEC을 앞두고 협상에 속도가 붙었는데요. 여전히 남은 2000억달러의 투자 규모를 놓고 양국이 이견을 조율하고 있습니다.
미국 측은 2000억달러 투자에 있어 '선불 투자' 금액을 높이고자 합니다. 이를 놓고 미국 내에서도 동맹국에 대한 '갈취'라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CNN> 역시 이 대통령에게 이 부분을 짚었는데요. 이 대통령은 "우리는 결국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면서 "우리는 동맹이고 우리 모두 상식과 합리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다만 이 대통령은 APEC 계기 관세 협상 타결에는 거리를 뒀습니다. 이 대통령은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했습니다.
이번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하는 한·미 정상회담은 지난 8월 첫 정상회담 이후 두 달여 만의 대면입니다. 이 대통령은 유엔 총회에 참석하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만나지 않았습니다. 이는 사실상 두 번째 정상회담에서 관세 협상의 문서화를 이루기 위한 조치였는데요. 실제로 우리 정부도 APEC 정상회의 계기 협상 타결을 목표로 협상을 이어 왔습니다.
하지만 지난 22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워싱턴D.C.로 재출국하면서 "미국이 원하는 안이 아닌, 우리 국익에 최선이 되는 협상안을 만들기 위한 방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APEC이라는 특정 시점 때문에 중요한 쟁점을 남긴 채 부분 합의만을 갖고서 MOU에 사인하는 방안은 정부 내에서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언급했는데요.
이 대통령이 언급한 것과 궤를 같이합니다. 결국 APEC 계기로 관세 협상을 타결해야 한다는 데드라인을 정해놓기보다는 '국익'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겁니다. 대신 우리 정부는 관세 협상 기한을 APEC으로 한정하기보다는 '국익 사수'를 협상의 수단으로 활용할 전망입니다. 즉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담판'에 관세의 운명이 달린 셈이기도 합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